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에 가면, 항상 느끼는 게 있다.
오랜만에 보는 사람이 있다는 거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20년 가까이 못보다 보는 사람도 있다. 학교 졸업하고 나서 처음 보는 친구들은 그렇다. 오래전 친척분이 돌아가셨을 때도 그랬다. 어렸을 때 보고 처음 만난 분들이 있었다. 얼굴을 보고 긴가민가할 정도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돌아가신 분으로 슬픈 마음도 있었지만, 오랜만에 보는 친척끼리 반가움을 나누기도 했다.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가족들 다 모이게 하려고 돌아가셨나 보네.” 어렸을 때지만, 이 말을 듣고 깊이 공감했다. 만나려고 했으면 언제든지 볼 수 있었지만, 마음을 먹지 않았을 뿐이었다. 돌아가신 분으로 인해, 마음을 먹게 된 거다. 가족들 얼굴 보려고 마음을 먹은 건 아니지만, 결과론적으로 그렇게 됐다.
몸이 모였지만, 결론적으로는 마음을 모인 거다.
몸이 있는 곳에 마음도 있다는 말처럼, 보이는 건 몸이지만 마음이 모였다는 거다. 한 사람의 죽음이 사람들의 마음을 모은 계기가 된 거다. 영화 <명량>에서도, 이순신 장군의 유명한 대사가 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병사들의 마음을 용기로 바꾸기 위해 이렇게 말한다. “죽어야겠지. 내가!” 당신의 죽음으로, 두려움에 마음이 흩어진 병사들을, 용기의 마음으로 모으려는 거였다. 이 생각은 실제가 되어, 적은 인원으로 많은 적과 싸워 이기는 계기가 되었다.
리더의 자기희생이다.
리더가 자기희생을 할 때, 구성원은 그 모습에 감화되어 따르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이런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본다. 영화나 드라마라서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쨌든 마음에 울림을 준다. 자기희생이 마음에 울림을 주는 이유는, 내가 희생되지 않아서가 아니다. 진정한 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구성원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과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에 진정성을 느낀다. 그 어떤 상황도 이겨내는 힘이 진정성이다. 가장 어려운 것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한다. 어렵지만, 그것만 된다면 그 어떤 것도 이겨내는 강력한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