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은 현실의 회피인가, 미래를 위한 준비인가
이제와서 하는 이야기이지만
나는 면접만 가면, 붙는다는 이상한 자신감이 있었다.
대학 시절에도 여행 탐방단에 응모를 했을 때나, 대외활동에 지원했을 때
면접까지 가기가 힘들어서 그랬지,
면접 자리에 갔다 하면 그래도 척척 붙고는 했었다.
지금의 회사도 어렵사리 왔던 면접의 기회를 놓치지 않아서 여기까지 왔었다.
하지만 경력 10년차 넘은 지금,
소위 말빨만으로는 면접에 붙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첫 번째 기회가 왔을 때,
내 경력을 좋게 보고 있다는 헤드헌터의 말에 자신감이 붙었더랬다.
그래서 지원하게 되는 회사, 그 회사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나름 없는 시간을 쪼개서 면접 준비를 했었다.
그리고는 면접을 보는데
"농도C 씨가 주로 했던 경력들이 직무로는 저희 회사와 잘 맞을텐데, 상품군으로는 저희 회사와 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요. 혹시 다른 상품군 MD로도 가능한가요?"
다른 상품군으로의 전직은 그 당시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고
나는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는 채 마지막 질문에 답을 하고 면접장을 나왔다.
그리고, 결과는 예고 없이 냉정했다. 탈락.
첫 번째 결과를 거울 삼아서
두 번째 기회가 왔을 때는 좀 더 폭넓은 선택지를 가져가겠다 마음 먹었었고
다행히도 MD로서의 경험, 다양한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알고 풍부한 협상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 받아서 면접에 합격하고 처우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종합격을 해도 처우에서 맞지 않아서 이직을 못하는 사례가 있다고 들었는데
설마 내가 그 ‘처우 때문에 못 가는 사람’이 될 줄은 몰랐다.
연봉 인상이 아니라 연봉은 기존 직장에 맞춰주고 직급을 올려주겠다는 제안에, '나 1년 6개월 정도 차라리 우리 회사에서 노력해서 승진하면 연봉 차이가 더 날텐데, 내가 굳이 왜 가야하지?' 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땐 몰랐다.
기회가 다시 올 줄 알았고, 나한텐 선택지가 많을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친절한 세계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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