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솔직히, 책 좋아해?
나는 책을 좋아해. 물론 비디오 게임도 좋아하지. 만약 무엇이 더 좋은지 물어본다면…? 솔직히 게임이 훨씬 더 재미있지! 하지만 책 보다 게임보다 더 좋다고는 말할 수 없어. 책과 게임은 서로 완전히 다르니까. 둘은 피자와 짜장면 같은 사이야. 둘 다 좋고, 둘 다 포기할 수 없어. 그래서 이렇게 곤란한 상황을 대비해 준비해둔 멋진 답이 있어.
둘 다 좋아요.
I like them both.
책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지루한 차 안에서도 언제 어디서나 매일, 쉽게 펼칠 수 있어. 하지만 게임은 주말에만 할 수 있지. 이건 우리집의 법이야. 악법이지. 솔직히 짜증 날 때도 있어. 난 게임을 더 하고 싶은데… 공평하지 않아!
“매일매일 게임을 하면 노아의 뇌 주름이 사라질 거야. 고속도로처럼 평평해지는 것이지. 꼬불꼬불한 뇌의 주름이 사라지면서 바보가 될 거야.”
1+1=11
딩동댕!
나의 뇌는 이렇게나 멀쩡한데 엄마는 나의 뇌가 왜 자꾸 평평해진다는 것인지 이유를 모르겠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 집에서 사는 이상 법을 따라야 해서 별 수 없어. 아마 집집마다 비슷한 법이 있을걸? 제발 있다고 해줘. 아, 이제 비디오 게임 이야기는 그만해야겠다. 오늘은 겨우 월요일이거든!
뇌 주름이 걱정되어 억지로 책을 읽는 것은 절대 아니야! 나는 책을 정말로 좋아해. 매일매일 책을 읽지. 특히 잠들기 전까지 한 시간 정도 꼭 책과 함께야. 내 침대에는 커다란 거북이 쿠션과 책을 환하게 밝혀주는 작은 램프가 있어. 거북이 등에 기대고 누워 책을 읽는 시간은 나에게 참 편안하고 행복한 일과이자 하루의 마무리야.
우리 가족은 자주 서점에 가. 아기 때부터 엄마, 아빠와 함께 가장 많이 간 곳 중에 하나일 거야. 서점은 즐거운 곳이야. 갈 때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 기분 좋은 곳이니까. 엄마, 아빠는 내가 갖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좀처럼 바로 사주는 법이 없어. 하지만 책만큼은 마음이 넉넉한 것 같아.
“왜 이 책이 갖고 싶은데? 왜 읽고 싶지?”
내가 고른 책을 사기 위해서는 이 질문에 꼭 답을 해야 돼. 긴장되는 순간이야. 그래서 마음에 드는 책을 찾으면 한참을 서서 살펴보곤 해. 왜 이 책이 나와 함께 집으로 가야 하는 가는 중요한 문제야. 내 대답은 엄마, 아빠의 결정에 큰 영향을 주니까. 게다가 대답은 매우 구체적이어야 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입니다. 무조건 사야 해요!
이 책은 그림이 환상 적거든요. 그림만 봐도 기분이 좋아져요.
친구 브래들리가 그러는데 이 책 진짜 웃기다고 했어요. 웃긴 책이 최고죠.
학교 도서관에서 표지만 본 적이 있는데 읽어보고 싶어 졌어요.
내 대답에 따라 책의 운명은 결정되는 거야. 계속 서점에서 살거나 아니면 나와 함께 집에 가거나. 서점도 서점이지만 우리 가족은 중고마켓에도 자주 가. 중고마켓에 가면 책이 잔뜩 쌓여 있어! 거기에는 낡은 책도 많지만 새것과 다름없는 책들도 자주 찾을 수 있어. 게다가 가격은 50센트! 한국돈 500원 정도로 매우 훌륭해. 한국에서 지낼 때도 엄마와 함께 잠실역에 있는 중고서점에 종종 놀러 갔어. 엄마가 아주 좋아하는 곳이지. 잔뜩 쓸어 담아도 얼마 되지 않는 가격이니 중고마켓에 가면 내 눈은 이리저리 바쁘게 굴러가. 한 번은 예전부터 갖고 싶었던 레고책 한정판을 1달러에 들고 나온 적도 있어! 물론 중고마켓은 갈 때마다 항상 좋은 책을 만날 수는 없지만 이렇게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도 하는 장소야.
책을 읽으면 책 속의 세상에 내가 언제 어디서나 곧바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좋아. 마치 타임머신, 우주선, 초고속 KTX를 타는 것과 비슷한 거야. 순간이동을 하듯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지. 다른 생각은 할 틈도 없이 등장인물들과 함께하는 기분이 들어. 지금 내 책을 읽으면서도 꼭 나와 대화하는 것 같지 않아? 어쩌면 책도 언어처럼 인생을 즐겁게 해주는 마법의 도구일지도 모르겠어.
우리집에는 한국책과 영어책이 골고루 섞여 있어. 아주 조금 스페인어책도 있지. 한국 그림책은 주로 엄마와 함께 읽어. 내가 세 살 때 엄마가 한복 드레스를 입고 학교에 온 적이 있어. 진짜 깜짝 놀랐어! 엄마는 그날 미스터리 리더(Mystery Reader: 비밀리에 나타나 교실에서 책을 읽어주는 이벤트의 주인공)이었고 내 친구들에게 미국 그림책 <My mom is a foreigner>을 읽어주었어. 오래된 일이지만 지금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어.
매년 여름 한국에 갈 때마다 우리는 거의 라면상자 두 개 분량의 한국 그림책을 잔뜩 챙겨서 미국으로 돌아와. 그 책을 가지고 일 년 동안 신나게 읽는 거야. 나는 한국 그림책을 읽으면서 한국을 추억하고 마음속에 저장해. 미국의 그림책이 활기차고 재미있다면 한국의 그림책은 따뜻하고 포근한 이야기가 많아서 좋아해.
영어책은 나 혼자 읽어. 이제는 도움이 필요 없는 나이가 되었잖아? 하지만 두꺼운 과학책이나 의학책처럼 어려운 것은 아빠랑 함께 읽을 때도 많아. 알 수 없는 단어들이 수시로 튀어나오니까 아빠의 도움이 필요하지. 아빠랑 단둘이 서점에 갈 때면 아빠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책을 함께 찾아보기도 하는데 그렇게 오래된 책을 지금도 서점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참 멋진 일 같아. 그래서 나는 스테디셀러(Steady seller: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히 사랑받는 책) 코너를 뒤져보는 걸 좋아해. 엄마가 좋아하는 빈티지를 찾는 것과 똑같다고 할 수 있지!
세상에는 책이 참 많아. 모두 셀 수 없을 거야. 세상에는 매일매일 새로운 책이 셀 수 없이 태어난다고 해. 하지만 사람들은 예전처럼 책을 많이 읽지 않고, 서점도 많이 줄어들었지. 그건 미국도 마찬가지야. 그래도 책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거래. 진짜 그럴까? 나는 좋은 책들을 읽고 자꾸 생각나는 이야기는 몇 번이고 찾아 또 읽고는 하는데 그럴 때마다 마음속에서 이런 생각이 들어.
‘나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다…’
언제부터 그런 마음이 생겼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적어도 몇 년은 되었을 거야. 본격적으로 나도 언젠가 꼭 내 책을 만들고 싶다고 결심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섞여 있어. 이제 그 이야기를 차근차근해보려고 해.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할 일이 있어. 나의 아기 때로 되돌아가야 해. 우리 엄마, 아빠가 ‘찡찡이 시절’이라고 부르던 그때!
왜냐하면 분명 꿈의 시작은 나의 찡찡이 시절이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