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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Sep 08. 2024

이별에게

작년 겨울, 올해 봄, 여름을 함께 보냈던 이를 떠나보냈다.

힘겨운 계절들만 잔뜩 같이 보내놓고 정작 좋은 계절은 아주 짧게 보낸 것 같다.

더 이상 타인에게 사랑받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내 믿음을 깨부수고 나를 온전히 사랑해 주던 사람.

그와의 연애를 통해 좀 더 성숙해질 수 있었고, 나를 좀 더 잘 알게 되었다.

마지막 만남에서 펑펑 울던 그에게 무너지지 않기 위해 울음을 꾹 참고 이야기했던 것들.


더 서로에게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야.
오빠는 좋은 사람이니까. 
미안하고, 너무 고마워. 행복했어.
너무 보고 싶어 져도 우리 꾹 참자. 꾹 참고, 올해가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늦은 시간, 약속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혼자가 되었을 때

내내 괜찮은 척하느라 눌렀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미안함과 아쉬움에 한참을 엉엉 울었다.

다시는 나를 향한 그 눈빛과 웃음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가슴을 저몄다.

그게 마지막인 줄 알았으면 좀 더 따뜻하게 안아줄걸. 나는 사랑을 주는 법도, 받는 법도, 마무리를 짓는 것도 어쩜 이렇게 서툴까. 


오빠는 엉엉 울며 우리가 성향이 맞지 않아 너무 아쉽다고 했다.

그래,  우리가 헤어진 이유는... 서로가 바라보는 삶의 이상이 달랐기 때문이다. 

서로의 가치관을 맞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과정에서 나는 점점 오빠가 안쓰러웠다.

나보다 더 오빠와 잘 맞고, 오빠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았다. 

오빠도 그랬겠지. 

각자의 비어있는 삶의 모양이 서로의 모양으로 채워질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우리는 맞지 않는 조각이라 억지로 끼워 넣는 과정에서 계속 상처를 내고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사실 아직 나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감정을 다 해소하지 못한 것 같다. 어제는 악몽을 꿨다.

어떻게 하면 지금을 잘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시 달려와 나를 안아주면 좋겠다. 괜찮다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고 토닥여주면 좋겠다.

하지만 그건 나의 욕심이니까. 


당신에게 영영 행복한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나를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줘서 고마워.

내가 사랑받을만한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곁에서 따뜻하게 웃어줘서 고마워.

힘든 계절들에 함께 온기를 나눠줘서 고마워.


고마웠어. 잘 가. 조심히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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