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험이 없는게 죄는 아니잖아?
면접은 전화면접 + 화상 면접으로 진행이 될 거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면접볼 회사에 한 번 가서 그 회사의 분위기도 느껴보는 것을 선호하는지라, 조금 아쉬운 느낌은 있었지만 어쨌든 기회가 생긴 것이니까 긍정적으로 보기로 했다.
첫 관문은 20분 정도의 짧은 스크리닝이었는데, 사전에 조사를 해보니 여기에서도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내심 긴장을 좀 했었다. 다행히 이직하려는 이유, 포지션과의 핏 등등 물어보는 질문에 대해 막힘없이 대답을 해서, 그래도 이 관문은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다행히 다음날 합격 메일이 왔고, 1차 전화 면접을 위해 시간을 알려달라고 했다.
한시간 정도 진행되는 전화 면접이라고 했고, 카페에서 할까 어디에서 할까 고민을 하다가 나는 정말 오랜만에 토즈 모임센터를 알아보고 방을 예약했다. 오후 반차를 쓰고 미리 예약한 토즈 모임 센터를 가서 해당 회사에 대해 정리한 내용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어떠한 답변을 할 지 살펴봤다. 그 정도로 나는 이 회사에 맞는 인재임을 보이고자 하는 마음에 진심이었다.
그렇게 한 시간 가량 전화 면접을 진행하다가, 마지막 즈음에 수화기 너머로 면접관님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2차 면접을 하게 될 때에는, 본인이 공헌했던 프로젝트에 대해서 좀 더 숫자를 명확하게 이야기해주고요. 특히나 이 포지션은 누군가를 리드해서 갔던 경험도 중요하게 보니까 그 내용을 추가해주세요."
그 말이 합격 예고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 조언을 ‘가능성’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당시에 나는 대기업 실무자로 일하는 내가 누구를 리드에서 갔던 경험이라.. 라고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말을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는 일주일이 되지 않아서 다시 합격 메일을 받았고,
2차 면접은 화상면접으로 진행되는데 면접을 4시간(!!!!!!!!!!!!!!)을 본다는게 아닌가?
1:1 면접으로 총 네 차례를 보게 되고, 각 면접당 한 시간씩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면접의 난이도도 난이도였지만, 아주 사람 진을 빼놓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2차 면접 당일, 각 면접관들마다 성향이 아주 달라서 적응을 좀 하겠구나 싶으면 궁금한거 없냐고 물어보고, 어떤 면접관은 대놓고 "그래서 직매입을 해본 경험은 없으시다는 거잖아요" 라고 하질 않나. 어떤 면접관은 본인이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으면서 "본인이 맡은 카테고리에 온/오프라인 비중 정도는 아셔야죠?" 라고 하질 않나.(심지어 내가 말한 데이터가 맞았다)
면접이 끝났을 때 그야말로 초주검이 되었고, 그날 저녁 메뉴로 회전초밥집에 가서 배터지게 먹는 것으로 스스로에게 보상을 줬다.
면접관 네 분이 전원 오케이를 해야 합격 통보를 해준다는 채용팀의 말에
나는 자신감보다는 나를 몰아세웠던 면접관 두 분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고
일주일쯤 뒤에 불합격 결과를 받고 말았다.
2:2 로 합격과 불합격에 대해 팽팽히 의견이 갈렸다는 말,
우리가 채용하고자 하는 레벨보다 하나만 낮았더라면 주저하지 않고 채용을 했을 거라는 말.
위로의 말이었겠지만, 그때의 나는 그 어떤 말도 기분 좋게 들을 마음이 아니었다.
그렇게 나에게 또 한 번의 반전은 벌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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