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탐구생활 - 오늘의'좋아요'
070. 라일락 꽃 필 무렵
보라색을 좋아해서 라일락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라일락은 가끔 길에서 만나거나 향을 맡게 되면 어떤 특정한 어느 시간과 장소로 나를 데려가는 느낌이 든다. 누구에게나 유독 추억여행을 하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라일락이 그렇다. 왜곡이 심한 내 기억으로는 집 마당에 라일락 나무가 있었다. 내가 태어나고 쭉 자란 반 한옥 집이었는데, 8,90년에 흔히 보이던 그런 집이었다. 우리 집은 좀 더 옛날스러운 단독 주택으로 지붕이 있고 마당이 있었다. 계단은 아닌데 제법 높은 돌이 있는 그런 집. 어릴 때는 마당도 집도 크게 느껴졌는데, 고모 말로는 매우 작은 집이었다고 한다. 아무튼 그런 작은 마당 대문 옆에 라일락 나무가 있었다. 매년 큰 길가의 목련 꽃이 모두 떨어지면 그제야 꽃을 피우고 향기를 뿜어냈다. 저 멀리서 걷다 보면 금세 라일락 향이 느껴져 집에 다 왔구나 안도할 정도로 깊고 짙고 그윽한 향이었다. 곳곳에 슬슬 라일락이 눈에 보인다. 그런 시기가 벌써 왔구나. 나의 봄은 흩날리는 벚꽃이 아니라, 아기자기하고 소박하게 피는 라일락으로부터 온다. 작은 꽃들이 모여 모여 또 그들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소중한 추억이자 진심으로 애정 하는 꽃. 이름도 향기도 생김새도 어찌나 사랑스럽고 예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