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책 뜯어먹던 시절
“노아, 너 기억나니? 도대체 우리 찡찡이는 왜 그렇게 많이 울었을까?”
당연히 기억 하나도 안 나! 그걸 기억한다면 나는 지금 나사(NASA) 우주선 발사체 조립에 참여하고 있을걸? 나도 기억이 나면 좋겠어. 그러면 속 시원한 답을 찾을 수 있을 텐데! 나는 태어나서부터 엄청나게 많이 울던 아기였대. 엄마 뱃속에서 나오자마자 멈추지 않고 꽥꽥 우는 나를 보며 수술실에 있던 어떤 간호사 선생님이 아빠에게 말했대.
“꽤 힘든 아기가 되겠군요.”
아빠는 속으로 기분이 무지 나빴어.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고 그 예언은 사실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지. 나는 온종일 울고 또 울었고 하루에 두 시간은 연달아 우는 아기였다는 거야! 거의 두 살 무렵까지 그랬지. 엄마, 아빠, 의사 선생님은 해결책을 찾으려 사방으로 애썼지만 결국 결론은 하나였지.
시간이 답이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말은 그럴싸하지만 결론은 뻔하잖아. 답을 못 찾았던 거야. 그런데 내가 딱 두 살이 되고 말문이 빵 터진 후 울음을 뚝! 그쳤다는 거야. 그날 이후 엄마와 아빠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어. 하늘에 예쁜 별이 반짝반짝 떠다니는 것 같았대. 나는 왜 그렇게 울었던 것일까? 엄마, 아빠가 너무 힘들었다고 하니까 가끔 미안한 마음이 들어. 내가 외동이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지.
부끄러운 나의 찡찡이 시절을 고백하는 이유가 있어. 태어나고 3개월쯤 된 어느 날이었는데 엄마가 친한 이모에게 아기 그림책을 잔뜩 소포로 받았대. 책을 보내준 이모는 쌍둥이 아들이 있었고, 그 쌍둥이 형들이 아기 때 보던 책을 나를 위해 보내준 거야. 대부분 두꺼운 보드북이었고 버튼을 누르면 음악이 나오는 책도 많았지. 그런데 엄마는 책을 받고 어쩔 줄 몰랐대.
‘아기가 어떻게 이런 책을 보지? 한 살, 두 살은 되어야 볼 수 있는 거 아닐까?
이해해.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었으니까 잘 몰랐을 거야. 나라도 그랬을걸? 아기가 언제부터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잘 알지 못했던 엄마는 그냥 두꺼운 책에 예쁜 그림이 잔뜩 그려져 있는 책을 집어 들었어. 나를 엄마 다리 위에 앉히고는 책을 펼쳐서 읽어주었지. 그러자 놀라운 일이 생겼대.
죽어라 울고 낑낑거리던 아기 찡찡이는 울음을 멈췄어. 동그란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책을 뚫어져라 보기 시작했어. 엄마는 깜짝 놀랐지. 처음 몇 번은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찡찡이, 아니 나는 분명 울음을 멈추고 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거야.
그렇게 나는 책 읽기에 입문했다는 전설이 되었다. 하루에 적어도 세 번은 울음을 멈추고 책에 빠진 거야. 엄마는 지금도 말하지만 그때의 선택은 결코 내가 똑똑해지기를 바라거나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 한 행동이 아니었대. 엄마에게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고, 찡찡이에게 시달리는 귀를 잠시나마 휴식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였던 거야! 물론 아기는 오랜 시간 집중하지 못했지. 길어야 20분 정도였어.
찡찡이는 점점 좋아하는 책도 많아지고 집중의 시간도 길어졌지.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 동물이 나오는 책을 보면 울기도 했고, 좋아하는 책들은 반복해서 읽으며 친구처럼 반가워했지. 여전히 종일 울고 또 울었지만 적어도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울음을 멈추고 즐거워했던 거야.
그때 즐겨읽던 책들은 여전히 내 방 책꽂이에 나란히 꽂혀 있는데, 보드북 테두리마다 갈갈이가 긁은 듯 이빨 자국이 남아 있어. 너무 많이 먹지는 않고 적당히 갉아 뜯어먹기도 한 흔적이야. 그 무렵 찡찡이는 2시간 30분 집중의 대기록도 세운 적이 있대. 엄마는 비로소 확신했지.
‘얘는 진짜 책을 좋아하는구나… 먹기만 하는 게 아니었어!’
확신은 곧 실천으로! 우리가 이렇게 자주 서점에 가는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불쌍한 우리 엄마, 아빠에게 그림책은 두통약이자 비타민 같은 것이고, 나에게는 평생 곁에서 함께 하는 좋은 친구 같은 존재가 되었으니… 잠깐만. 오, 세상에! 나 이제야 답을 찾았어. 내가 찡찡이였던 이유 말이야!
“엄마, 내가 아기였을 때 그렇게 울었던 이유는… 책 보여달라고 그랬던 건데요???”
이상하네. 왜 엄마가 창밖을 바라보지?
엄마…?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