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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chovy Jan 15. 2020

86. 돈을 2배 줄 테니 다시 수업해요.

학생도 학원 선생을 고르지만 학원도 학생을 고르게 된다. 학원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라도 퇴원조치를 시켜야 하는 학생이 있고 공짜로라도 가르쳐주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내는 경우도 있으니까. 오늘의 얘기는  수업에서 과감하게 잘라버려야 했던 학생과 엄마의 얘기이다.


 학생은 개인수업을 받는 학생이었는데 너무 자기 멋대로였다. 수업 내용을 미리 인강으로 듣고 질문에 대답만 해주면 된다는데  교육 방식과는 괴리가 있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틀려놓은 문제를 보면 인강을 제대로 들은  맞을까 싶을 정도로 기본적인 내용도 이해하지 못한 상태였다. 내게 수업을 제대로 듣고 중요한 부분을 짚어가며 이해하자고 권유했지만, 본인은 시간의 효율성이 중요하단다.


결국 이런 수업으로 인해 만족할만한 성적이 나오지 못했고 나는 도저히 이런 아이에게  능력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그만두겠다고 통보했다. ( 과학 3 과목  인강으로 진도를 나간 화학만 3등급,  설명을 들은 물리, 지구과학은 1등급. 이럼  정신 차려야지?) 방학 때도 어디서 들은 공부방법으로 할 테니 서포트하라는 얘기에 인내에 끈이  풀려버렸던 것이다.


 어머니도 

오냐, 다른 사람  구할  아냐?


이런 오기로 선생을 구했지만 본인 아들을 만족시킬 선생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다시 연락해서는


수업료 2 드릴 테니 다시 수업해주세요.


진짜 어이가 없었다. 내가  때문이면 애초에  아이는  가르쳤을 텐데, 내가  환장한 선생인 줄 알았나? 아님, 누가 뒤에서 코치한 건가?


단호한 거절에 많이 놀라신 듯했다. 


그래도 자소서는  주실 거죠?


 어머니 자소서도 걱정이시구나. 근데  아이가 내게  얘기가 있다. 자기는 영어학원에서 도와주기로 했다고. 그래서  도와줄 필요가 없을 텐데  이러시는 건지. 어머님께 아드님과 상의  하셨냐고,  아이는 영어학원에 도움받는다고 해서 그렇게 결론 지었다고 하니...


아이가 삐쳐서 얘기한  믿으세요?


 삐쳤다는 건지. 분명 영어학원 선생님이 잘해준다고 했는데. 아마도 이번에 내가 자소서 도와준 학생이 대학을  가니 마음이 바뀌었나 보다. 그러나 나를 속물 취급한   아이 어머니를 보니  절대로 수업을 해줄 수도, 자소서를 도와줘서도  됨을 알게 되었다.


그래, 나보고 돈독 올랐다는 어떤 엄마도 있었지. 근데 돈독이 올랐으면 내가  모양  꼴이겠는가.

다들 본인 생각대로만 보고 판단하는  같다.


오늘 답답하고 억울한 전화 통화를 마치고 나는 다른 수업을 하러 간다. 나를 인정해주는 누군가에게 최선을 다해 아낌없이 쏟아부으러 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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