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공존한다.

by 청리성 김작가

오랜만에, 백봉산에 올랐다.

오늘 산을 오르기로 계획했던 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일과를 정리하다가, 오랜만에 산을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실행에 옮겼다. 산에 오르자는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집을 나섰다. 가끔 올랐던 산이어서 산책하는 기분으로 가볍게 출발했다. 오랜만에 올라서였을까? 아니면 체력이 떨어져서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날씨 탓이었을까? 올라가는 길이 참 힘들게 느껴졌다. 이유는 명확하게 알 수 없었다. 복합적인 문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계속 올랐다. 중간지점인 평지까지 올랐을 때, ‘여기까지만 하고 내려갈까?’라는 마음이 올라왔다. 이내, ‘이왕 올라온 거, 정상까지 가야지?’라는 마음이 올라왔다.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올라서 그런지, 감이 좀 떨어졌음을 느꼈다.

‘아! 이제 정상에 다 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길이 나왔다. ‘아닌가?’ 의구심을 품고 계속 걷다가, ‘아! 이제 정말 다 왔구나!’ 했는데 또 아니었다. 다 왔다는 생각으로 마지막 힘을 냈는데, 아니었다는 사실에 기운이 빠지기도 했다. 정상에 다 왔다는 위치를 알리는 코너를 확인하고서야, 정말 다 왔다는 것을 확신했다. 정상에 도착하고 나서야, 기운이 다시 돌았다. 바로 앉지 않았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주위를 계속 돌았다. 호흡이 진정되고 나서, 계단을 타고 전망대에 올라갔다. 주변 경관을 바라보는데, 날씨가 맑아서인지 멀리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경치를 눈에 담고 하산을 시작했다.


산을 오르고 또 내려가면서 느낀 것이 있다.

새로운 건 아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했던 길이, 새삼스레 새롭게 다가온 거다. 오르막과 내리막에 대한 부분이다. 오르는 길이라고 해서, 항상 오르막만 있는 것이 아니고, 내리막길이라고 해서 항상 내리막만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산을 올랐던 사람이라면, 당연한 거 아니냐고 반박할 수도 있겠다. 맞다. 당연한 사실이다. 올라갈 때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면, 내려올 때는 반대가 된다. 오르막이 내리막이 되고 내리막이 오르막이 된다. 알고 있었지만, 새롭게 다가온 이 사실을 사람에 비교해서 생각해 봤다.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항상 좋은 사람 혹은 항상 나쁜 사람은 없다. 어떤 때는 내리막길처럼 편안하고 좋은 관계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때는 오르막길처럼 숨 가쁘게 하고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두 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다. 주변에 가까운 사람을 떠올려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누군가는 오르막이 많고, 누군가는 내리막이 많을 뿐이다. 어떤 사람도 오르막만 있거나 내리막만 있진 않다. 보지 못했거나 보려고 하지 않았을 뿐, 다 가지고 있다. 마냥 좋은 사람도 없고 마냥 나쁜 사람도 없다.


일할 때도 마찬가지다.

어떤 프로젝트를 한다고 하면 이렇다. ‘A’라는 사람은 큰 도움이 되지만, ‘B’라는 사람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다른 프로젝트를 할 때는 다르다. ‘B’라는 사람은 큰 도움이 되지만, ‘A’라는 사람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든 면에서 다 잘하는 만능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그렇지 못하다. 어떤 부분은 잘하지만, 다른 부분은 잘하지 못한다. 강점과 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고려해야 한다.


훌륭한 목수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들었던 여러 이야기 중에 손에 꼽힐 정도로, 항상 되새기는 이야기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훌륭한 목수는 좋은 목재의 귀퉁이가 썩었다고 해서, 그 나무를 버리지 않는다.” 훌륭한 목수는 썩은 귀퉁이만 잘라내고, 그 나무를 활용해서 좋은 작품을 만든다는 말이다. 이 말을 듣고 매우 큰 감명을 받았다. 이 이야기는 리더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지만, 사람을 대하는 모습에도 접목할 수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닌가? 사람이 어떻게 완벽할 수 있겠는가? 사람은 누구나 좋은 점이 있다면, 안 좋은 점도 분명히 있다. 희한한 건, 누군가는 좋은 점만 보이고, 누군가는 나쁜 점만 보인다는 거다.


왜 그럴까?

좋은 사람이라고 판단한 사람에게서는, 좋은 점만 본다. 나쁜 사람이라고 판단한 사람에게서는, 나쁜 점만 본다. 과연 옳은 판단일까? 아니다.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바라보면, 누구나 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르막이 더 길고 내리막이 더 긴 구간이 있는 것처럼, 사람도 나쁜 점이 더 많거나 좋은 점이 더 많은 것뿐이다. 훌륭한 목수와 같은 태도를 갖춘다면 어떨까?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를 달리해보면 어떻겠냐는 말이다. 나무 그러니까 타인이 문제라고 말했다면, 타인이 문제가 아니라 그를 바라봤던 나의 시선이 잘못됐다고 인정하는 거다. 그리고 타인의 좋은 모습으로 시선을 옮기고 그것에 집중하는 거다. 시선을 달리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작품을 만든 목수처럼 될 수 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목수의 태도에 따라서 썩은 나무가 좋은 작품이 되듯, 나쁜 사람이라고 여겼던 사람에게서 좋은 몫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스스로 이렇게 질문해 보자.


“나는 사람을 대할 때 과연 좋은 목수가 되는가? 아니면 그렇지 않은 목수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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