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현대사 518 광주
주말 동안 광주에 다녀왔다. 동기 노무사들과 구 전남도청 건물과 망월동 묘역, 전일빌딩을 둘러보았다. 5.18 기록관과 옛 MBC 건물, 녹두서점 자리도 다녀왔다. 뒤늦게 유명해져 버린 전일빌딩의 총알 자국을 보았고 금남로 3가에 있던 광주은행 유리창에 날아 들어온 총알 자국을 보았다.
옛 전남도청 앞에는 당시 항쟁의 중앙 무대였던 분수대가 있다.
"왜 너는/다른 것이 되어서는 안 되는가/떨어져서 부서진 무수한 네가/왜 이런/선연한 무지개로/다시 솟아야만 하는가(김춘수, '분수')" 떨어질 줄 알면서 다시 오르는 분수대의 물줄기처럼, 1980년 5월 27일 새벽 전남도청의 시민군들은 죽을 줄 알면서도 분수대의 물줄기가 되어 몸을 던졌다.
누군가는 5.18을 폭동이라 말한다. 누군가는 북한의 기획된 집단폭력사태라 말한다. 헌정질서를 유린한 군사 쿠데타로 반란죄 유죄를 인정받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자에 대한 저항이 북한에 의한 것이라니, 이쯤 되면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히틀러의 개입으로 성공했다 정도의 말장난이려나, 하고 넘어가기에는 그 날조와 악의가 결코 가볍지 않다.
5.18 이후 40여 년이 지났다. 분명 과거사다. 그러나 5.18은 과거사가 아니다. 위안부 문제가 그러하듯이, 5.18을 부정하는 세력이 있는 한 광주는 영원한 현대사다. 북한의 개입이 그렇게 분명하다면 왜 발포명령의 당사자는 어디에서도 나타나지 않는가? 북한이 개입했다면 발포 명령의 당사자를 얼른 찾아내서 훈장이라도 수여해야 마땅치 않은가?
왜 쏘았지 왜 찔렀지 트럭에 싣고 어딜 갔지
망월동의 부릅뜬 눈 수천의 핏발 서려 있네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5월의 노래 中
죽은 이들은 죽은 영문을 몰랐고 죽인 이들은 죽을죄였음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