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로 학원 밖에서 감시하는 원장.
내가 운이 나빴던 건지 학원 일을 처음 시작하던 2000년대에는 학원 강의실마다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수업 중 조는 학생을 감시한다는 명목이었지만 실제로는 각 강의실마다 선생들이 뭘 하는지 감시하는 목적이었겠지. 그때 내가 다녔던 학원은 교무실이 없이 선생님들마다 개인 강의실을 배치했기 때문에 강의실을 감시하면서 출근시간, 수업 준비, 간식 먹는 것까지도 체크를 했다.
원장실에 가면 각 강의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모니터가 있고 특정 강의실을 확대해서 보면 더 자세히 그 교실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사각시대가 있어서 cctv에 비치지 않는 공간이 있기는 했지만 모니터에 선생님이 오랫동안 안 보이면 강의실에 비치된 전화에 연락해서 강사가 뭘 하고 있는지를 살피기까지 했다.
사실 난 그런 cctv에 대해 큰 불만이나 거부감은 없었는데 회의시간, 새로 들어온 국어 선생님의 건의사항을 듣고 뭔가 한 방 맞은 느낌을 받게 되었다.
"cctv를 보니 음성까지 들리던데 저한테 사전 동의받으신 적 없지 않나요? 이건 법적으로 분쟁의 소지가 있는데 제 강의실 cctv는 철거해주시겠어요?"
음성까지 들린다고? 이게 불법이었어? 헐. 사생활 침해구나. 대박. 정말 깜짝 놀라기도 했고 똑똑하게 대처하고 자신의 권리를 대처하는 그 선생님이 대단하게 보였다. 나처럼 뭘 모르는 무지렁이는 그냥 당하기만 하고 정당하게 요구도 못하는구나.
물론 그 국어 선생님 강의실에 cctv가 철거되진 않았다. 원장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그 선생님을 해고했으니까. 말 많은 선생보단 고분고분한 멍청이들이 다루기 편한 듯 그렇게 학원 시스템은 유지되었다.
그 후 다른 학원에서도 감시용 cctv는 숱하게 볼 수 있었고 요새는 스마트폰으로 외부에서도 실시간으로 감시가 가능하질 정도라고 한다. 나야 뭐 누구 감시받는다고 우아 떨며 가르칠 위인도 아니지만 처음 이 직업에 발을 들여놓는 분들에겐 위축될만한 일이긴 하지.
내가 원장이 된다면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확실한 건 이거 하나다. 우선 내 사람은 믿어줄 것. 원장들이 강사를 불신해서 감시하게 된 것도 어찌 보면 수많은 강사들에게 뒤통수를 맞아서겠지만 그런 사람을 채용한 것도 원장의 능력이니까 자신이 책임져야지. 그렇게 시시각각 감시한다고 진심에서 우러나서 최선을 다할 거라고 믿다니 그건 진짜 큰 교만이 아닐까 싶다.
원장님들. 눈 아프게 모니터 그만 보시고 그냥 믿어주시는 건 어떨까요? 본인들이 뽑은 선생한테 이 정도에 믿음도 없으면 그게 제대로 된 경영자일까요? 이 현실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