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어떤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
의도하거나 오랫동안 생각하던 것이 아니라, 그냥 툭 하고 떠오르는 거다.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다짐하거나, 하지 않아야겠다고 결심하는 상황이 그렇다. 필요한 다짐과 결심이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최근, SNS에 올라오는 짧은 영상을 보게 됐다. 우연히 보게 됐는데, 무심코 계속 보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주로, 퇴근길에 보는데 며칠째 자연스럽게 봤다. 본래 퇴근길에는 책을 읽거나 쉬거나 잠깐 잠을 잤다. 때로는 깊은 잠에 빠질 때도 있는데, 일어나면 개운했다.
이런 시간을 짧은 영상에 빼앗긴 거다.
빼앗겼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쉬거나 피로를 풀던 시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것을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툭’하고 들었다. 책을 읽거나 쉬는 시간이, 더 필요한 시간이라 판단됐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이어진다는 거다. 퇴근길에 그치지 않고, 집에 들어와서도 보게 된다. 자기 전에는 핸드폰을 만지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레 손이 가고, 잠깐 보자는 계획은 최소 30분을 넘겼다. 관성으로 이어지는 거다. 마음이라도 개운하면 모를까, 찜찜하다. 왠지, 찜찜한 마음이 맴돈다. 시간을 허투루 쓴다는, 잠재의식 때문이라 여겨진다.
글도 그렇다.
무언가를 써야겠다는 마음에 출발하지만, 종착지는 그와 같지 않을 때가 많다. 첫 문장은 의도했지만, 마지막 문장은 의도하지 않았을 때가 더 많다는 말이다. 마지막 문장뿐이 아니다. 첫 문장에서 이어지는 한 두 문장은 생각하고 의도한 문장이지만, 그 선을 넘어가면 나도 모르게 써 내려갈 때가 종종 있다. 생각하고 의도한 문장이 아니라, 그냥 떠오르는 글을 손가락 끝으로 풀어내는 느낌이랄까? 지금도 약간은 그런 느낌으로 글을 풀어가고 있다.
무언가에 이끌려가는 느낌이랄까?
글을 쓸 때 매번 느끼는 바다. 이런 느낌이 황홀할 때도 있다. 머리가 삐쭉 서고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언제 이런 느낌이 들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손가락 끝으로 전해진다. 전해지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손가락 속도가 그에 미치지 못할 때가 그렇다. 마치 나가는 문은 하나인데, 사람들이 몰려 떠밀리는 듯한 느낌이다. 뒤에서는 밀고 있는데, 손가락 끝에서 나가지 못해 아등바등하는 상황 같은 거다. 몇 번 느껴봤는데, 정말 황홀하다. 짜릿하다. 앉아있는데 심장이 그렇게 뛴다. 달리기까지는 아니고, 빠르게 걷을 때의 심장 박동과 비슷하다.
이런 느낌은 어디서 오는 걸까?
가만히 생각하면, 갑자기 오는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갑자기 오는 것은 없다.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지, 서서히 오다가 ‘확’하고 다가와서 그렇게 느끼는 거다. 평소에 머무르는 환경이 불러오는 신호다. 항상 머물던 환경에서 다른 곳으로 벗어나면, 되돌아오도록 사인을 보내는 거다.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마음이 그렇다. 편안한 마음 혹은 짜릿한 기분을 느끼는 것도 그렇다. 그곳에 계속 머물도록 안내하는 거다.
평소, 어떤 환경에 머물고 있는지가 중요한 이유다.
지금, 이끌려서 머무는 환경이 어떤가? 편안한 마음을 불러오는가? 아니면 불편한 마음을 불러오는가? 편안한 마음을 불러온다면 계속 이끌리는 데로 향하고, 그렇지 않다면 잠시 멈춰서 자기 위치를 살펴보는 건 어떨까? 나에게 보내는 신호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곳에 머물지 말고 나오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