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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 Aug 16. 2022

다시 찾은
나의 여름 방학

Talk터뷰, 네 번째 이야기

느지막이 일어나 TV나 만화책을 보며 한껏 게으름을 피우고 침대 위에서 먹는 복숭아 한 입의 즐거움이 있던 ‘여름 방학’. 지금 어른이 된 우리에겐 추억 속에만 존재하는데요. 여기 특별한 방법으로 다시 여름 방학을 쟁취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반려묘 이름을 조합해 만든 독특한 필명의 그림, 책 작가 진고로호입니다. 

일상 속 따뜻한 시선으로 써 내려간 <미물일기>가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을 받으며 책으로 출간이 되기도 했는데요. 요즘 “하루하루가 방학 같다”라는 작가 진고로호의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작가 진고로호 님의 프로필이 도착했습니다. 친구 추가하시겠습니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진지하면서도 귀여운 이야기를 그리고 쓰는 ‘진고로호’라고 합니다. 진고, 고로, 호순 제 반려묘들의 이름을 조합한 필명이에요.


이력이 특이해요. 공무원 일을 하시다가 관두고 작가로 전향하셨어요.

처음엔 직장에서의 답답함을 달래려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요. 시간이 갈수록 이런 창작 활동이 취미가 아니라 일상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재능이 있어서’라기보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라는 사실 하나가 퇴직을 결정할 수 있는 큰 힘이 됐어요. 그렇게 퇴직 후, 브런치를 통해 글을 쓰기 시작했고 지금은 제 삶의 큰 원동력이 되고 있어요.


글 쓰는 플랫폼으로 ‘브런치’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아마도 제가 마감형 인간이라서? (웃음) 마감이 있어서 꾸준히 쌓아가듯 글을 쓰고 싶다는 갈증이 가득했어요. 공무원을 그만두고 작가로 전향한 직후라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때 독자로 즐겨 찾던 플랫폼인 브런치가 떠올랐고 이곳에서 글을 쓰면 고민이 어느 정도 해소될 거 같아서 연재를 시작했어요. 오로지 ‘연재에 충실히 임하자’라는 목표 하나로요.


연재에 충실히 임했을 뿐인데, 책 출간까지! 작가님의 큰 그림인가요?

그러게요. (웃음) 처음 브런치에서 책으로 출간하자는 연락을 받았을 때 좋은 뜻으로 ‘압도’ 당하는 느낌이었어요. 책 출간 이전에도 굉장히 만족하고 있었거든요. 즉각적으로 제 글을 봐주는 독자님들이 생기고 댓글로 피드백을 받는 게 어마어마한 동기 부여가 되었어요. 연재 초반 무렵, 포털 사이트 메인에 제 글이 소개되는 경사도 있었고요. 그런데 출간하자는 연락을 받았을 때는 말 그대로 ‘로또 맞은’ 기분이었죠. (웃음)


‘로또 맞은’ 브런치북 9회 대상작 <미물일기> 자랑 좀 해주세요. 

<미물일기>는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생명과의 만남을 담은 책이에요. 작지만 대단한 존재에게서 위안과 용기를 얻는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퇴직 이후에 무언가를 이뤄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였는지 자주 밖으로 나가 산책을 했어요. 느리게 걷다 보니 들꽃과 작은 벌레가 눈에 들어오고 지저귀는 새의 노랫소리가 들리면 그들의 이름과 안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럴 때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결과물이에요. 그 시간들의 기록이기도 하고요. 원래 엄마는 제 책을 꼭 사서 보시는데 이번에는 바빠서 계속 서점을 못 가셨어요. 그래서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미물일기>를 보내드렸답니다. 이것도 깨알 자랑인데, 괜찮죠? (웃음)

계속 글을 써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주는 것 같았어요.

그럼 미처 다하지 못한, 브런치북 9회 대상 소감을 들어볼까요? 

한마디로 ‘울컥’한다고 해야 할까요? (웃음) 제가 계속 글을 써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주는 것 같았어요. 연재만으로도 충분히 삶의 동기 부여가 되었는데, 이번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선정된 일 덕분에 아주 큰 성취감을 느꼈어요.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그리고 브런치에게도 고마워요. 어쩌면 포기했을지도 모르는 작가라는 길을 계속 가도 좋다고 말해준 곳이거든요. 뜻밖의 선물들을 선사해주기도 하고요.


뜻밖의 선물들이요?

항상 브런치 댓글을 통해 전해주시는 이야기들이 제겐 선물과도 같아요. 작가 ‘진고로호’라고 적힌 톡명함을 발급해 준 것도 뜻밖의 선물이었고요. 앞으로 당당하게 작가라고 적힌 제 명함을 건넬 수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기도 하고 묘한 책임감도 생겼답니다. 그리고 일상 속 ‘방학’을 되찾게 해 준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선물이죠.



이번 방학에는 완벽한 게으름을 즐겨볼 거예요.


되찾은 방학…! 정말 소중할 것 같아요.

더없이 귀중하죠. 사실 공무원일 때는 하계휴가가 5일이었는데, 휴식을 즐기기보다는 5일 동안 초조한 마음으로 밀린 집안일을 하거나 외출했어요. 마치 월요병을 5일이나 겪는 느낌? (웃음) 그런데 지금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며 하루를 보낼 수 있어요. 최근 <미물일기> 출간 후, 좀 더 여유를 갖고 여름방학 같은 기분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수영 후, 매미 소리를 들으며 산책하고 반려묘들과 뒹굴뒹굴하기도 하고요. 복숭아 먹으며 영화도 보고 하루하루가 방학 같아요. 브런치가 선사해 준 일상 속 풍요와도 같은 것들이죠.


모처럼의 방학 같은 휴가를 맞이하셨어요. 계획이 궁금해요.

작년 9월부터 지금까지 여러 일과 신간 홍보로 정신없이 보낸 터라 진짜 휴식을 취해보려고 해요. 좋아하는 영화, 웹툰도 맘껏 보고 수영도 열심히 가고… 마음 놓고 완벽한 게으름을 즐겨보는 거죠. 


작가님의 ‘완벽하게 게으른’ 방학 시간표가 궁금한데요?

게으름치곤 이른 기상이라 의아하시겠지만, 집사의 의무는 소홀히 할 수 없어요. (웃음) 고양이들 밥 주고 여유롭게 수영을 다녀올 거예요. 요즘 접영에 도전 중이거든요. 점심과 커피는 든든히. 틈틈이 글도 읽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기도 꾸준히 쓸 예정이에요. 방학의 묘미는 ‘방학 일기’잖아요. 


4시부터 6시까지 <은동스> 몰아 보기도 눈에 띄어요.

스노우캣님의 <은동스>라는 웹툰을 정말 좋아해요. 좋아하는 작품이 있으면 몇 번이고 보는 편인데 <은동스>를 다시 정주행 해 볼까 합니다. 애니메이션 <죠르디입니다>도 좋아해요. 귀여워서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아요. 그리고 세계 3대 판타지 소설 중 하나인 어슐러 르 귄의 <어스시의 마법사>라는 책이 있는데요. 삶의 여유가 생길 때마다 읽고 있어요. 혹시 일상 휴가를 즐길 분이 있다면, 제가 말한 콘텐츠들을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예상치 못한 우연과 놀라운 행운이 찾아온답니다.
꾸준히, 차근차근, ‘완주’하세요.


 

 

앞으로의 작업 계획이 궁금해요.

이번 여름방학을 만끽하며 비축해 둔 힘으로 또 다른 도전을 할 거예요. 올가을에 새로운 연재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우선은 몇 달 쉬고 있는 공동 작업실로 다시 출근할 거예요. 작업에 완전 몰두해야죠.


오늘 인터뷰를 하다 보니 저도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드는데요. 예비 작가를 위한 꿀팁이 있을까요?

꾸준히 쓰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매번 완벽에 가까운 글을 쓸 수는 없어요. 어떤 때에는 슬럼프를 겪기도 하죠. 하지만 꾸준히 글을 올린다면 예상치 못한 우연과 놀라운 행운이 찾아온답니다. ‘완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마침 8월 마지막 주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가 열린다고해요. 많은 예비 작가분들의 관심과 도전을 응원합니다! 


이제 진고로호의 카톡 프로필을 완성해 볼 시간입니다!

아무도 제 방학을 방해할 수 없게 배경 사진에 시간표를 걸어둘까 봐요. (웃음) 프로필 사진은 우리 집 고양이들처럼 침대에서 빈둥거리는 사진이 어울리지 않을까요? 근데 또 저의 작가로서의 부캐가 있으니 멀티프로필을 활용해야겠네요! 멀티프로필 이미지는 자랑스러운 톡명함을 걸어둘까 봐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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