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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필로그

1부. 무지개물고기의 사랑

by 앤드장

……,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났다.

민호는 젊은 날의 아련한 기억들을 떠올린다.

‘그날, 어찌해야 했을까?

그때 회사를 떠나지 않고 팀장과 함께 회사를 살리고자 노력했다면 어땠을까?

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당함을 느낄 때 오해를 풀고자 애써야 했을까?

관계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했을까?

자신을 적당히 감추며 그들이 만든 규칙에 맞춰 그들과 같은척하며 살아야 했을까?

좀 더 성숙했더라면.

자신을, 소중한 사람을 좀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새로움을 찾아 떠난다는 핑계로 도피하는 게 아닌 소중한 것들을 위해 노력을 했다면.

진흙탕이 변했을까? 진흙탕이 아닌, 서로를 위하고 회사도 사라지지 않았을까?

모를 일이다.

사람일이란, 세상일이란 정해진 건 없다.

여러 변수가 있고 각자 그만큼 살아가는 것이고 삶은 남을 위해 사는 게 아닌, 자신의 생각대로, 자신의 그릇대로 사는 것이니….

다시 간다면 그때의 나는 같은 결정을 했겠지만, 지금의 나는 새로움을 찾아 떠난다는 핑계로 도피하는 게 아닌 소중한 것들을 위해 노력을 하리라.

어떤 무엇이 바뀌건, 바뀌지 않건 간에….’

민호는 젊은 시절의 아련한 기억을 쫒아 그날의 애처로운 어린민호를 달래본다.


식어버린 커피잔을 내려놓고 전화기를 집어 드는 민호.

잊고 살았던 그들이 궁금하다.

황 팀장과 김 실장은 여전히 의지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흥수는 어머니를 찾아 미국에 갔고 그 후론 소식을 알 수 없단다.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누군가의 아련한 젊은 날의 초상으로 남아 기억 속에 살고 있다.

인생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오리무중속에서 새로움을 찾아 다시 시작하고 새로운 인연이 만들어지며 그간의 인연은 끝이 아니라 계속 살아 이어지며 새로움이 더해지는 게 인생이다.

아직, 우리의 삶은 진행 중이므로….


END가 아니라 AND다.




민호는 어느새 비어있는 차가운 잔에 다시 따뜻한 커피를 채워 한 모금 깊게 마신다.

온기가 몸으로 퍼지자, 마음도 따스해지는 듯하다.

스피커에서는 Love wins All이 흘러나오고 있다.

민호는 고개를 들어 아직도 햇빛에 반짝이는 한강의 윤슬을 바라보며 다시 기억의 편린을 더듬는다.



※ 오리무중(五里霧中) : 짙은 안개 속에서 방향을 찾지 못하는 것처럼, 무슨 일에 대하여 갈피를 못 잡고 알 길이 없음을 일컫는 말.


민호의 삶을 쫓아 2부 "꿈꾸는 사자의 도전"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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