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에 필요한, 발신자와 수신자의 의미

by 청리성 김작가

소통의 문제는 어디에서 올까?

오래전에 이런 표현을 사용해서 글을 쓴 적이 있다. “발신자의 의미와 수신자의 의미.” 발신자는 말하는 사람이다. 말하는 사람은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아 말한다. 수신자는 어떨까? 발신자가 의도한 것을 잘 파악해서 의미를 받아들일까? 발신자는 당연히 그렇게 여기고 말하지만, 아니다. 수신자가 받아들이는 의미는 다를 수 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데도 그렇다. 회의 시간을 봐도 그렇지 않은가? 같은 지시 사항을 전달받아도, 이해하는 게 다르다. 회의 마치고 이렇게 이야기를 나눈다. “그게 그런 의미였어? 이런 거 아니었어?”


발신자의 의미를 잘 파악하는 사례도 있다.

신뢰가 두터운 관계나 오랜 시간 함께 한 사람들은 그렇다. 신뢰가 두터운 관계는 서로의 속마음을 자주 나누기 때문에, 이해가 빠르다. 오랜 시간 함께 한 관계는,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유추할 수 있다. 다 맞는다고 말할 순 없지만, 정확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신뢰를 쌓을 시간이 안 됐거나 오랜 시간 함께하지 않은 관계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상대방이 한 말이 이런 의미가 맞는지, 자기가 이해한 내용을 확인하면 된다. 어설프게 안다고 여기는 사람들보다 정확도가 더 높다. 어설프게 안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잘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통은 누구의 문제일까?

발신자가 문제일까? 수신자가 문제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의 문제다. 사람은 자기중심으로 말하고 듣는다. 말하는 사람을 잘 살펴보면 그렇다. 이야기할 때 어떤 예를 든다고 하자. 어떤 예를 들까? 최근에 경험한 내용이나 관심을 두는 내용으로 예를 든다. 자세히 듣지 않았다면, 앞으로 잘 들어보면 알아차릴 수 있다. 누군가 말하고 나서, “당신 최근에 그 경험을 했나요?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가 그것인가요?”라고 물으면 어떻게 알았냐고 신기해할 거다. 자신이 다 말했으면서 말이다.


듣는 것도 그렇다.

자기중심으로 듣는다. 듣는 사람도 자신의 최근 경험이나 관심을 두고 있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춰서 해석한다. 빨간색 차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하면, 누군가가 빨간색을 언급할 때 빨간색 차를 떠올린다. 누군가는 지붕을 떠올릴 수도 있다. 최근에 빨간색 지붕을 봤다면 말이다. 같은 내용이라도 자기중심으로 들으니, 해석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같은 현상을 보고 다르게 해석하게 된다.


만 보 걷기를 예로 들면 이렇다.

건강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100세 시대에 접어들고, 오래 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의미가 있다고 여긴다. 건강하게 살려면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해야 한다.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다 중요하지만, 운동이 특히 중요하다고 한다. 운동은 해야겠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시작하는 것이, 걷기다. 전문가들이, 걷는 것만으로도, 운동 효과가 있다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어딜 가나 걷는 사람이 많다. 점심 먹고 산책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만 보 걷기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는 모른다.

어떤 기준으로 나왔는지도 모른다. 걸음 수를 재는 도구를 ‘만보기’라고 표현하는 것도, 왜 그런지 알 수 없다. 아무튼. 만 보 정도는 걸어야 운동이 된다는 말인 듯하다. 만 보를 걸으면 건강에 좋다고 여기는 거다. 이에, 다른 말도 있다. 만보 걷기가 건강에 좋은 것이 아니라, 하도 운동하지 않으니 만 보라도 걸으라는 의미라는 거다.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닌 듯했다. 만보 걷기라는 활동이 누군가한테는 충분한 것이지만, 누군가는 최소한이라고 말하는 거다.


충분과 최소한은 엄연히 다른 말이다.

같은 만 보 걷기지만, 해석하는 의미가 다르다. 같은 현상을 다르게 해석하는 거다. 일상에서 이런 상황은 비일비재하다. 어떤 상황에 대해 “좋아!”라고 동의하지만, 무엇이 좋은지는 서로 다를 수 있다. 이 다름을 아는 것과 그냥 넘어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그때는 좋다며?”라고 묻는 상황이 생긴다. 왜 좋은지를 알았다면, 상황에 따라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텐데 말이다. 한 단계 더 들어가는 질문이 필요하다. 좋다는 말에 대해 알았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좋은지를 묻는 거다. 이유를 알면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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