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잘 마무리 해서 내년에 승부 봐야지?
최종합격을 해도 처우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마무리가 되지 않아
결국 나에게 다가온 첫 이직의 시도가 실패로 끝나버렸다.
그때만 해도 나는 '생각보다 준비한 지 얼마 안되었는데 한 곳에 합격하는 경험을 했네?
"운이 좋았던 걸까? 준비한 지 얼마 안 됐는데 한 군데 붙었으니, 곧 또 기회가 오겠지."
그랬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아무 것도 오지 않았다.
그렇게 지방으로 내려온 첫 해가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어느 새, 이 곳에서의 생활에 나름 만족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퇴근 후엔 운동도 하고, 동료들과 골프나 풋살로 땀을 흘렸다.
그 뒤에 마시는 맥주 한 잔이, 묘하게 위로가 됐다.
여전히 업무가 많은 것은 아니었다.
회사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요구하기는 했지만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무언가를 해달라고 하지는 않았다.
비용을 들이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협력사들에게 요청을 하면서
다양한 행사를 기획해보고 진행하면서 한 해를 보냈다.
그리고는 또 다시 그 시기가 돌아왔다.
누군가는 승진을 하고, 누군가는 발령이 나고
누군가는 축하를 받으며, 누군가는 위로를 받는 그 시기가 왔다.
나는 당연하게도 이미 승진을 하려면 2~3년 동안 고과를 다시 쌓아야 했던 상황이라
기대조치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날, 임원이 나와 차 한 잔을 하자고 했다.
네 고과가 어떻게 이렇게 된거냐고, 왜 고과 관리를 하지 않았냐고 했다.
나는 사실대로 말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의도와 다르게 발령이 여러 번 있었고, 21년에 했어야 하는데 미끄러지면서 2~3년을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그 임원은 나에게 본인의 플랜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래. 너 일 잘하는건 다 아니까, 내년에 한 번 잘 해보자. 네가 여기에서 퍼포먼스를 좀 내주고 하면 나도 너를 1번으로 올리고 승진 대상자에 포함시키자고 할 수 있지 않겠어?"
그 말이, 그땐 진심으로 들렸다.
나는 이제야 다시, 회사 안에서 승부를 볼 수 있는 자리에 왔다고 믿었다.
다음 1년 동안 본인을 믿고 너의 역할을 120% 수행했을 때 그만큼의 결과로 돌아올 것이라는 임원의 말은 나에게 동기부여가 되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때 알았어야 했다.
그건 사과가 아니었다.
빠져나갈 구멍까지 다 설계된, 달콤한 독사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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