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누구든 간에 (심지어 나 조차도 이미 돌아올 답을 알고 있다) "어휴, 힘드시겠어요"라는 위로의 말을 전한다.
'아들 둘이 그렇게 힘든가?'라는 생각을 한동안 해왔었다. 휴직 전에는 반쪽짜리 육아만 해서 잘 못 느꼈을 수도 있고, 아이들이 순한 덕을 본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예전에는 아이들이 어렸었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해 둘째가 유아였기 때문인 듯하다.
학술적인 정의야 여럿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유아와 어린이는, (그 수준이 어떻든) 자기만의 생각과 취향을 확실하게 가지느냐에 따라 구분되는 듯하다. 다섯 살인 둘째는 그동안 형이 보는 만화를 보고, 형이 하는 놀이를 따라 하고, 형이 시키는 일을 하는 등 '형 바라기'였다. 그런데 그 계기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시점이 되고 보니 더 이상 이런 패턴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전에는 형이 마인크래프트를 보고 있으면 같이 보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제는 제 또래 수준의 만화를 틀어달라고 요청한다. 형이 같이 하자는 놀이가 맘에 들지 않으면 거부하거나, 오히려 자신이 하고 싶은 놀이를 제안한다. 형 때문에 또래에 맞지 않는 콘텐츠에 노출되어 온 것이 우려되었는데, 제 수준으로 스스로 돌아가고 있어 다행이라 할 수밖에.
근데,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자신의 확고한 취향이 생겼다는 것은, 결국 취향의 충돌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개인의 사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남매로 자란 나로서는 서로 취향이 갈릴 때면 '각자 알아서' 놀았는데, 이 형제는 뭐든 함께 하고 싶어 하면서도 자신의 취향대로 관철시키고 싶어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자 애들 놀이가 혼자서 가능한 것이 적다. 결과는 하루에도 여러 번 형제간에 고성이 오가고 주먹다짐과 발차기가 난무한다. 이제 고작 여덟 살과 다섯 살인데, 벌써부터 말이다.
또한 이 둘 간에는 고자질도 만연한다. "형이 먼저 때렸으니, 혼내줘.", "동생이 먼저 시작했어."
아이들이 부모에게 판관의 역할을 부탁하게 되면 솔직히 좀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하더라도 둘 다 만족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보통의 부모가 그렇듯 나도 '양비론'을 취하고 있다. 폭력으로 먼저 가해하는 것은 나쁜 행동이며, 이를 또 폭력으로 응징하는 것도 바르지 않다고 말이다. 그렇다고 싸움이 줄지는 않는다.
아이들의 싸움을 말릴 방법은 없을 것이다. 특히 둘째가 커가면서 말이다. 어느 날 싸우는 둘을 떼어 놓으니 둘째가 말한다.
"놔! 이길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야!"
순간, 우리 부부는 그만 웃음이 빵 터지고 말았다.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웠고 혹은 할 생각을 했는지 놀랍고, 또 이런 말을 할 정도로 아이가 많이 컸구나 해서 말이다. 첫째는 어떻게 동생이 형을 이기냐며 으름장을 놓았지만, 동생이 많이 먹고 빨리 자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귀띔을 해주자, 귀엽게도 좀 긴장을 하는 눈치다.
이 아이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싸울지, 또 무엇으로 싸울지 알 길은 없다. 그리고 싸우지 않고, 양보하고, 합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치는 일도 필요하다.
하지만 때로는, 제대로 싸우는 법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나의 고민에 직장 동료가 내려준 해결법은 규칙에 따라 싸우도록 한다 였다.
아예 권투 글로브와 헤드 기어를 사다 놓고, 발은 사용하지 않고, 어디 어디는 주먹질해서는 안되고 등의 규칙을 정해놓고 싸우도록 한단다. 그의 집에서는 실제 이렇게 하고 있다지만, 솔직히 감정이 순간적으로 격해지는데 언제 장갑과 헬멧을 쓰겠냐 싶다가도, 싸움이 아니라 운동으로서 평소에라도 이렇게 권투를 시키면 서로에 대한 감정의 격함도 조금씩 해소되고, 돌발적인 싸움도 좀 더 신사적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직 시도해 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비단 형제간의 소소한 싸움이 아니더라도, 살다 보면 육체적이기보다 정신적인(?) 무형의 싸움을 해나가야 한다. 실력의 우위를 겨루는 학교 성적부터, 직장까지 쭉 이어지는 사람들 간의 기싸움까지. 의외로 우리 주변에는 유/무형의 싸움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싸움에서 져 열등감에 사로 잡히거나, 그릇된 방식으로 승리만을 탐욕하는 비열한 사람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아이들에게도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법을 가르쳐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그릇된 이들을 단순히 비난하고, 우리 아이는 그렇지 않기를 막연히 바라는 것보다 말이다. 그래서 무도를 가르친다는 태권도가 효용이 있다고는 하나, 그건 또 그것대로 우려되는 사항들이 있다. 어쨌든 피할 수 없는 싸움을 위한, 소위 플랜 B는 육아에도 필요한 것 같다. 역시 세상일 뭐든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