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은 내가 하지만 그 결과는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

by 청리성 김작가

선거 운동이 시작됐다.

선거는 대표자를 선출하는 활동이다. 어떤 공동체든, 영리 비영리를 떠나, 공동체를 이끌어갈 대표자를 선출한다. 대표자를 선출하는 이유는, 공동체 구성원을 대표해서 잘 이끌어달라는 의미다. 구성원의 이야기를 잘 들어서, 공동체가 나아가는 방향에 잘 반영해달라는 의미다. 이 의미를 알아듣지 못하거나,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하는 대표자가 더러 있다. 본래 의미에 반하는 거다. 어떻게 되겠는가? 문제가 생긴다. 잘못된 대표자로 인해 큰 손해를 입기도 한다. 대표자를 선출할 때 잘 생각하고, 손을 들어야 하는 이유다.


선거하면 떠오르는 몇몇 일화가 있다.

선거에 나갔던 적이 몇 번 있었다. 초등학생 때 반장 선거를 나갔는데 매번 떨어졌다. 왜 나갔는지는 잘 모르겠다. 6학년 1학기 때는, 아예 나가지 않았다. 친구들과 친하게 되니, 2학기가 되고 친구들 추천으로 나가게 됐다. 당선됐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반장을 한 거다. 반장 생활이 재미있었다. 반장답지 않게 사고(?)도 좀 쳤었다. 교실에 난로가 설치된 겨울이었다. 친구들과 책상 위를 뛰어다니다가, 연통을 고정하려고 설치한 철사에 머리가 걸렸다. 내 몸은 살짝 떴다가 책상 위에 떨어졌다. 아팠지만, 내색하진 못했다. 철사는 끊어지고 연통이 무너졌다. 아수라장이 된 거다. 사고 친 당사자가 반장이라는 소식이 교무실에 전해지면서, 선생님들께 엄청 눈총을 받았었다.


가장 기억나는 선거가 있다.

주일학교 학생회장 선거다. 주일학교 학생회장은, 보통 고등학교 2학년이 한다. 3학년은 입시로 활동하지 않으니, 최고 선임자인 2학년이 맡게 되는 거다. 1학년 말쯤 되면 선거를 한다. 나는 미사 참례는 했지만, 주일학교 활동은 하지 않았다. 이사 와서 아는 친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중학교 3학년 초반까지 그랬다. 성가를 크게 부르고 싶은 마음에, 성가대에 들어가고 싶었다. 아는 친구가 없어서 망설이고 있는데, 3학년 같은 반이 된 아이가 성가대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잘됐다 싶어 데려가 달라고 했다. 그렇게 주일학교 활동을 하게 됐다.


학생회장은 관심도 없었다.

있는지도 몰랐고, 나간다고 해도 될 가능성이 매우 작았다. 오랫동안 활동한 아이가 있으니, 당연히 그 아이의 몫이라 여겼다. 아이들 사이에서 인지도도 높고,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잠재적 선출자로 되어있었다. 1년 정도 활동했는데, 친한 아이들이 많아졌다. 기억으로는, 회장 선거가, 그 친구 단독 출마였다. 어차피 그 친구가 될 거라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였을까? 친구들이 나가보라고 했다. 그사이 친해진 선생님들도 한번 나가보라고 했다. 단독 출마로 찬반 투표를 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경쟁하는 모습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선거에 나갔다.

선출되겠다는 마음은 아니었다. 그냥 경험이라 생각했다. 재미있을 것 같은 마음이었다. 그렇다고 대충하고 싶진 않았다. 나름대로 잘 준비했다. 연설문을 잘 준비했다. 되든 안 되든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문득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경험의 묶음이라는 표현이었다. 인생은 경험이 모이고 쌓여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그 경험 중 하나가, 이 회장 선거라고 하면서 좋은 경험을 하도록 도움을 달라고 했다. 여기에 더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분위기는 기억난다. 이제 중학생이 되는 아이들도 있었는데, 그들이 듣기에 재미있던 모양이었다. 웃음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잠재적 회장 친구가 연설했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매우 긴장한 표정이었다. 오랫동안 함께했던 동생들인데, 딱딱하게 연설문을 읽어 내려갔다. 분위기는 그냥 차분했다. 연설이 끝나고 투표가 진행됐다. 인원은 대략 200명 정도 되었다.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인원이지만, 그때는 그랬다. 인원이 많았다. 곧 중학생이 되는 아이들이, 5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 친구들이 변수였다. 확실하진 않지만, 이 친구들에게 몰표를 받은 모양이었다. 압도적인 표차로 내가 당선됐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선생님들 사이에서 핫이슈가 되었다. 벌어질 수 없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듣기로 이 친구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잠재적 회장 후보로 낙점받았다고 했다.


선거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이 일이 생각난다.

지금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다. 어떻게 초등학생부터 10년 가까이 활동한 아이가 아닌, 1년 남짓 활동한 내가 선출될 수 있었을까? 연설이 재미있어서였을까? 중학생이 되는 아니들 그러니까, 어차피 둘 다 모르는 아이들의 선택을 받아서였을까? 어떤 이유인지 지금도 명확하게 알 순 없다. 예상할 뿐이다. 회장이 되고, 재미있게 활동했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때의 경험이 주일학교 교사로 이어지고, 더욱 다양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때의 경험을 떠올리면, 사람 일 모른다는 말이 실감 난다. 사람 일 정말 모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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