5. 동네 최연소 일러스트레이터
솔직히 고백할게. 나는 그림을 잘 그리지는 않아. 물론 엄마, 아빠는 내 그림을 보고 항상 잘했다는 칭찬과 함께 나에게 용기를 주지. 하지만 열 번을 생각해도 내가 그림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 왜냐면 학교에서 친구들의 그림을 보고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올 때가 많거든.
“우와! 스텔라, 너 그림 진짜 잘 그린다!”
친구들의 작품은 정말이지 훌륭해! 나도 눈이 있잖아? 내 두 눈은 객관적이지.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들은 작품의 차원이 달라. 내가 가끔 부끄러운 웃음이 터지고 숨고 싶어질 정도로 말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그린 그림을 가지고 그림작가로 데뷔했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맞아, 나도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었지. 자신이 하나도 없었어.
‘내가 그림을 어떻게… 무슨 수로 책에 그림을...?’
엄마가 두 번째 에세이 <딱히 육아체질은 아니지만>을 한참 작업할 때였어. 원래 그림도, 사진도 없이 글만 빼곡하게 들어가는 책이었지. 읽다가 하품이 나오고 잠에 빠질 수도 있는 거지. 그런데 어느 날 엄마가 출판사에서 연락을 받았대.
“노아가 작가님 책의 삽화를 그리면 어떨까요?”
왓?! 엄마와 출판사 민결이 이모의 제안에 어리둥절했어. 나는 그림 잘 못 그리는데… 게다가 나는 손에 크레용이나 물감이 묻는 것도 좋아하지 않거든. 내가 그림이라니? 말도 안 되잖아.
“노아 네가 원하지 않으면 안 해도 돼. 하지만 출판사에서는 잘 그리는 그림을 원하는 게 아니야. 네 마음대로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자유롭게 그리는 그림을 원해. 그리고 작업은 종이가 아니라 아이패드로 할 거야.”
오! 아이패드 위에 그려도 된다는 것에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지! 손에 아지지도 안 묻고 엄마가 잘 못 만지게 하는 펜슬로 그림을 그릴 수 있으니까. 오예! 그리고 무조건 내 맘대로 그려도 된다니까 무거운 마음도 사라졌어. 게다가 그림을 모두 완성하면 엄마가 내가 원하는 레고를 하나 사준다는 거야. 맞아. 엄마가 레고로 나를 흔들었어. 결심은 어렵지 않았어. 하지만 레고 때문에 그림을 그리기로 한 것은 아니야. 가장 결정적이었던 것은 이 한마디 때문이야.
“네 이름이 <그림작가 박노아>로 책 표지에 들어갈 거야. 네 첫 번째 작품이고, 한국에서 그림작가로 데뷔하는 거야.”
오 마이 갓! 너무 멋지잖아. 엄마가 항상 책 작업을 열심히 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도 책을 만들 수 있다니... 그런 것은 상상해 본 적이 없었거든. 더 고민할 필요가 없었어. 나는 곧바로 그림 작업에 들어갔어. 그날부터 몇 주가 걸려서 약 50개의 그림을 그렸어. 출판사에서 그림 목록을 주었고, 나는 그냥 내가 그리고 싶은 대로 신나게 그렸어.
박노아 작가님, 이 그림을 그려주세요.
지하철, 커피, 고양이, 엄마랑 아빠, 스투키, 슬픔, 결혼식, 하트, 아기 노아, 도서관…
어떤 그림인지 알겠지? 솔직히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어. 이건 너무 어렵다고 느껴지던 것도 있었고, 환상적으로 잘 그리고 싶은데 생각대로 되지 않고 자꾸 못생기게 그려져서 화가 나기도 했어. 가장 어려웠던 그림은 나의 드림카(Dream Car: 꿈의 자동차)를 그리는 작업이었는데 아무리 그려도 마음에 들지 않아 책상에 앉아서 엉엉 울었어.
“노아야, 이 그림이 너무 어려우면 하지 않아도 돼. 네가 이렇게 울면서까지 할 필요는 없어. 이 그림은 안 그리겠다고 엄마가 출판사 이모에게 얘기해줄게.”
“아니야, 할 거야! 그릴 거야!! 엉엉엉”
그리고 늦은 밤이 되어서 결국 마음에 드는 그림을 그렸어. 너무 힘들게 그려서 잊지 못할 것 같아. 훗날 책이 나오고 내가 그린 그림들을 보는데 나의 드림카 그림이 가장 뿌듯했지. 행복했어. 이제 나는 우리 동네에서 가장 나이 어린 일러스트레이터가 된 거야. 최연소 그림작가!
저는 박노아 그림작가입니다. 콘웨이 초등학교 2학년이죠. 스케이트 타기와 레고 조립을 잘하고 고양이를 사랑해요. 매일 BTS 노래에 맞춰 춤도 춰요.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짜장면이에요. 언젠가 한국에서 사는 것이 꿈입니다.
책 속에 담긴 내 소개글이야. 지금은 저 소개보다 하고 싶은 말이 훨씬 더 많아. 10배는 더 길어! 난 온종일 말만 할 수도 있어. 말 안 하고 못 살아. 엄마, 아빠는 내가 말을 너무 많이 해서 가끔 입이 아프지 않냐고 물어보기도 해.
"노아, 너 마우스 아야 없니?"
그래서 결심했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입을 쉴 틈이 없으니까 나도 엄마처럼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글작가가 되야겠다고!
여기가 내 꿈의 시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