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가 부족해서일까?
24년에 큰 기회가 그렇게 떠나갔고,
그 이후에도 작은 소소한 기회들이 한 두 번 찾아왔었지만
그 해 말까지 나는 직장을 옮기지 못했다.
최종 면접에서 떨어진 회사가 희망퇴직을 받는다는 말에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고,
내가 지원했던 회사의 포지션이 다시 떴을 때 "다시 지원해볼까?" 라는 마음도 들었지만
해당 포지션이 다시 뜨는 건 분명 이유가 있으리란 생각에 지원을 넣지 않았다.
그 해의 고과를 나름 잘 받고, 팀장님은 연말 회식 때
내년 본인의 목표는 나를 승진시키는 거라고 하셨다.
분명 감사한 말이었고, 세 번째 희망고문이기도 했지만
더 이상 나는 이 말들에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다.
내 미래는 결국 내가 준비하고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회사 안에서 내가 할 일은 최선을 다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회사 안에서 내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있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었다. 꾸준히 나를 시장에 내놓아보고, 기회를 노리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또 한 번의 기회를 만났다.
영어를 많이 써야 한다고 사전에 연락을 받았지만, 2년 넘게 전화영어를 하고 있어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거라 생각했다. 최소한 말을 내뱉을 때 고민을 크게 하진 않으니까. 나름 내 생각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제한이 없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다시금 1차 면접을 합격하고, 2차 면접은 대면면접으로 보게 되었다.
오랜만에 정장을 꺼내입고, 내 회사가 될 지도 모를 그 곳으로 갔다.
지사장이라고 불리는 사람은 완벽한 커리어우먼 상이었고, 나는 한 시간 동안 이게 면접인지, 티타임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흥미로운 시간을 보냈다.
면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나는 거의 확신했다. '이건 된 거다.' 그랬다. 또 그랬다. 3차 면접이 외국인 지사장의 영어면접이라고 해서 영어 면접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그 부분에 온 포커스를 두고 있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고 연락을 받았을 때,
나는 또 한 번 불합격의 쓴 맛을 보고 말았다.
나를 포함한 여러 사람의 면접을 봤었는데
연차를 더 올려서 임원급으로 사람을 채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말.
내 영어가 비즈니스 영어라고 하기엔 좀 아쉬운 수준이었다는 말.
영어가 아쉬운 수준은 맞는데, 임원급으로 사람을 채용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을 거였으면 왜 나랑 비슷한 연차 사람들 면접을 계속 봤을까. 이상하게도 화가 나지 않았다. 그저 허탈했다. 이제는 감정조차 반복되는 절차 같았다. 인생, 참 안풀리는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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