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너를 사랑해
<Love You Forever>
Written by Robert Munsch
Illustrated by Sheila McGraw
아이를 키우는 것는 축복일까요. 그럴지도요. 아닐 수도 있고요. 확실한 것 한 가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며 겪었던 힘들고 고된 순간이 시간이 지나며 따사로운 추억으로 미화된다는 거에요. '그 때 참 예뻤지, 그 때가 좋았지' 하면서 과거를 가만히 내려다봅니다.
찰리 채플린이 말했다죠. 인생이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요. 아이를 키우는 동안 벌어지는 일들 또한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아이를 품은 순간부터 양가감정이 자주 느껴지더라고요. 부모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원망스러운 마음이 미친듯이 자주 교차하기도 합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동안 책임과 사명을 느끼며 절절한 사랑에 빠졌다가도 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감정의 폭은 넓어지고 자주 널을 뜁니다.
일곱살, 다섯 살. 요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상은 더 없이 좋지만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는 가끔씩, 어쩌면 자주 파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한 삼일, 아니 단 하루만 혼자 있고 싶다는 마음. 그런 마음을 표현하면 지인들은 오히려 제게 면박을 주곤 했습니다.
파업이라니, 그런 말 하면 못써.
상황이 비슷한 엄마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같이 우울해져서 답없는 대화를 반복하고, 상황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이런 마음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점점 고립되어 가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그렇게 전쟁같은 일상을 보내고 아기는 쌔근쌔근 잠이 듭니다. 세상 예쁜 모습으로요. 잠든 모습을 괜히 한 번 더 바라보고, 괜히 한 번 더 쓰다듬어 봅니다. 성장통인지 낮에 다리가 아프다고 했던 것이 생각나 조물조물 주무르기도 합니다. 그러다 깨면 또 홀랑 깼다고 궁시렁 거릴거면서. 엄마들이란 참.
밤이면 꼭 낮에 아이에게 화냈던 일, 숨이 막히고 불만에 가득 찼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아, 조금만 더 참을 걸, 잠깐 동안 마음을 가라앉히면 되었을 일을, 아이가 다 보고 있는데 조금만 더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을 반성합니다.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하며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평화롭게 잠든 모습을 보며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하루의 에피소드와 감정을 차분히 정리하며 속죄 하기도 합니다.
이 책에는 아기가 태어나고, 두살이 되고 아홉살이 되고, 어느덧 십대로, 성인이 되어 독립을 하고 아이를 키우기까지 일련의 생애주기가 표현되어 있습니다. 아기가 자라는 동안 엄마도 가만히 있지 않지요. 시간이 조금씩 흐르며 중년의 모습으로, 늙고 병든 노인의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네요. 서른쪽 남짓의 그림책에 담겨진 세월의 흐름과 변화가 못내 야속합니다. 내 엄마는 언제다 젊고 건강할 거라는 예상을 여지없이 무너뜨립니다.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아기는 그 사랑을 다시 자신의 아기에게 전합니다. 내리사랑이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어요.
혹시 <고백부부>(2017, KBS)보셨나요?
주인공인 마진주(장나라)와 최반도(손호준)는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기를 낳고 키우던 삼십대 후반의 모습으로 그려지는데요. 이 주인공들이 뿅!하고 스무살로 돌아갑니다.
스무살의 마진주. 첫사랑도 만나고 돌아가신 엄마도 다시 만났어요.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모녀. 어느 날 엄마는 아이를 그리워하는 딸을 보게되고 아이가 생각나 갈등하는 딸을 돌려보내려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예쁜 딸, 예쁜 내 딸, 이제 그만 니 새끼한테로 가.
부모 없이는 살아져도 자식 없인 못 살아져.
울거 없어. 어떤 슬픔도 무뎌져. 단단해져.
그렇게 돼 있어.
하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륵주륵 흐릅니다. 진주에게 아기가 보고싶고 소중한 만큼, 어머니에게도 진주는 자식 없인 못 살아진다는 그 자식인데, 새끼인데...... 그렇게 엄마는 찢어지는 마음을 달래려 애쓰며 딸을 원래 있던 자리로 보내려 합니다.
이 책의 글 작가인 로버트 먼취 작가도 아픈 사연이 있습니다. 작가 홈페이지에 보면 그 이야기가 자세하게 나와있어요. 다섯 명의 자녀를 둔 다복한 작가이지만 그 전에 두 명의 아이를 사산했대요. 아기에게 불러주고 싶은 이 노래가 머릿속에 자꾸 떠올랐지만 부를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하늘로 간 아이들이 떠올라서 눈물만 났대요. 머릿속에 또 입가에 맴돌지만 부르지 못하는 노래를 안고 사는 심정은 어땠을까요. 시간이 한참 흘러 이 노래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써 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때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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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인 제가 좋아서 읽고 아이들에게도 읽어줍니다.
갚지 못할 사랑을 주셨던 부모님을 생각하고 엄마가 가끔 말씀하셨던 '엄마의 엄마', '아빠의 엄마'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뒤표지에 적혀있는 것처럼 시간이 흘러흘러 세대가 지나고 또 지나도 변함없이 책장 한 켠에 자리를 내어주고 싶은 완소 그림책입니다. 할머니가 되어서 손자들에게도 읽어주고 싶어요.
엄마의 삶을 폄하하기도 하지만 저는 엄마인 것이 좋습니다. 이 자리는 고단하면서도 보람된 자리인 것 같아요. 처음이라 서툴지만 서툰 그대로 조건없이 사랑하고 마찬가지로 엄마라는 이유로 아이들에게서 조건없이 넘치는 사랑을 받습니다. 꾸미지 않은 가장 솔직한 날 것의 내 모습을 마주하고 흠칫 놀라기도 합니다. 그 다음은 인정하고, 받아들이고요.
이 모든 인생수업이 누군가의 자식으로, 또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가기에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싶어요.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엄마라는 이름. 지금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요. 힘들 땐 서로 위로하고 당당히 어깨도 펴고 많은 사랑 나누며 살아요.
Love You Forever 세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