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러닝에 더 집중하는 이유
회사 안은, 내가 바꿀 수 없는 것 천지였다.
업무에 집중하며 성과를 낸다 해도
팀장이 잘 모르는 상품군이라는 이유로,
혹은 앞으로 타점에서는 만날 일이 없다는 이유로
고과 배제를 받고 나니 정말 직장 내에서 내가 무엇을 더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빠르게 이직을 할 수 있었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던게
2년간 나는 더더욱 FA 시장에서 평가 절하를 당한 선수가 되어 있었고
평가 절하를 당한 채 눈을 하염없이 낮추느냐, 혹은 평가를 다시 높이기 위해
자기 역량을 쌓느냐의 기로에 서 있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나는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분 짓기로 했다.
회사의 발령이나 고과는 내가 난리를 친다고 해서 바꿀 수는 없는 일이었고,
나에게 필요한 것은 소소하게나마 성취감을 맛보는 일이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바닥을 뚫고 지하까지 내려간 자존감을
조금이나마 올려보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코로나 시기부터 조금씩 매월 뛰는 거리를 늘리기 시작했고,
22,23년이 되어서는 월 150~200km 를 뛰는 러너가 되었다.
코로나 시기에 실내에서 농구를 할 수 없었던 것도 하나의 이유이긴 했지만
달리기는 나 스스로,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운동이었다.
내가 훈련을 꾸준히 한다면, 내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때
그만큼의 보상으로 나를 기쁘게 해줄 수 있는 운동이 바로 러닝이었다.
매월 목표한 거리를 채우고,
훈련을 하면서 간헐적으로 열리는 대회에 참여를 하며
이전의 나를 뛰어넘을 수 있는 역량을 기르려고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조금씩 성과를 내 보려고 했던 것 같다.
회사에서는 결과를 내도 인정받지 못했지만,
달리기만큼은 내가 노력한 만큼 결과를 보여줬다.
그게 나를 다시 조금씩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어주었다.
그것이 직장 내에서 온갖 악재로 가득했던 나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비록 세상이 바뀌진 않더라도,
그 작은 성취 하나가, 나를 또 하루 버티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