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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chovy Sep 26. 2020

129. 동료 강사에게 질문하는 선생은 병신이야.

어떤 원장이 강사를 불러 얘기했다.


선생님, 요새 실력 없다는 얘기 나오더라.
분발  해요.


이 선생님은 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싶었다. 뭐 실력이 없고 분발 좀 하라고?


사건의 발단은 동료 강사에게 수학 문제 풀이를 묻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학원 내에서 가장 경력이 많으신 분이라 문제 푸는 스킬이나 배워볼까 하는 마음에 몇 문제를 풀어주십사 부탁한 것이 실력 없는 강사로 낙인찍히는 어이없는 결과를 만든 것이다.


원장이 말하길


수학 강사가 다른 강사에게 수학 문제를 물어보는 것은 자신의 약점을 보이는 거야. 다시 말해, 절대 물어보면  되는 거지.  정도는  푸는 강사라고 무시당하는 걸 몰라?


나는 이 일화를 듣고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었다. 같은 강사끼리 질문을 하고 배우는 것은 더 나은 강의를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는 것인데 그걸 실력이 없다고 폄하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나 잘난 사람들이라는 걸까?


평소 나는, 사람은 죽는 날까지 배워야 할 것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13살 초등학생에게도 새로운 핸드폰 어플 사용법을 배우고 18살 고등학생에게 내 얼굴에 어울리는 색조 화장품에 대해 조언을 받는다. 꼬맹이에게 배울 게 있다고! 그런데 동료 강사에게 질문하고 배우는 것이 자신을 깍아내리는 창피한 행위라고 평가하는 이들은 무슨 생각인 걸까? 무슨 대단한 권위와 자존심을 지녔다고 모르는 문제를 주변에 묻지도 못하고 스스로 해결하라고 하는지. 학생들에게는 모르는 것은 질문하라고 그렇게 부르짖으면서 강사들끼리는 모르는 문제는 쉬쉬하며 숨겨야 하는 건가? 아니면 강사는 애초에 모르는 문제가 없어야 하는 건가. 참 어이가 없다.


진정 부끄러운 것은 제대로 이해도 못한 체 답안지에 해설만 줄줄 읊어주는 선생이라고 생각한다. 답안지를 보지 않고도 쉽게 풀어줄 정도로 노련하게 가르치기 위해 누군가의 방법을 배우고, 따라 하다가 나만의 방법으로 정착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비난하고 흉을 본다면 그들은 진정한 선생이 아니다. 그냥 권위의식만 가득 찬 꼰대일 뿐이겠지.


선생님, 그리고 원장님.

우리 모두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노력하는 어른이 됩시다. 잘난척하는 꼰대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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