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정말 출근해서 이래도 되는 거야?

몸은 회사에 있지만,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나

by 농도C


내 일주일 루틴은 다음과 같았다.
주중 첫 출근일에 이번 주에 집중해서 해야 할 일을 간단히 리스트업한다.
업무가 크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실수하지 않는 데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그 일을 이틀 안에 끝내는 걸 목표로 한다.
1주일치 업무를 이틀에 몰아서 해두면, 자연스럽게 3일 정도의 여유 시간이 생긴다.
이때부터 나는,
몸은 회사에 있지만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상태가 된다.

물론 여전히 새로운 브랜드의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검색을 하기도 하고,

제안서를 보내기도 한다.
그런데 이제는 답변이 오지 않는다고 해도 서운하지 않다.

그저,
‘답장이 안 오는 게 원래 그런 거지’ 하는 마음이 생겨버렸다.
기대가 없으니 실망도 크지 않았다.

가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긴 한다.
하지만 생각했다가 이내 접는다.


돈이 많이 드는 행사는 어차피 어렵잖아.


한동안 멈춰뒀던 블로그에 다시 손을 대봤다.

컨텐츠를 어떤 방향으로 활성화할 수 있을지 혼자 고민해본다.

예전엔 퇴근 후 사진을 편집하고,
다음 갈 곳을 정하고,
공부하고 있는 내용을 써보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 초안을 회사에서 조금씩 잡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꽤 절약됐다.


“나쁘지 않네?”


그렇게 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새로운 업무를 기획하는 시간보다,
내 개인 콘텐츠를 고민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출근해서 하루의 반은 업무에,
나머지 반은 내 일에 집중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그렇게 한다고 해서
내 업무에 구멍이 생긴 것도 아니었다.
정말 이상한 경험이었다.


"업무 욕심을 내려놓으니까, 시간이 이렇게 많이 남을 수 있는 건가?"


이렇게 커리어를 유지하는 게 맞는 걸까?
그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그러면서 점점,
“회사 안에서 다시 한 번 승부를 봐야지”라는 생각보다
회사 밖에 더 눈이 가는 나를 발견했다.

회사도 오래 다녔고,
여기서는 이제 큰 기대를 갖기 어려운 것 같고,
요즘 이직이 워낙 대세이기도 하고.


나라고 이직을 못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조용히,
‘이직’이라는 단어를 마음속에 하나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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