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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cingRan Apr 11. 2022

068. 촉 (육감) (3)

내몸탐구생활



068. 촉 (육감) (3)


내가 겪었던 일 중에 소름이 끼쳤던 적이 있어. 그러니까 그날은 그냥 나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집에 들어가기 싫었어. 또 어쩐 일인지 일하러 가야 했는데 그것도 너무 싫었던 거야. 내가 살면서 거짓말해가면서 출근하지 않았던 날이 거의 일이 거의 드문데, 그날은 진짜 이상하게도 몹시 가기 싫었어. 사장님한테 전화를 걸어서 오늘은 아파서 하루 쉬어야 할 것 같다고 거짓말을 했어. 홍대 거리 한복판에 있었는데 그냥 그렇게 거짓말을 했던 거야. 그리고 그날은 친구 집에서 자고 집에도 들어가지 않았어. 집까지 가는 버스는 거의 24시간 운행되기 때문에 외박하는 일은 없었는데, 정말 그날은 기분에 따라 집에 들어가지 않았던 거지. 희한하게 느낌이 좋지 않았어. 흔하게 말하는 쎄-한 기분.


다음날 아침에 친구 집에서 나는 늦잠을 자고, 친구는 컴퓨터를 하고 있었는데 아빠한테 전화가 오는 거야. 이른 아침에 연락 올 일이 없는데 하면서 전화를 받았어. 아빠가 대뜸, 너 어디야? 하길래, 응, (친구) 집. 대답했지. 아빠가, 오늘 집에서 절대 나가지 마. 동네에 흉흉한 일이 있었다고 하니까 아빠가 불안해서 전화했어.라고 하는 거야. 흉흉한 일? 하며 통화하는 걸 들은 친구가 뉴스를 검색했지. 당시 내가 살던 동에서 간밤에 살인사건이 있었다는 거야. 20대 남자가 자기 부모를 살해하고, 누나들도 칼로 찔러 다치게 했다고.


그날 저녁에는 출근을 했지. 그때 나는 새벽에 동네 바에서 알바를 했는데, 사장님 집이랑 우리 집이랑 한 블럭 차이라서 같이 퇴근했거든. 사장님이 먼저 골목을 꺾어 들어가고, 나는 한 블럭 더 걸어가서 골목으로 들어가고. 아무튼 출근하니까 사장님이 그러시더라. 너 어제 안 나오길 잘했다고. 무슨 말씀이시냐 했더니, 어제 가게 마감하고 새벽에 집에 가는데 여자 비명 소리를 들었다는 거야. 근데 너무 무서워서 집으로 들어와서 신고하려고 전화기를 들고 계속 창문으로 밖을 살폈대. 한참을 봤는데 사람도 안 보이고 비명 소리도 더는 안 들려서 좀 찜찜했지만 누가 싸웠나? 하고 잠들었나 봐. 알고 보니 아빠가 말했던 살인사건이 우리 집 하고 한 골목 정도의 거리였어. 사장님이 들었던 비명소리는 칼에 찔린 누나가 소리를 지르면서 도망을 갔던 거라고, 아마 나도 그때 같이 퇴근했다면 나는 범인과 마주쳤을 수도 있었을 거라고 하더라고. 그날 낮에는 경찰차와 술렁이는 사람들로 거리가 시끄러웠다고 해. 다음날 낮에 가보니 우리 집에서 정말 몇 걸음 안 되는 빌라더라. 내가 슈퍼 가면서 오며 가며 지나다니던 곳이었어. 범인인 그 아들이라는 놈도 나랑 동갑이었나 그랬던 거 같아. 그 동네에서 오래 살았다면 나랑 초등학교 동창일 수도 있었을 거야. 그런 사건들을 간접적으로 몇 번 경험하고 나니까 새삼 또 살아있는 사람이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어. 사람이 사람한테 가장 무서운 존재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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