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의 초등학교 입학이 다가올수록 준비해야 할 것들이 조금씩 많아졌다. 그중 가장 많이 신경 쓰이는 부분은 단연 교육이 아닐까 한다. 소위 입시를 위한 거창한 선행학습까지는 아니더라도 학교 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노파심에 이것저것 학습지나 학원을 알아보게 된다. 불과 입학 한 달여를 남긴 시점이라 벌써 늦은 거 아닌가 싶으니 마음이 더 급하다.
나는 사교육에 대해, 여느 대부분의 아빠들처럼, 애가 좋아하면 시키고 남들이 한다고 다 따라 하진 말자는 주의다. 쉽게 말해 '엄마가 알아서 적당히 시키세요.'이다. 그럼에도 아이에게 두 가지 교육에는 관심을 두고 있다. 바로 영어와 체육. 체력 측정을 한번 해볼까 싶을 정도로 짐승 같이 지치지 않는 활동력과 무서운 운동 신경을 보이는 둘째와 달리 첫째는 누가 봐도 나의 판박이. 달리기는 항상 꼴찌, 줄넘기는 아직 넘기는커녕 줄을 제대로 돌리지도 못한다. (우리 아이에겐 그게 꼭 운동신경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사내아이가 있다면 체육은 영어만큼이나 중요한 과목이다. 적어도 나와 같다면.
적어도 내가 살아온 환경은 그랬고, 아마 지금도 그럴 것이다. 앞선 글에서 이야기했듯 '사내'라는 단어 안에는 '운동을 곧잘 해야 한다'는 모종의 사회적 통념이 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눈치가 없는 타입이라 초등학교 때는 잘 깨닫지 못한 것 같고,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난 체육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와 열등감에 시달렸었다. 백 미터든 오래 달리기 든 항상 꼴찌, 농구는 드리블로 못해 두어 번 공을 튕기면 어느새 내 손을 빠져나가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첫째, 점심시간 운동장에서는 항상 '깍두기'였으며, 둘째, 체육 선생들로부터 '개무시'를 당했었다. (물론 나도 그들을 무시하긴 했지만.) 그나마 일반 학업에서 성적이 나쁘지 않았기에 따돌림을 면할 수는 있었던 것 같다.
굳이 잘할 필요는 없지만, 못하면 놀림받기 좋은 체육. 아이 스스로의 자신감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가르치면 좋겠다.
운동은 대개 팀워크로 하는 것이니까. 함께 운동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진다는 건 그만큼 공동체에 쉽게 융화되고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아닐까?
하지만 나도 어떻게 해야 아이가 잘 배울지 답을 찾지 못했다. 태권도를 수개월 보냈다가 정작 태권도가 아닌 도장에서 시키는 줄넘기에 스트레스받아 그만두고 말았기 때문이다. 나도 내 아이의 소위 줄넘기 과외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다니.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첫째 아이의 학교 수업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혹은 부족분이 있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각종 학습지 류의 컨설팅 상담을 받고 있다. 대개 그들이 우리 집을 방문하여 십여 분간 아이와 문제를 풀어보고, 한 이십 분쯤 부모와 상담을 하는 식이다. 물론 상담의 상대는 우리 배우자고 나는 짐짓 관심 없는 척 거실서 TV를 보면서 들어본다.
이 문제를 읽어보세요
"삼 더하기 이는 오"
"맞습니다 어머니. 근데 이건 어떻게 읽지요?"
"는?"
" 그렇죠 어머니, 저희 같은 세대는 계산 위주의 교육을 받아 등호만 보면 정답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왼쪽 수식의 결과 값이 오른쪽에 나와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 결론을 내려하죠. 바로 '는'이라고요."
"그런데 자녀분도 똑같이 '는'이라고 읽더라고요. 요새 초등학교 교육은 사고력과 창의력을 많이 요구하는데 말이죠."
솔직히 첨 들었을 때는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깨달음을 주는 선 문구 같았는데, 한 5초쯤 뒤에 든 생각은 '학습지 팔기 위해 참 애쓴다.'였다.하지만 그래도 도장 쾅, 우리 아이가 학습지를 해야 할 변명(?)을 주었으니까. 연산 법도 아니고, 풀이 과정도 아니고, 원리도 아닌 '같음'을 가르친다는데, 고만고만한 학습 내용일 것도 알고 또 그 고만고만한 걸 시킬 예정이었지만 이만큼 그 학습지를 선택해야 할 멋진 이유를 제공하는 마케팅 문구가 있을까?
마케팅을 정의하는 수많은 문구가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은 '마케팅은 많은 것들 중에 하필 이것을 가져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
" '는' 이 아니라 '같음'을 가르쳐준다니까. 사고의 폭을 넓혀줄 것 같아서."
또래 공동체에 잘 융화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주는 체육 교육과 잠재력 확대를 위한 사고력 공부? 그거면 충분하지 싶다.
"영업하시는 임원분들, 마케팅의 ROI는 이런 거라고요. 광고를 얼마만큼 했더니 매출이 얼마 올랐다가 아니라고객 마음에 무엇을 쌓았는가 죠."
교육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언제까지 이런 말 할 수 있을지 두고보자 할 수 있죠. 저도 당연히 바뀌겠죠. 또 당연히 바뀌어야 하고요.하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저도 함께 더 많이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