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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cingRan Apr 07. 2022

064. 카페인 의존러

내몸탐구생활



064. 카페인 의존러


아침에 한 잔, 점심 먹고 한 잔. 하루에 두 잔 정도는 마셔야 했다. 벌써 10년이 훨씬 넘은 루틴이기도 하다. 커피를 좋아하기도 하고, 커피의 향과 맛과 마시는 시간 모두 즐긴다. 동시에 각성의 효과로 커피를 마신다. 오랫동안 앓아온 수면장애 덕에 수면의 질이 좋지 않고, 카페인에 민감하기 때문에 커피는 여러모로 내게 필요했다. 유전자 검사에서도 카페인 의존도가 높게 나온 걸 보면서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커피는 취향으로나 필요에 의해서도 멀리할 수 없다는 것을.


커피를 마시는 일상은 꽤 오래됐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10대 때 열심히 다니던 교회 정문 옆에는 오래된 자판기가 있었다. 어른들이 마시는 밀크 커피를 몇 모금 얻어 마셨다. 쓰면서 달고 느끼했다. 왜 이걸 마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 친한 친구의 엄마가 커피 한 잔 마셔볼래? 하면서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담고, 병에 들어있는 인스턴트커피를 티스푼으로 2번 넣어 휘휘 저었다. 거기에 설탕을 반 스푼 넣고 다시 휘휘 저어서 내게 건넸다. 색깔은 집에서 마시는 보리차 같았고, 한 모금 마셔보니 달큼하면서 쌉쌀한 차 같았다.


21살쯤 커피를 배웠다. 마시기 위해서가 아니라 팔기 위해서. 대학원생 아들을 위해 가게를 차려준 젊은 사장의 모친은 내게 커피를 가르쳤다. 스타벅스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 그녀는 곧 스타벅스가 많아질 거라고 했다. 미국에서 스타벅스와 에스프레소 커피를 접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몇 백만 원을 들여 머신을 샀다고 했다.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방법부터 휘핑크림을 올리는 방법, 마끼아또 같은 각종 메뉴의 레시피를 가르치며 틈틈이 만들어 보고 꼭 맛을 보라고 했다. 내 생애 가장 많은 종류의 커피를 마셨던 시절이었다. 초코시럽, 설탕시럽, 캐러멜 시럽, 휘핑크림 등이 들어간 달디 단 커피를 매일 마시면서 체중도 많이 늘었지만, 커피의 매력을 그때 많이 알게 됐다. 이후로 캡슐커피에서 에스프레소, 핸드드립까지 다양하게 홈커피를 즐기고 있다.


카페인에 너무 영향을 받기도 하고, 한약을 먹으면서 100  동안 커피를 끊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참으려면 참을 수는 있으나 이제는 굳이 참지 않으려고 한다. 대신 너무 의존하거나 수면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최대한  잔으로 만족하려는 중이다. 적당히 의존하법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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