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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chovy Apr 28. 2020

100. 학원 공용 컴퓨터를 포맷하고 퇴사한다면?

회사 업무파일을 임의로 삭제하고 그만둔 퇴사자는 어떻게 될까? 2011년 대법원은 2007년 전자기록 손괴죄 혐의로 기소된 A사 B 씨에 대한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벌금 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형법 제366조의 전자기록 등 손괴죄는 타인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 기록을 손괴해 그 효용을 해함으로써 성립하고 ‘타인의 전자기록’이란 행위자 이외의 자가 기록으로서의 효용을 지배 관리하고 있는 전자기록을 뜻한다.


갑자기 이런 얘기를 뜬금없이 꺼내게 됐냐면 학원 컴퓨터를 포맷하고 떠난 어느 선생님이 생각 나서다.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켜 결국 해고 통보를 받은 ooo 선생님은 본인의 잘못은 생각도 하지 않은 체 뒤통수를 맞은 것인 양 분노에 차 있었다. 이 학원을 꼭 망할거라는둥 내가 두고 보겠다고 악담을 퍼붓더니만 그 선생님이 그만둔 다음 날, 일이 터지고 말았다.


학원 공용 컴퓨터 중 한 대가 초기화되어 있었고 거기에 저장되어 있던 자료가 모두 날아간 상태였다. 백업이라는 게 당연시되지 않는 학원인지라 진짜 아비규환의 하루였다. 나야 공용 컴퓨터에 자료를 저장하던 사람도 아니고 개인 외장하드에 자료를 고이 모아둔 터라 별 문제가 없었지만 일부 선생님께서는 시험대비 교재를 만들기 위해 모아둔 자료 일부가 없어진 것이다. 아니 어떻게 본인 자료를 따로 저장해 놓지 않았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뭐 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을 테니까. 어쨌든 공용 컴퓨터에만 자료를 저장해 두었던 선생님들은 다시 시험대비 자료를 만들어야 했고 이건 진짜 재앙과도 같은 일이었다.


물론 범인이 누군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고 원장, 부원장이 여러 차례 그분께 전화를 해보았지만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음성만 나올 뿐이었다. 아마 그 선생님은 이게 별 큰일이 아닐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냥 좀 곤란하게 만들어주고 싶었을 것이고 그냥 시시한 장난이라 여겼겠지. 하지만 시험대비 교재의 제작이 늦어지니 학원은 그만큼 손해가 막심했고 지워진 자료를 다시 만들고 편집 과정을 거쳐야 했던 상황은 간단하게 웃으며 넘어갈 수 없었던 것 같다. 결국 고소가 이루어졌고 그 선생님이 직접 찾아와 원장에게 울며 빌고 매달리는 과정을 직접 관람할 수 있었다. 다들 그 모습을 쳐다보며 저런 사람이 애들을 가르치는 선생이라는 게 참... 정말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무리 사회생활 경험이 적어도 그렇지 중요한 문서를 그렇게 함부로 날리다니 그 철없음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결국 벌금형에 처해진 것으로 이 사건을 일단락되었다. 그리고 학원 공용 컴퓨터는 무조건 백업을 하는 시스템으로 변경되었다. 모든 선생님들에게 개인 자료는 따로 저장 장치에 보관하라고 지시가 내려지기도 했다.


학원이라는 사회가 일반적인 직장과는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수직적인 구조가 아닌 수평에 가까운 직장 동료 관계, 원장 말고는 거의 수평적임) 그래도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규칙은 비슷할 것이다. 학원이라는 곳이 워낙 진입 장벽이 낮다 보니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한 미성숙한 사람들도 더러 있고 또 그들을 가르칠 사수가 없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인간들이 많은 집단이다 보니 누가 뭔 잘못을 하건 나한테 피해가 없으면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거나 도움을 주지 않는다. 또 이직이 쉬운 직장이니 전 직장에 대한 애정이나 충성도도 낮은 편. 그러니 저렇게  남의 자료를 날려 버린다던가 망가뜨리는 무지한 인간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걸 복수라고 하고 있으니 진짜 답답한 노릇이다.


복수는 좀 더 우아하게, 성숙한 모습으로 할 것.

최고의 복수는 당신의 성공입니다. 당신을 마음 아프게 만든 그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당신 스스로 최고가 되는 것. 그게 진정한 복수하는 것을 명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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