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대로 잘 처리했다. 잘 처리 했는데..
남자 고객은 물 한 잔을 마시면서 본인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럼 제 이야기를 먼저 들으시고 시계를 놓고 갈 테니 환불을 해주든 교환을 해주든 해주세요. 제가 3개월 전에 시계를 샀는데 처음에는 시계가 잘 맞았어요. 당연하겠죠? 처음 산 시계인데. 그런데 지난달부터인가 시계가 조금씩 느리게 가기 시작했던 거죠. 처음에는 2~3초 정도 늦길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1시간에 1분 정도씩 늦어지고 있습니다. 매장에서는 배터리를 교체해 주겠다고 하는데, 솔직히 그렇지 않나요? 제가 시계를 산 지 1년이 넘은 것도 아니고, 겨우 3개월밖에 안 된 시계인데. 심지어 새 상품을 받았는데요. 그런데 그 시계가 이렇게 시간을 맞추지 못한다는 게 저는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앞에 계시는 백화점 담당자님 생각은 어떠세요?”
대팔은 곰곰이 생각해봤다. 내가 만약 고객의 입장이었다면? 분명히 이건 화가 날 일이다. 하지만 시계의 배터리 문제는 새 상품이라 하더라도 해당 시계가 언제 만들어졌고, 입고 시기에 따라 충분히 생길 수 있는 문제이기도 했다.
“우선 고객님께서 그런 일을 겪으셔서 저 또한 안타깝습니다. 잠깐 고객님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기분이 많이 상하셨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 또한 브랜드에게 해당 상품의 교환이나 환불을 요청하려면 이 시계가 불량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로서는 배터리를 교체해 다시 체크해보는 방법이 있는 상황이라, 먼저 교체 후 일주일 정도 시계를 테스트해본 뒤 피드백을 드려도 괜찮으실까요?”
대팔은 일전에도 비슷한 시계 컴플레인을 처리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경험을 토대로 시계를 테스트한 다음 피드백을 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럼 저는 일주일 동안 시계 없이 살아야 해요?”
“네, 고객님. 죄송합니다. 저 또한 협력사에 환불이나 교환을 요청하려면 테스트 절차가 필요합니다.”
“그럼 저는 다시 백화점에 와야 되겠네요?”
“우선은 저희가 테스트를 진행하고 고객님께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이후 고객님께서 편하실 때 방문해주시면 됩니다.”
남자 고객은 본인의 이야기를 할 때에는 세상 억울하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겠다는 태도였지만, 정작 대팔이 설명할 때에는 지구상에서 제일 귀찮은 사람처럼 듣고 있었다.
“아이씨, 귀찮은데. 일단 알겠고, 저는 뭐 배터리만 교체해주네 어쩌네… 이렇게는 못 넘어갑니다. 다음번에 전화 줄 때는 저를 설득하셔야 할 거예요. 아시겠습니까?”
“네, 고객님. 우선 저희가 테스트를 해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남자 고객은 더 얻을 게 없다고 판단한 듯 시계를 탁자 위에 쿵 하고 거칠게 내려놓았다. 금속성 울림이 상담실 공기를 짧게 흔들었다. 그는 계속 꿍얼거리다 상담실을 나갔다.
대팔은 상담실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상담실 직원이 냉수 한 잔을 건네며 말했다.
“대팔 주임님, 이거 드시고 속 차리시고 이제 올라가셔야죠?”
그제야 대팔은 정신을 차리고 테소르 매장으로 향했다.
“주임님, 우선 배터리 교체를 해보고 일주일 정도 암실에 시계를 둔 채 시간을 흘려보겠습니다. 결국 배터리를 교체했을 때 정상이라면 큰 이상은 없다고 보는 것이거든요.”
테소르 매니저는 책임을 피하려는 듯 설명했지만, 동시에 어떻게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였다.
“매니저님, 그 방법은 저도 고객님께 설명드렸습니다. 다만, 제가 궁금한 것은 3개월이라는 시간이 배터리가 닳기엔 너무 짧다는 점입니다. 혹시 매장에 오래 전시되어 있던 제품은 아니었을까요?”
“그렇다 해도, 이번 교체 후 테스트에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네. 그렇게 된다면 저도 고객님을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계는 배터리를 새 것으로 교체하고 일주일 동안 테스트에 들어갔다. 예상대로 시계는 처음 맞춘 시간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대팔은 결과를 고객에게 설명했다.
“고객님, 새 배터리로 교체하고 일주일 정도 암실에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시계 성능에는 이상이 없었습니다. 단순 배터리 방전 이슈로 보입니다. 이번 교체 후에는 문제없을 겁니다.”
일주일 전과 똑같이, 남자 고객은 여전히 못 미더운 표정으로 시계를 이리저리 돌려보다 손목에 차며 물었다.
“보통 시계 배터리 수명이 얼마나 됩니까?”
“제가 알기로는 약 18개월입니다.”
“그럼 최소한 1년 정도는 문제 없어야겠네요. 이번에 새 배터리로 교체했다는 거죠?”
“네, 맞습니다. 이번에는 큰 문제 없을 겁니다.”
남자 고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담당자님 한 번 믿어보죠. 하지만 몇 개월 안에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땐 무조건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겁니다.”
그는 협박 아닌 협박을 남기고 상담실을 나갔다.
대팔은 냉수를 들이켜며 탁자 위 시계 자국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절차대로 했을 뿐인데도, 어딘가 찝찝했다.
#웹소설 #백화점 #컴플레인 #현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