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 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위험한 법.
명품 세일즈 매니저의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는 다름 아닌 VIP 고객의 컴플레인이다.
최상급 VVIP에서부터 일반 고객에 이르기까지, 명품 매장을 방문하는 순간 고객은 저마다의 기대치를 안고 들어선다. VVIP는 VVIP대로의 기준이 있고, 일반 고객 역시 나름의 기대가 있다.
그중에서도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서비스에 대한 불편 사항이다.
“매장 직원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더라.”
“위아래로 훑어보더라.”
“상품 설명을 대충 하더라.”
이런 이야기들은 흔히 나오는 불만 유형이었다.
대팔이 명품 세일즈를 하면서 제일 경계한 건 하나였다.
‘고객과 협력사원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보기 전까지는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말자.’
고객의 말만 듣고 매장 직원을 다그치는 것도, 반대로 직원의 말만 듣고 고객에게 “고객님이 너무 예민한 거 아니세요?”라는 식으로 응대하는 것도 문제 해결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상황을 더 키워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6월에는 브랜드별로 시즌 오프 행사를 진행할 수 있으니, 저희 점포에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낌없이 지원하겠습니다… 아, 또 그러면 어디까지 지원해줄 거냐고 묻겠지. 에휴, 매번 나만 패를 까네.”
여느 때처럼 대팔은 브랜드와 메일을 주고받으며 프로모션 준비에 몰두하고 있었다. 지금 점포에 온 뒤로는 메일을 정말 많이 보낸다는 걸 실감했다.
화장품 브랜드도, 명품 브랜드도 메일을 유독 좋아했다. 근거가 남아 편리하긴 하지만, 전화처럼 감정을 전달하기 어려워 아쉽다고 느낀 대팔이었다.
그때 시안이 전화로 매장과 통화를 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매니저님, 지금 고객님이 디프레 직원 응대에 크게 화가 나셨다는데요. 문제 일으킨 직원은 반차 쓰고 집에 가버렸다구요?”
“네, 주임님. 막내 사원이 그 고객을 응대한 후에 몸이 안 좋다고 해서요. 실제로 얼굴도 창백해 보였고, 점심도 못 먹길래 제가 일찍 보냈습니다.”
“아니, 그 친구 책임 피하려고 그냥 자리를 뜬 거 아니예요? 고객님은 성의 없는 응대에 너무 기분이 나빠서, 제품명도 제대로 안내 못 하고 말도 웅얼거려서 놀림 받는 줄 아셨다잖아요. 사과받고 싶다는데 직원이 없으면 저는 어떻게 해요? 매니저님이 대신 사과하실 거예요?”
평소에는 후배 사원들의 커뮤니케이션에 크게 관여하지 않던 대팔이었지만, 이번엔 처음부터 들어볼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그는 시안의 전화를 옆에서 들으며 곧장 상담실로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명품 세일즈 매니저 신대팔 과장입니다. 혹시 디프레 건으로 내방하신 고객님, 아직 상담실에 계신가요?”
“아, 과장님 안녕하세요. 아니요, 고객님은 일정 때문에 이미 나가셨어요. 번호만 남겨두고 가셨습니다. 굳이 다시 내방하시진 않을 거고, 연락만 달라고 하셨어요.”
“아, 알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통화를 마친 대팔은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일을 하는 척하며 시안의 반응을 지켜봤다.
‘자, 상담실 쪽은 확인 끝났고… 이제 간만에 코칭 좀 해줄 차례인가?’
마침 시안도 전화를 마쳤다.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듯, 숨을 몰아쉬며 책상에 앉았다. 그는 어떻게 이 컴플레인을 처리해야 할지 골똘히 고민하는 눈치였다.
대팔은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후배가 이번 사안을 어떻게 정리할지 지켜보는 것도 궁금했고, 동시에 자신의 초년 시절 모습이 겹쳐 떠올랐기 때문이다.
잠시 후, 시안이 상담실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대팔이 이미 확인했던 것처럼, 고객이 자리를 떴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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