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다른 브런치북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필사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마음에 들어서 여백에 적고. 책을 다 읽은 뒤에 표시한 부분만 모아서 블로그에 올리고. 그 내용 중 일부를 아끼는 볼펜으로 아끼는 공책에 쓰고. 그런 뒤에도 메모지에 적어서 벽에 붙이거나, 메모 앱에 적고. 대략 이런 과정을 거칩니다.
이번 화에서는 'THE SECOND B'와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내용들을 보여 드리려 합니다. 6화의 제목처럼, 오래 간직하고 싶은 글만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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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이성복 시인의 산문집을 발견했어요. 대단한 산문가입니다. 오랜만에 한국어로 써진 글을 읽는 기쁨을 맛봤습니다. 진정성 있고 아름다운 글이었어요. '아 확실히 글이라고 하는 것은 그 어떤 특별한 상태로부터 나온 목소리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상태가 있지도 않으면서 마구 써내는 글들은 진정성을 갖지 못해요. 이성복 시인이 이 글을 쓸 때 아! 어떤 상태에 있었을까, 그 상태에 있으면 저절로 목소리가 나오는데 그 목소리가 글쓰기가 되고 읽는 사람은 사실 그 글을 읽게 되기보다는 그 목소리를 듣게 되죠. 이게 사실 독서의 대단한 기쁨이에요.
- 154쪽
아도르노에게 사유는 다른 게 아닙니다. 자꾸 다시 생각하는 거예요. 그것이 학문이고 공부하는 거예요.
- 389쪽
돌아보면 늘 내가 놓쳤던 빈틈들만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빈틈들을 연결하면 무엇이 됩니까? 내가 살아야만 했으나 살지 못했던 어떤 삶의 궤적이 보인다는 겁니다. 그러면 남은 생은 이 궤적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거죠.
- 642쪽
삭제하는 일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길이는 아무래도 좋다. 분량이 너무 적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은 유치하다. 일단 써졌으니까 존재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몇몇 문장이 동일한 생각을 반복적으로 변주하는 건 생각이 또렷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최상의 정식화를 선택해야 하고 그것으로 계속 작업해 가야 한다. 구성상 필요하다면 버리기 아까운 사유들조차 버려야 한다. 글이 끝났을 때 전체 구성을 완벽하게 만드는 건 다름 아닌 그렇게 버려진 생각들이다. 식탁에서처럼 마지막 한 입은 먹지 말아야 하며 마지막 술잔은 바닥까지 마시면 안 된다. 그렇지 못하면 그만 바닥을 보이고 만다.
- 725쪽
정말 읽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물론 좋지만, 그중에서도 『상처로 숨 쉬는 법』이 으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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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포크너)
말씀하신 기준에 이르기 위해 어떤 기법을 사용하시나요?
포크너 작가가 기법에 관심을 가진다면 그는 수술이나 벽돌쌓기를 해야겠지요. 글을 완성하는 데에는 어떤 기계적인 방법도 없으며 지름길도 없습니다. 이론을 좇아 글을 쓰는 젊은 작가는 바보라고 해야겠지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통해 스스로 배우도록 하세요. 사람들은 실수로만 배웁니다. 훌륭한 예술가는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충고할 수 있을 만큼 훌륭하다고 믿지 않습니다. 그는 최고의 허영심을 갖고 있지요. 옛 작가를 존경하더라도, 그는 그 작가보다 더 잘 쓰기를 바라지요.
- 462쪽
(프리모 레비)
작가에게 할 말이 있다는 건 매우 중요하지요. 어떤 작가가 정직한 사람이고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있다면, 나쁜 작가가 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명확한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옮길 수가 있으니까요. 반대로 할 말이 없는 작가라면, 글이라는 도구가 있다고 해도 그는 이류랍니다.
- 1,308쪽
'어떤 태도로 글을 써야 하는가' '작가로서 산다는 건 무얼까'와 같은 고민을 합니다. 파리 리뷰의 『작가란 무엇인가』는 이 질문에 훌륭한 답이 됐습니다. 이 책과 아래에 있는 『작가라서』는 텀블벅 펀딩으로 구매했습니다.
[원고를 고쳐 쓰십니까?]
(엘리 위젤)
내용을 삭제하는 건 정말 힘든 일입니다. …… 글은 덧칠할 수 있는 그림과는 다릅니다. 독자가 바라볼 캔버스에 그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조각과 같아서 작품을 드러내려면 덩어리를 제거하고 덜어내야 합니다. 작가가 제거한 그 내용들도 어떻게든 남습니다. 처음부터 200쪽이었던 책과 원래 800쪽이었는데 결국 200쪽이 된 책은 다릅니다. 600쪽이 그 속에 있으니까요. 눈에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 247쪽
연필이나 형광펜으로 밑줄 긋고, 떠오른 생각을 적고, 너무 좋아 여백에 옮겨 적습니다.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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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적인 비유나 숙어를 쓰면 정신노동이 크게 줄어들긴 하지만, 독자뿐만 아니라 자신까지도 문장의 뜻을 분명히 알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비유를 섞어 쓰는 것이 중요하다. 비유의 유일한 목적은 시각적인 이미지를 환기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이미지들이 서로 부딪친다면 글 쓰는 사람이 자신이 거론하고 있는 대상을 속으로 그리고 있지 않은 게 분명하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달리 말해 자기 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해 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
세심한 필자라면 쓰는 문장 하나하나마다 적어도 다음의 네 가지 질문을 할 것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가? 어떤 단어를 써서 그것을 표현할 것인가? 어떤 이미지나 숙어를 쓰면 뜻이 더 분명해지는가? 이 이미지는 효과를 낼 만큼 참신한가? 그리고 스스로에게 두 가지를 더 질문할 것이다. 문장을 좀 더 짧게 쓸 수는 없는가? 꼴사나운 부분 중에 고칠 수 있는 데는 없는가? 하지만 그런 수고를 굳이 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마음을 활짝 열어 이미 만들어진 어구들이 마구 밀려들도록 놓아두기만 하면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관용구들이 대신 문장을 만들어 줄 것이며(어느 정도는 대신 생각을 해 주기도 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필자의 의도를 필자 자신에게까지 어느 정도 숨기는 중책을 수행하기도 할 것이다.
- 267~269쪽
나는 생계 때문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글을 쓰는 동기는 크게 네 가지라고 생각한다(적어도 산문을 쓰는 데 있어서는 말이다). 이 동기들은 작가들마다 다른 정도로 존재하며, 한 작가의 경우에도 시기별로나 시대 분위기별로나 그 정도가 다를 것이다.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순전한 이기심. 똑똑해 보이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싶은, 사후에 기억되고 싶은, 어린 시절 자신을 푸대접한 어른들에게 앙갚음을 하고 싶은 등등의 욕구를 말한다. 이게 동기가 아닌 척, 그것도 강력한 동기가 아닌 척하는 건 허위다. 작가의 이런 특성은 과학자, 예술가, 정치인, 법조인, 군인, 성공한 사업가 등, 요컨대 최상층에 있는 모든 인간에게 공통되는 특성이다. 사람들 절대다수는 그다지 이기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 서른 남짓이 되면 개인적인 야심을 버리고(많은 경우 자신이 한 개인이라는 자각조차 거의 버리는 게 보통이다) 주로 남을 위해 살거나 고역에 시달리며 겨우겨우 살 뿐이다. 그런가 하면 소수지만 끝까지 자기 삶을 살아보겠다고 재능 있고 고집 있는 사람들도 있으니, 작가는 이 부류에 속한다. 나는 진지한 작가들이 대체로 언론인에 비해 돈에는 관심이 적어도 더 허영심이 많고 자기중심적이라고 생각한다.
2. 미학적 열정. 외부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또는 낱말과 그것의 적절한 배열이 갖는 묘미에 대한 인식을 말한다. 어떤 소리가 다른 소리에 끼치는 영향, 훌륭한 산문의 견고함, 훌륭한 이야기의 리듬에서 찾는 기쁨이기도 하다. 자신이 체감한 바를 나누고자 하는 욕구는 소중하여 차마 놓치고 싶지가 않다. 미학적인 동기가 상당히 약한 작가들도 많긴 하지만, 팸플릿이나 교과서를 쓰는 저자라고 해도 비실용적이지만 매력과 애정을 느끼는 낱말들과 문구들이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어도 글꼴이나 여백 같은 것들에 상당한 매력을 느끼는 수가 있다. 철도 안내책자 수준을 넘어선다면, 어떤 책도 미학적인 고려로부터 딱히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3. 역사적 충동.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실을 알아내고, 그것을 후세를 위해 보존해 두려는 욕구를 말한다.
4. 정치적 목적. 여기서 '정치적'이라는 말은 가장 광범위한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 동기는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어떤 사회를 지향하며 분투해야 하는지에 대한 남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욕구를 말한다. 다시 말하지만, 어떤 책이든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 태도인 것이다.
- 292~294쪽
조지 오웰 작가의 사회 비평 에세이도 적극 추천합니다. 문학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배울 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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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란 일회적이며 연기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생은 저축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현재의 많은 것을 연기하고 있지만, 생은 흘러가는 시간이고 우리는 시간을 저축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포기하고 연기하면서 잘못된 시간관을 주입받고 있습니다. 미래에 이미 지나간 것들을 찾을 수 있을 듯하지만, 지금 포기한 무엇은 저축해 놓은 것처럼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불러 모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를 오래 내팽개치면 그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자본주의적 시간관은 항상 '지금 여기'가 아닌 미래를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지금은 하지 말라는, "가만히 있으라."라는 시간의 이데올로기와 같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마지막까지 잘 사는 사람들은 그런 이데올로기를 유포시킨 사람들뿐입니다. 거기에 속으면 나중에 아파트 하나가 생길지는 모르지만 우리의 생은 깡통과 다를 바 없어집니다.
- 344~345쪽
편집이 눈에 밟혀서 읽을 때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책을 내 주셨다는 점만으로도 정말 고맙습니다. 이 책을 읽고 철학자 발터 벤야민의 책을 여러 권 구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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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크 디네센은 '나는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매일 조금씩 씁니다'라고 했습니다.
- 151쪽
고등학생 땐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소설을 좋아했고, 성인이 된 뒤로는 에세이만 읽고 있습니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제 취향에 꼭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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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0월 24일 월요일〉
오늘의 국제문학 시간의 주제는 '나는 왜 쓰는가, 나는 무엇을 쓰는가'라는 거였는데, 나는 정말로 이런 유의 질문을 싫어한다. 나는 왜 쓰지도 않고 나는 무엇을 쓰지도 않는다. 나는 나를 쓸 뿐이다. 그게 왜가 되고 무엇이 된다면 좋고, 안 돼도 할 수 없다. 아무튼 이런 질문들은 나를 귀찮게 만든다. 내가 원고에서 쓴 요지는 나는 이런 질문을 이미 살아넘긴survive 한 사람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질문을 넌더리나게 들어왔는데 왜 여기서도 내가 이런 질문에 마주쳐야 하는가로 시작해서, 나의 체험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내가 쓰고 싶어서 쓸 때 거기에 이미 왜와 무엇이 다 포함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 174~175쪽
『어떤 나무들은』을 읽으며 아이오와 국제 창작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최승자 시인이 쓴 에세이를 사랑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시를 쓰든 에세이를 쓰든 최승자 시인을 닮고 싶어 할 정도로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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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캔필드)
"당신이 바라는 모든 것은 두려움의 건너편에 있다."
- 3쪽
(용기의 선량함)
용기란 힘써서 얻어야 하는 것이다. 겁먹어 달아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상황이 뜻대로 풀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장애물로 돌진하면서 힘들게 용기를 터득한다.
- 13쪽
(마크 트웨인)
"용기란 두려움의 부재가 아니다. 두려움에 저항하고 그것을 장악하는 것이다."
- 15쪽
'철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하다가 뉴필로소퍼로 공부 아닌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과월 호부터 읽기 시작했죠.
용기란 무엇일까요. 전 '이 순간이 아니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고 직감하면 용기를 내서 행동합니다. 첫 에세이를 낸 일도, 브런치를 시작한 일도 용기를 냈기에 할 수 있었죠. 물론 적잖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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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에 대한 생각
(작자 미상)
"당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두 날은 태어난 날과 태어난 이유를 알게 된 날이다."
(칼 안드레)
"인간은 산이 그곳에 있기 때문에 오르지만, 예술가는 작품이 그곳에 없기 때문에 만든다."
- 41쪽
프랑스의 소설가인 폴 부르제(Paul Bourget)가 남긴 경구가 떠오릅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뉴필로소퍼와 함께 나이 들고 싶습니다. 좋은 잡지를 발간해 주시는 바다출판사와 뉴필로소퍼 편집부 관계자분들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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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 벤저민, 소음의 시대, 침묵의 미덕)
비트겐슈타인은 이런 말로도 유명하다. "내가 쓰는 언어의 한계가 곧 내가 아는 세상의 한계다." 문장을 뒤집어도 눈부신 통찰이다.
- 34쪽
시집과 철학 서적을 읽을 때마다 실감하는 내용입니다. 사유와 경험과 독서 들은 '내가 아는 세상의 한계'를 확장하기 위해 하는 것이지 않을까요. 물론 목적의 전부는 아니겠지만요.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을 말랑하게 유지하고, 쉽고 편하게 살면 안 될 듯합니다. 이와 관련해 상담할 때 들은 말이 떠오르네요. '확신하지 말고 확인하자.' 몸도 마음도 유연해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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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지 않은 것들의 가능성을 믿으려 해.
그 가능성조차 믿지 못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거든.
- 146쪽
이수연 작가가 낸 모든 책을 읽었습니다. 무엇보다 진심으로 가득한 내용에 깊이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도 그런데' 하며 공감하고,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을 걷는 저자를 부러워하고, 용기를 낸 모습이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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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는 좋은 문장이란 그냥 우연히 나오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매일 글을 썼고, 쓰면 쓸수록 자신의 문장과 생각에 대해 부족함을 느꼈다. 그 겸손한 태도가 그로 하여금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었을 것이다. "삶 자체를 꾸준히 살피고 있지 못할 때에는 삶의 때가 덕지덕지 쌓여 삶 자체가 꾀죄죄해진다"라는 소로의 말처럼, 나에게도 삶 자체를 꾸준히 살필 수 있는 어떤 행위가 다시 필요하다.
에머슨이 소로에게 물었던 것처럼, 오늘은 소로가 내게 묻는다. "이제 무엇을 할 거니? 일기는 쓰고 있니?"
- 179쪽
쓰면 쓸수록 부족함을 느낍니다. 어쩔 수 없는 거겠죠. 그저 이전의 저보다 좋은 글을 쓰려 하는 수박에 없습니다. 쉽게 쓰지 않고. 편하게 쓰지 않고. 익숙한 패턴이 고착되지 않도록 신경 쓰고. 뻔하지 않은 표현을 고민하고. 여러 분야의 책을 읽고. 그러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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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당신에게 충고를 하거나 도와줄 수 없습니다. 누구도 할 수 없습니다. 단 하나의 방법이 있을 뿐입니다.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십시오. 당신에게 글을 쓰라고 명령하는 근거를 찾아내십시오. 그것이 당신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뿌리를 펴고 있는지를 살펴보십시오. …… 무엇보다도 먼저, 당신이 맞는 밤의 가장 고요한 시간에 '나는 쓰지 않으면 안 되는가'라고 자신에게 물어보십시오. 마음속을 파헤쳐 들어가서 깊은 대답을 찾으십시오. 만약 대답이 긍정적이라면, 만약 당신이 이 진지한 물음에 굳세고도 단순하게 '나는 쓰지 않을 수 없다'는 말로 대답할 수가 있다면, 그때에는 당신의 생활을 이 필연성에 따라 구축하십시오.
- 17쪽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959330
"진짜 중요한 질문을 하세요. '어떻게 하면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기여할 수 있을까?' 하고."
- 지미 더럼(Jimmi Durham)
- 67쪽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기여하는 방법'과 '동료 예술가' 등등. 마음에 남는 내용이 많습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790422
'나를 어떤 존재로 지을 것인가' 라는 물음을 부단히 던져야 한다.
- 24쪽
"'나를 어떤 존재로 지을 것인가'라는 물음을 부단히 던져야 한다." 되새기고 싶은 말씀입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991131
먼저 자신을 알면 모든 일에 있어 현명한 일이다. 작품은 개인의 뿌리에서 피는 꽃이다. 평론가는 여론에 무서움을 탈 경우가 많으리라. 그러나 작가에겐 여론이 어쩌지 못할 것이다. 자기를 한번 정확하게 진단한 이상은 자기의 것을 자기의 투로 써서 천하에 떳떳이 내어놓을 것이다. 이상의 작가들에게서 그 떳떳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나는 무엇보다 즐거운 일이다. 목전에는 독자가 적어도 좋다. 아니 한 사람도 없어도 슬플 것이 없다. 그 고독은 그 작가의 운명이요 또 사명이다. 고독하되, 불리하되, 자연이 준 자기만을 완성해 나가는 것은 정치가나 실업가는 가져 보지 못하는 예술가만의 영광인 것이다.
- 65~66쪽
읽는 시간보다 한자나 단어를 검색하는 데 보낸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다음에 또 읽으면 온전히 책에만 집중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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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만두에 대해서도 간단히 블로그에 올릴 수 있을 거예요. 인스타그램은 말할 것도 없고요.
…
그렇지만 만두 얘기로 책 한 권을 쓰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12만 자를 만두에 대해서만 쓰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단순한 리뷰만 쓴다고 해도 책 한 권 분량을 채우려면 정말 많은 만둣집을 다녀야 합니다. 그 정도 경지라면 확실히 색다른 작가만의 만두관을 갖게 될 것 같고요. 결국 12만 자라는 분량은 더 많이 경험하고 더 많이 사색하고 더 많이 고민해야 써질 수 있는 노력의 나이테 같은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본다면 분량의 의미가 조금 다르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 55~56쪽
한 문장 한 문장이 광고 카피가 되어야
"다음으로 제가 제안서를 쓸 때 주안점을 둔 것은 '문장 그 자체'예요."
저는 출판사에 보내는 모든 문장 하나하나를 광고 카피처럼 쓰려고 애썼습니다. 이는 제안서뿐만 아니라 이메일 제목, 본문 내용까지 모두 마찬가지였고요.
"제안서에 쓰는 문장 하나하나에도 혼을 담으라는 말 정도로 이해하면 되려나?"
단어 하나도 제대로 고르려고 했고, 참신한 표정으로 문장을 채워 제안서를 써 내려갔습니다. 책을 보다가 '아, 이 문장 맘에 들어'라고 생각하며 책장을 접을 때의 마음, 그 마음을 계속 떠올리며 쓴 것입니다.
- 117~118쪽
이런 류의 책은 오랜만인데 정말 만족합니다. 투고를 준비하면서 읽었는데, 도움 되는 내용이 많기에 적극 추천합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790457
종이에 좋은 펜으로 멋진 문장을 베끼는 걸 마음을 가라앉히는 취미로 삼을 수는 있겠지만 그런다고 필력이 저절로 발전할지는 모르겠다.
필사를 하려거든 경쟁사의 신제품을 분해하는 엔지니어의 마음으로, 뚜렷한 목적의식을 품고 해야 한다. 어느 정도 자기 글의 개성과 스타일을 파악한 사람이 닮고자 하는 글을 골라 꼼꼼하게 작품 분석을 한다는 자세로 하는 게 옳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옮기며 구두점의 사용과 행갈이의 호흡을 익힐 수도 있겠고, 챕터를 요약해가며 논증의 구조나 플롯을 쌓는 방식을 배울 수도 있겠다. 그 작업을 펜으로 할 것인지 워드프로세서로 할 것인지, 대상이 되는 글이 한국 작가의 것인지 번역문인지는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합평 역시 마찬가지다. 합평 모임에 참여해서 거둘 수 있는 가장 큰 소득은 부지런하게 쓰게 된다는 것이다. 글 쓰는 동료가 있다는 사실이 용기가 되고, 내가 쓴 글이 남에게 어떻게 읽히는지 가늠하는 테스트 베드 역할도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다른 멤버들은 내가 아니며, 그곳의 조언이나 충고는 걸러 들어야 한다. 그 작은 모임의 평가에 연연하거나 감정을 소모할 이유는 전혀 없다.
- 78~79쪽
정확한 언어로 자기 안의 고통과 혼란을 붙잡으려 할 때, 쓰는 이는 변신한다. 그런 글을 쓰면 쓸수록 그는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간다. 에세이 작가는 단어와 자기 마음을 함께 빚는다. 한번 그 맛을 알면 점점 더 솔직하게 쓰게 된다. 에세이는 사람을 성장시키는 장르다.
- 112쪽
솔직히 책 제목만 봤으면 안 읽었을 것 같습니다. 장강명 작가 이름을 믿고 읽었습니다.
평범한 제목과 내공이 느껴지는 내용의 조합인 듯합니다.
'이 책은 사서 책장에 꽂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강명이라는 석 자에 실리는 무게와 신뢰를 느낍니다.
일부 글은 '장강명의 당신만의 에세이를 쓰는 용기' 내용과 겹쳐서 아쉽습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597385
또 하나의 충고는 이것이다. '부사는 여러분의 친구가 아니다.' … 부사를 많이 쓰는 작가는 대개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할 자신이 없다. 자신의 논점이나 어떤 심상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들로 뒤덮여 있다고 나는 믿는다. … 달리 표현하면 부사는 민들레와 같다. 잔디밭에 한 포기가 돋아나면 제법 예쁘고 독특해 보인다. 그러나 이때 곧바로 뽑아버리지 않으면 이튿날엔 다섯 포기가 돋아나고… 그다음 날엔 50포기가 돋아나고… 그러다 보면 여러분의 잔디밭은 철저하게, 완벽하게, 어지럽게 민들레로 뒤덮이고 만다. 그때쯤이면 그 모두가 실제 그대로 흔해빠진 잡초로 보일 뿐이지만 그때는 이미 늦어버린 것이다.
- 150~151쪽
작가가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두 가지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슬쩍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름길도 없다.
- 176쪽
빼어난 스토리와 빼어난 문장력에 매료되는 것은 모든 작가의 성장 과정에 필수적이다. 한 번쯤 남의 글을 읽고 매료되지 못한 작가는 자기 글로 남들을 매료시킬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독서를 통하여 우리는 평범한 작품과 아주 한심한 작품들을 경험한다. 이런 경험을 쌓아두면 나중에 자기 작품에 그런 단점들이 나타났을 때 얼른 알아보고 피해갈 수 있다. 또한 독서를 통하여 우리는 훌륭한 작품과 위대한 작품을 경험함으로써 자신의 목표를 정하고, 과연 이런 작품도 가능하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리고 독서를 통하여 우리는 다양한 문체를 경험한다.
- 178쪽
여러 해를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도서관에 갔을 때 눈에 보이길래 빌렸습니다.
산문을 쓰는 저에게도 도움 되는 내용이 많습니다
불편해서 죄다 지우고 싶을 만큼 줄표가 많습니다. 욕심을 덜지 못한 듯하기에. 큰 단점이라고 느낍니다.
줄표와 괄호의 95% 이상을 없애도 지장이 없을 듯합니다.
그럼에도, 글을 쓰는 분들께 큰 도움이 되기에 권할 만한 책입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913362
글이 내 안에서 도는 피라면, "책은 다른 이의 몸 안에서만 박동하는 심장이다." 책은 누군가에게 읽힐 때만 의미를 지닌다. 그러므로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모호한 자의식은 제쳐두고, 비용을 지불하고 책을 사는 독자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가져갈 수 있을지를 독자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
글의 총합이 책이 아니라는 것. 좋은 글이 많다고 좋은 책은 아니라는 것. 한 권의 책은 유기적인 구조를 갖고 있으며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와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
- 12쪽
몇 장 안 읽고 느꼈습니다. '마음에 든다.'라고요.
읽다 보면 겸손해집니다. 제 부족한 점을 자꾸 들여다보게 됩니다.
'성숙한 작가의 태도'를 자꾸 곱씹게 됩니다. 배울 점이 많은 책입니다.
또 다른 필사에 관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화. 필사 역사 #1
https://brunch.co.kr/@andahun/17
2화. 필사 역사 #2
https://brunch.co.kr/@andahun/21
모두 보여 드릴 수 없기에 아끼는 글만 추렸습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인스타그램: anda.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