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우리 영재새끼(초등 편)- 열 번째 이야기

아이가 책 읽기를 원하면, 책 읽는 모습을 보여줘라

by 위안테스

아이가 책을 읽기를 바라며,

책 읽는 모습을 보여줘라.


1타 강사로 유명한 강사가 토크쇼에

나와서 한 이야기이다.

아버지가 자신 앞에서는 한 번도

핸드폰 등 다른 것을 한 적이 없다고.

본인 혼자 계실 때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와 같이 있는 동안, 같은 공간에서는

항상 책을 읽고 계셨다고 한다.


딱히 무엇을 같이하자

같이 읽고 이야기를 해보자고 얘기를 나눈 적인 없고,

이것을 읽어라

넌 어떻게 생각하냐고 한 번도 문지 않으셨지만,

그냥 묵묵히 자신 앞에서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셨다고...


세월이 지나

아버지가 그렇게 살라고 강요하거나

권유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비거나 고민이 있거나

딱히 무엇인가 할 것이 없으면,

책을 읽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독서가 살면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을 위한 강의 준비를 하면서도,

응원이나 위로를 건넬 때에도,

어디에선가 읽은 책의 내용이,

어느 순간 자리 잡은 삶에 대한 태도와 가치관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사람이 됐다고 한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아버지가 되었고,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도 아이 앞에서는 책을 읽고 있다고.

책을 읽어달라면 책을 읽어주고,

다른 것을 하고 있으면,

그 앞에서 책을 읽고 있다고 한다.


결혼 초... 아내는 아이 앞에서

내가 항상 책을 읽기를 원했다.

그리고 둘 다 갑자기 부모가 되었으니,

육아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도

열심히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왠지 시키면 하기 싫은 남자의 속성인지,

괜한 반발 심리였는지,

유난 떠는 건 아닌지라는 속마음의 투영 때문이지

모르지만 우리는 이 문제로 투락거리게 되었다.


한 번은 정말 심하게 다투고,

반성의 의미로 책을 읽고 감상문을

반성문 써서 주었던 기억도 있다.

몇 번의 갈등 이후 아내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가는 동선마다 책을 놓아둔다.

침대 근처, 탁자, 식탁...

화장실 변기에 앉아 있으면

딱 시선과 손이 가는 곳에

책 한 권이 놓여줘 있었다.

졌다 싶었다.


아내의 지론은

책은 읽으라고 사는 거지,

모셔두는 것이 아니다.


읽다가 감동적인 부분이 있으면

밑줄도 치고, 형광펜으로 칠하곤 한다.


책이 단순히 책장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우리 집에서는

책장에도

바닥에도

거실 창가 아래에도

큰방, 작은방에도 벽 아래에도

어디에든 책이 있다.


거실에 앉아서

잠자리에 누워서 손만 뻗으면

책을 집어들 수 있다.


책 읽기가 즐거움이 되려면,

읽는 행위자체가 재미있었야 한다.

강요와 억압된 분위기에서의 독서는

관리와 강요가 사라지는 순간

물거품이 되기 일쑤다.


그래서 사용한 방법이

단계별 책 읽기이다.

올림포스 가디언 이란

TV 만화를 몇 개 보여주고,

올림포스 가디언 만화 전집을 사서

집에 비치한다.

만화책을 읽고

각종 신들의 이름을 맞히는 퀴즈 놀이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활자로 되어 있는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도록 유도한다.


조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중국 TV 시리즈를 시청하고,

삼국지 만화 전권을 읽도록 한다.

읽지 않았다고 다그치지 않고,

읽은 권수만큼 스티커를 붙여주어

서로 경쟁심을 부추기는 방법을 썼다.

그리고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 퀴즈를 통해

단순히 줄거리를 파악하는 것을 떠나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하도록 했다.


우주에 관심을 보이면 우주 관련 책들을 사서

아이의 생활공간 주변에 놓아두고,

건축에 관심을 보이면

건축 관련 책을,

그 책에 나오는 유명한 건축물을 보러

서울에 가서 직접 사진을 찍게 한다.


아들이 경주를 가고 싶다고 부탁을 했다.

역사책에 나오는 장소를 방문하여

답사도 하고 사진도 찍고 싶다고.

내가 가자고 해서 따라가 줘도

좋을 것 같은데,

스스로 가고 싶은 곳에 데려가 달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아니 무엇을 하자고

어딜 데려가 달라고 부탁하는 것 자체가 좋다.


흔쾌히 수락을 하고,

2박 3일 답사계획을 직접 짜라고 했다.

일정뿐 아니라 이동 동선을 고려해

식당까지 검색해서 정하라고.

나는 그 스케줄대로 움직일 거라 했다.


2023년 설연휴에 우리 가족은

아들의 답사계획에 맞춰

2박 3일 경주 여행을 겸한 답사를 했다.


아들이 짠 계획대로 이동을 하고,

검색한 식당서 식사를 하고.

아들이 사진 찍는 동안

그 순간을 함께했다.

모든 동선이 매끄럽진 않았고,

순간순간 변수들이 있었지만,

딱히 아들의 계획에 개입하거나

수정하려 하지 않았다.


나는 아내가 하는 것에 비해

썩 다정하지도

헌신적인 아빠도 아니다.

솔직히 아내가 하고 있는 것에

딴지 걸지 않는다는 핑계로,

아내에게 전적으로 떠 넘겨놓은 셈이다.


그러니 최소한 운전기사 역할만은

확실하게 하려고 한다.

가고 싶다고 하는 것에

경험해보고 싶다는 것에

다음에라고 하지 않는다.

실내 암벽에 관심이 있으면

월 회원을 끊어 데려가고,

어디 가고 싶다고 하면 일단 간다.

스케이트를 하든

합창을 하든

영재원을 가고

대회를 참가하든

최소한 운전기사로서는 최고다.

다음에...

피곤하니까 나중에란 있을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아빠 역할의 최소한의

마지노선이다.


그리고 아들은 6학년이 되었다.

3월에 다시 경주를 갔다.

저번에 찍은 동굴과월지 야경사진이

맘에 안 든다고 다시 가고 싶다 했다.


그래서 토, 일 1박 2일로 경주에 갔다.

토요일 11시에 출발해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아내공부방이 시작하기 전

2시까지 돌아와야 하는 일정임에도 그냥 갔다.


어떻게 보면

평소에 아빠로서 미안한 감정을

해소하는 나만의 면피이기도 하다.


뭐가 됐든

저번에는 실패했던 사진을

이번에는 성공했다고 좋아하는 아들의

모습을 본 것으로 충분하다.


그 정도면

왕복 9시간의 운전에 비해

과한 성과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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