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진심을 다한 한 문장이
열 문장의 말보다 낫다.
엄마가 좋아서.
아이는 단 한 줄로
가슴에 화살을 꽂는다.
이제 막 여섯살이 된 겨울씨. 책상 앞에 앉아 집중하기 시작했는데 내 사랑 껌딱지는 오늘도 자꾸만 다가와 들러붙는다.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착 들러붙는다. 의자 뒤로 살금살금 올라가서 내 몸을 붙잡고 매달린다.
가을씨와 셋이 합의하에 보고 싶은 만화영화를 틀어주고 내 자리로 온 지 불과 3분 정도 지난 것 같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 시동을 걸고 이제 막 피치를 올리던 참인데 갑자기 끄윽 화 비슷한 것이 올라온다.
야아... 방해하지 마
가서 형아랑 영화 봐
그거 보고 싶다고 했잖아
아이는 내 등 뒤에 서 있다가
가만히 몸을 굽혀 내 목을 감으며 포옥 안아준다.
난 그냥,
엄마가 좋아서.
아......
무. 장. 해. 제.
아이의 그 한 마디에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심쿵 하면서 코가 찡하고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이는 세 문장도, 세 문단도 아닌 단 한 문장으로 큐피드의 화살을 애미 가슴에 쏘아 한 방에 명중시킨다.
기습공격에 성공한 아이는 그렇게 유유히 내 무릎을 차지했다. 여느 날처럼 당당히 내 몸 위에 자리를 잡고 함께 그림책을 읽었다. 간지럽히고 농담 따먹기를 하며 시시덕거렸다. 가사를 자기 마음대로 바꾸어 노래하고 끄적이고 아주 신이 났다. 하려던 일은 잊고 그냥 그 분위기에 취해본다. 지금 아니면 언제 하겠어.
때로는 주절주절 설명하기 보다 진심을 가득 담은 한 마디가 나를 살게 한다. 가면을 쓴 표정과 말들이 가득한 세상, 너에게 진심의 말을 배우고 싶다.
그렇게 꽁냥꽁냥 하던 찰나.
첫째가 온다.
엄마, 영화 끝났어.
이제 간식 먹자.
벌써?!!!
아, 나의 시간아.
@글쓰는별사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