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 내 마음 속에 '이직'이라는 단어를 새겨본 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다

by 농도C

이직을 하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바로 그동안의 이력을 정리하는 것.

어느덧 나는 10년차 직장인이 되어 있었고,
10년간의 이력을 한 번도 제대로 정리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 참에 입사년도부터
내가 무슨 일을 해왔는지 하나씩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던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기억,
새 브랜드를 런칭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날들.
그때는 정말, 일이 곧 삶이었다.

지금도 물론 일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예전 같지 않은 나를 떠올리니
어딘가 나사 하나가 빠진 채 살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가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렇게 작성한 이력서를 들고,
이직 컨설팅을 하고 있는 지인을 찾아갔다.

“지방에서 서울 근교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네.”
그 말을 건네고 난 뒤,
지인은 이력서를 한참 동안 말없이 들여다봤다.


“그러니까... MD로 4년, 영업으로 4년, 나머지 1년은 스탭이었네?”
“그렇죠. 그렇게 정리할 수 있겠네요.”
“흠... 애매하다. 어느 한쪽으로 강점을 내세우기 애매해.”
“성과는 숫자로 썼긴 했는데, 네 기여가 제대로 드러나질 않아.
프로젝트가 어떻게 시작됐고, 네 역할이 뭔지, 어떤 역량을 썼는지... 그걸 써줘야 해.”


역시, 예상은 했지만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는 걸 다시 느꼈다.

나는 나름 열심히 살아왔고,
회사 안에서는 꽤 많은 걸 해냈다고 생각했는데
이 업계 외부의 시선은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 피드백을 받으면서
나는 그냥 애매한 커리어를 가진 직장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넣을 건 넣고 뺄 건 빼면서
‘나의 전문분야는 이것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포인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인이 냉정하게 지적해준 덕분에
내 이력서를 조금씩,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의 언어로 바꾸는 작업이 가능해졌다.


처음엔 그저 경력 정리일 뿐이라 생각했는데,
결국은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첫 번째 연습이었다.


#보어아웃 #번아웃 #직장인의하루 #감정에세이 #고민 #커리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