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좋아하는 것은 루틴. 그리고 루틴.
"루틴(Routine)" 은 정해진 일, 습관, 또는 특정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일련의 명령이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계획대로 하지도 못할 거면서 계획 세우는 것을 참 좋아했다.
시험 공부를 할 때도, 프로젝트를 할 때에도, 하다못해 대학교 때 한 학기 동안의 생활비를 어떻게 충당할지도 머릿 속으로 계획을 세워서 시도를 해볼 정도였으니까. 결국 내 하루의 일상은 꽉 짜여진 루틴으로 가득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루틴이 틀어지는 것을 상당히 경계했고, 싫어했고, 루틴이 틀어지면 짜증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루틴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뭔가 하루가 내가 만든 설계도대로 흘러갈 때, 내 삶이 다시 내 손 안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쉬는 날 마저도 아침에는 무슨 운동, 점심에는 뭐하고, 오후에는 운동을 한 번 더 하고 저녁에는 또 뭐하고 식의 루틴을 만들 정도였으니, 이 정도면 루틴 중독자라 해도 될 것 같다.
여튼, 나는 다시 서울로 올라왔을 때
출근을 하는 날만큼은 틈새시간을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출근을 하는 1시간 30분 남짓, 퇴근하는 1시간 30분 남짓을 어떻게 활용할까를 고민했다.
출근할 때는 뭔가를 쓰거나 책을 보거나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지하철의 그 좁디좁은 공간에서 책을 펼친다고 한들 책이 눈에나 들어올까 싶었다.
결국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어야 했고, 나는 모바일 게임 + 영어공부를 하기로 했다.
지방에 있을 때부터 짬짬이 모바일 게임과 영어 어플은 썼었는데,
이게 또 몇백일씩 연속 접속을 하다보니 버리기가 아까웠는지
영어 어플은 1년치 유료 결제까지 하면서 출근길 공부에 도움을 주었다.
모바일 게임은 핑계같지만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오면 최대한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운동을 하러 나갔다. 늦은 시간에는 그래도 집에서 TV도 함께 보고 대화도 나눌 시간도 필요하니까, 그 전에 운동을 끝내려고 했다. 운동할 때만큼은 잡생각이 없어져서 참 좋았다.
이렇게 출근하는 날은 개인 일정이 있는 날이 아니면
최대한 루틴화된 삶을 살려고 노력했고, 그렇게 삶이 쳇바퀴처럼 돌아가면
나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
물론,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 있었다.
내 커리어의 변화가 생기지 않으면 이 헛헛한 마음이 바뀌지 않겠구나.
그렇게 평정심을 루틴으로 붙잡아가며,
나는 다시 경력 이력서를 열었다.
아직 이 긴 터널을 벗어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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