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HIGH-END 13화

Chapter2. 난 개인 정보도 없는 사람이야?(5)

- 어떻게 해야 할까 싶을 때, 해결이 될 때가 있더라.

by 농도C

아까 낮에 받았던 번호가 발신자 기록에 세 차례나 찍혀 있었다.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 이 사람은 어떻게든 나를 괴롭혀서 본인의 목표를 관철시키겠다는 마음을 먹은 게 분명했다. 잠시 분을 삭이다가,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이판사판이고, 자기도 늦은 시간에 전화를 했으니 나도 소심하게 복수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전화를 걸었다.


“아, 신대팔 주임님. 저 낮에 전화 걸었던 ○○○예요.”

“네, 고객님. 제가 내일 출근을 해서 전화를 드리겠다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이쯤 되면 대팔도 마냥 말이 곱게 나가기가 어려웠다.

“아니, 나는 주임님이 빠르게 조치를 취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려고 했죠. 저녁에 테소르 매장을 갔는데 매니저가 같은 가격 한도 내에서 교환을 해주겠다고 하길래, 비슷한 다른 상품으로 교환해서 나왔어요. 아까는 내가 좀 흥분했던 것 같은데, 미안합니다. 빠르게 조치 취해줘서 감사하구요. 그 시계가 나한테는 제법 소중한 시계이기도 해요. 우리 와이프가 항상 내가 싼 것만 차고 다닌다고, 나름 브랜드 있는 시계를 사준 게 그 테소르 시계였거든요. 근데 이게 너무 빨리 고장이 나니까 화가 났던 거죠. 여튼 고마워요!”


뚝— 전화를 끊는 순간, 대팔은 어이가 없었다.

‘내가 조치를 취했다고?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다음 날 아침, 출근 후 오픈 시간이 되자마자 매장을 내려갔다. 테소르 매니저가 활짝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주임님, 좋은 아침입니다!”

“매니저님, 어떻게 된 일이예요? 어제 휴무라고 전달받았었는데요.”

매니저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

“두 달 전에 주임님이 막아주셨을 때, 사실 같은 일이 한 번 더 일어나면 교환이나 환불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본사에도 미리 리포트를 올려 제 손해도 최소화해뒀구요. 막상 일이 벌어져서 시니어한테 연락받고는, 제가 급히 출근해서 교환 처리해드린 거예요. 주임님, 어제 고객 전화도 받으셨다면서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대팔은 순간 울컥했다. 짐짓 태연한 척했지만, 얼굴에 “나 감동받았다”는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매니저에게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며 ‘역시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다’는 생각을 곱씹었다. 사무실로 돌아와 키보드를 두드리는 그의 모습은, 마치 경쾌한 악기를 연주하는 듯 보였다.


“주임님, 괜찮으세요? 아침에 테소르 매장 내려가신 일은 잘 해결된 거예요?” 윤혜 주임이 물었다.

“윤혜 주임님, 가끔 있잖아요. 예상 못한 곳에서 선물 같은 일이 벌어질 때가요. 이런 느낌을 한 번씩 받고 나면 ‘내가 이 일을 선택한 게 영 나쁘지만은 않구나’ 하고 느껴요. 주임님도 이런 작은 경험들이 쌓이면 참 좋을 거예요.”

윤혜 주임은 까칠한 선배의 모습을 상상했다가, 세상 밝은 얼굴로 업무에 몰두하는 선배를 보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래도 일이 잘 풀렸구나 싶어, 자신도 다시 해맑게 업무에 집중했다.


“와, 대박이네요. 그 윤혜 주임님 실수했을 때 등골이 오싹했겠는데요? 과장님 성격에 감정 없이 까칠하게 나왔을 거라 생각하면… 와, 그 주임님 지금도 회사 다니세요?”

시안은 입 안에 고기를 우물거리며 놀란 듯 말했다.

옆에서 듣던 규민이 곧바로 거들었다.

“주임님, 과장님이 왜 감정이 없고 까칠해요? 다소 이성적인 사람일 뿐이지, 사실은 츤데레에 멋있는 분이잖아요. 지난번 시안 주임님이 사고 쳤을 때 뒷처리 다 해주신 것도 대팔 과장님이잖아요.”

분위기를 수습하려던 규민의 시도에도, 대팔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어 그래, 시안 주임. 그 까칠하고 감정 없는 선배가 오늘 저녁 사주려고 했는데, 나 이런 대접 받고 저녁 못 살 것 같다. 오늘은 시안 주임이 내는 걸로 하자.”

“아 왜요오~ 과장님, 제가 그래도 평소에 잘하는 거 아시잖아요~”

“어, 잘하는 거 알지. 사고 잘 치는 거!”


오늘도 평화로운 혜성백화점 명품잡화팀이었다.


#웹소설 #백화점 #컴플레인 #소설 #픽션


ChatGPT Image 2025년 9월 4일 오후 04_31_47.pn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