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등 유기농 인증 마크도 같이 알아보자
프랑스 와인 코너에서, 어쩐지 어렵고 익숙지 않아서 망설이신 적 있으신가요? 알고 보면 의외로 별 거 아니지만, 알아두면 소소하게 도움되는 라벨 읽는 법을 소개합니다. 자 먼저 아래 사진을 보실까요?
제일 위의 Château la Couspaude는 와이너리 이름입니다.
그 아래의 Grand Cru Classés는 등급입니다. 아뻴라시옹 St-Emilion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등급이 높은 순서대로 Premier Grand Cru Classé 'A', Premier Grand Cru Classé 'B', Grand Cru Classé입니다. 그리고 그냥 Grand Cru라고 쓰여 있으면, 정식 아뻴라시옹으로 등록이 안 된 겁니다. 가장 하위라고 보시면 되어요. 밭 그림 아래의 Appellation Saint-émilion Grand Cru Contrôlée는 생떼밀리옹 지역의 아뻴라시옹으로 와인 품질을 통제/관리한다는 뜻입니다.
그 아래의 S.C.E Vignobles Aubert로 시작하는 부분은 와인이 만들어지는 장소를 뜻합니다. 그리고 제일 아래 붉은 글씨로 쓰인 Mis en bouteille au Château는 샤토(와이너리)에서 와인이 병입 되었다는 말이에요. 이 샤토(Château)라는 단어 대신 domaine이나 propriété라는 단어가 있어도 같은 뜻입니다. 이 표현은 보통 샤토가 소재한 포도밭에서 키운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으며, 포도 농사에서부터 와인 양조까지 와이너리에서 진행된 것을 뜻하죠. 그렇다면 'Mis en bouteille dans nos Caves (Chais)'라고 쓰인 걸 보실 수 있을 텐데요. 이 경우에는 글자 그대로 하자면 와이너리의 셀러에서 병입 되었다 라는 뜻이지만 사실상 포도나 포도액을 다른 데서 구입한 것으로 만들었을 때 이 표현을 씁니다. 치트키 같죠?
제가 가진 와인 중에서 라벨을 골라 보았습니다. 아래 와인들은 제가 알기로는 한국 시장에 진출해 있지 않으며, 저와 어떤 상업적 이해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제일 위의 Domaine de Rosiers가 와이너리 이름, 그리고 그 아래의 Côte-Rôtie가 아뻴라시옹이죠. 역시 꼬뜨 로띠 지역에서 아펠라시옹 등급에 맞게 와인 품질을 통제/관리하고 있고요. 제일 아래 숫자는 2015년 빈티지겠죠?
이 와인의 라벨은 '와이너리에서 와인 병입이 되었다'라는 문장이 우측면에 있네요. 그리고 그 아래는 와이너리 및 와인 메이커 정보이고, 프랑스 와인이며, Contient des sulfites라는 단어는 이산화황 함유라는 뜻입니다.
제일 아래 측 하얀 글씨는 와인 용량인 750ml, 그 옆에는 임산부는 마시면 안 된다는 표시, 그리고 그 아래 알코올 함량이 14%라고 나와 있네요.
다음 라벨을 보실까요?
제일 위의 금색 글씨로 쓰인 Produit de France는 프랑스 산이라는 뜻입니다.
이 와인의 경우에는 Terres du Trias가 와인의 이름입니다. 그 아래 Beaumes de Venise가 꼬뜨 뒤 론의 크루 이름이죠. 2014년 빈티지이고, 그 아래 Mis en bouteille à la propriété라는 문장에서 이 와인이 와이너리에서 병입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죠.
위의 사진은 저 와인이 프랑스 농림부에서 주최하고 파리에서 열리는 CGA(Concours Général Agricole)의 와인 지역별 콩쿠르에서 금메달을 받았음을 보여드리려고 찍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프랑스 농림부 장관이 인증한다는 내용이 있어요. 프랑스어로 저런 동그란 인증 스티커를 마카롱이라고 해요. 이름도 귀엽죠?
자, 그럼 두 번째 와인은 왜 와이너리 이름이 없는지 궁금하신가요? 이런 경우 보통 와인 협동조합에서 만드는 와인입니다. 아래 사진을 보실까요?
이 와인은 Rhonéa라고 하는, 소규모 와인 메이커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에서 생산되는 와인입니다. 뒷면 라벨 제일 위쪽 우측에 적혀 있죠? 그리고 전부 그런 건 아니지만 가끔 뒷 라벨에는 이 와인처럼 페어링 정보가 있습니다. 구운 고기 요리나 트러플 라비올리, 치즈 플레이트와 잘 어울린다고 쓰여 있네요. 그리고 Balma Venitia라는 곳의 와인 메이커들이 만든 와인이라고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 보면 두 가지 로고가 있죠. 오른쪽은 임산부 알코올 섭취 경고, 왼쪽은 흰색과 검은색의 화살표가 만나는 로고인데, 이를 point vert라고 합니다. 와인 메이커가 이 와인을 만드는데 필요한 상자, 알루미늄, 플라스틱 등을 재활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나 폐기물 처리 비용을 지불했다는 뜻이에요. 재활용이 가능한 상품을 의미하는 로고는 아닙니다.
그럼 와인 라벨에 들어가는 다른 로고나 표시 등을 알아볼까요? 먼저 비건 마크입니다.
유럽에서 만들어지는 비건 (채식) 와인 인증 로고에는 보통 4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마크입니다. 이 마크가 있으면, 최종 상품인 와인이나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동물성 성분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으며 (편의상 기준 A로 칭함), 동물 실험을 하지 않았음을 (기준 B) 인증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마크입니다. 이 마크는 기준 A와 B를 모두 충족하며, 이에 더불어 유전자 변형 생물체 (GMO)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음을(기준 C) 인증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 마크입니다. 이 마크는 기준 A, B, C를 모두 충족하며, 포장지에 동물성 성분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음을(기준 D) 인증하는 것입니다.
네 번째 마크입니다. 이 마크는 EVE는 Expertise Végane Europe의 약자로, 기준 A, B, C, D를 모두 충족하며, 이에 더불어 인체에 좋지 않은 물질인 글루탐산, 아스파탐, 비스페놀 A 및 파라벤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음을 인증합니다. 그리고 이 EVE Vegan 마크에는 네 가지 레벨이 있는데요. 포도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의 비건 등급을 말합니다. 레벨 2부터는 95%가량 비건 및 채식 인증을 받았음을 뜻합니다. 레벨 4부터는 100% 비건 및 채식용 농경 과정을 준수했다고 볼 수 있으나, 아직 이 레벨을 받은 와인 메이커는 없습니다. (마지막 인증 심사 2018년 기준)
이제 유기농 인증 로고입니다.
이 AB 로고는 많이 보셨을 거예요. 프랑스에서만 인증하는 유기농 로고로, 합성 성분 및 GMO 성분이 전혀 없음을 인증합니다. 하지만 이 마크를 붙이는 건 선택 사항이지 필수는 아닙니다.
이 나뭇잎 모양 로고는 2010년에 생긴 것으로, 유럽연합국 내에서 통용되는 인증 마크입니다. 이 로고를 붙일 수 있도록 인증을 받았다면 포장지에 로고를 붙이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이 로고와 AB 로고의 차이점이라면 이 나뭇잎 모양 로고는 토양 관리에 대한 항목도 포함이라는 것입니다. 잡초 관리 및 씨앗이나 종자 역시 유기농 방식으로 생산된 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들어가 있습니다.
에코서트라는 이 로고는 유기농 방식으로 생산된 상품에 붙는 인증 마크입니다. 이 인증마크를 심사하고 관리하는 기관이 별도로 있지요. 와인 외에 이 로고가 붙는 경우에는 유기농으로 생산되었을 뿐 아니라 공정 무역 방식으로 생산되었다는 것 역시 포함됩니다.
Demeter라는 로고는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생산된 상품에 붙는 인증 마크입니다. 자연을 최대한 존중하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생산된 유기농 상품에만 붙을 수 있는 마크로, 토양을 우리가 지켜야 할 생물 다양성의 생태계로 간주합니다. 이 로고를 붙일 수 있는 생산자의 포도밭은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 공생하며 함께 성장하고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하며, 자연이 독립적인 유기체로서 잠재력을 발휘하고 자연스러운 사계절의 흐름에 맡겼다는 뜻입니다. 이 Demeter 로고를 받으려면, 그전에 이미 유럽연합에서 인증하는 유기농 마크를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와인의 경우에는 별도의 요구 설명서(cahier des charges)가 있는데, 여기에 명시된 바이오다이내믹 농법 기준을 모두 준수해야 받을 수 있는 매우 까다로운 인증 마크입니다.
그럼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요. 이제는 프랑스 와인 코너에서 조금 더 익숙하게 고르실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