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그곳에 머물러야 이루어진다.

by 청리성 김작가

천장에 빗물이 새면 대야를 받쳐둔다.

지금은 이런 광경을 보기 어렵지만, 어릴 때는 이런 상황이 더러 있었다. 공공기관에 가도 그렇다. 오래된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 어딘가 하자가 생기게 마련이다. 빗물이 떨어지는 양과 속도는 다르다. 처마 밑에 빗물이 떨어지듯 계속 떨어지는 곳도 있고, 링거에서 약물 방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듯 시간을 두고 떨어지는 곳도 있다. 떨어지는 양에 따라 양동이나 대아의 크기를 달리해서 놓아둔다.


천천히 떨어지는 곳은, 종일 둬도 괜찮아 보인다.

한 방울씩 종일 떨어져도, 양이 그리 많지 않으리라고 예상한다. 빠르게 떨어지는 곳만 수시로 살피면서, 받쳐둔 도구를 갈아주면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무심코 뒀던, 천천히 떨어지는 곳의 대야가 넘치는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제야 서둘러서 다른 대야를 가지고 와서 교체한다. 조금 더 큰 대야로 가져온다. 넘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이유가 뭘까? 작은 대야를 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방심해서다. 한 방울씩 떨어져서 언제 다 채우겠냐는 생각 말이다.


낙숫물에 바위가 뚫린다는 말이 있다.

깊은 산 속이나 절이 있는 곳에 가면 볼 때가 있다. 물방울이 하나씩 떨어지는 곳의 바위가 살짝 패인 것을 볼 수 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야 그렇게 되는지는 모른다. 수백 년의 시간이 걸렸는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물방울이 한 곳에 오랫동안 떨어지면 바위도 뚫는다는 사실이다. 한 방울씩 빗물이 새는 곳의 대야가 다 차듯 말이다. 아무리 작고 미약한 물방울이라도, 시간이 쌓이면 그 양이나 힘도 쌓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곳에 오래 머물러야 하는 이유다.

무언가를 달성하겠다고 다짐하고, 그곳에 머문다. 그곳이란, 공간일 수도 있지만, 하고자 하는 것의 환경을 말하기도 한다. 공부하겠다고 하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에 머물러야 한다는 말이다. 시험을 봐서 합격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공부할 환경이 아닌, 그렇지 못한 환경에 머물면 어떻게 되겠는가? 공부가 제대로 되겠는가? 시험에 합격할 수 있겠는가? 운이 좋으면, 합격이 가능하겠지만,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옳다. 그것은 요행이고, 요행을 바라는 삶은 한두 번은 통할지 몰라도 계속은 어렵다. 한두 번 통하는 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착각게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곳에 머물러야 한다.

머물러 있어야 결과를 낼 수 있다. 빗방울이 모이거나 떨어지는 물방울에 바위가 뚫리듯,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이곳에 잠시 저곳에 잠시 있다가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무언가를 달성하는 것이 그래서 어려운지도 모른다. 노력하기도 어렵지만, 한곳에 오래 머물러 있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 달성될지도 모를 막연한 곳에 머문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한 가지 일을 멈추지 않고 계속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어렵다. 해본 사람은 안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매우 어려운 일지만, 하기만 한다면, 원하는 것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곳에 가길, 그리고 그곳에 머물러 있길. 그래서 원하는 것을 이루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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