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빛으로 나아가는 마음이다.

by 청리성 김작가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25년 희년을 선포하시면서, 제시한 주제다. 성경의 한 구절인데, ‘희망’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희망’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빛이 밝게 비치는 모습이 떠오른다. 희망은 기대를 품게 한다. 지금보다 더 좋아질 거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희망이라는 단어를 말하면서, 침울한 표정을 짓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없다. 희망이라는 단어를 말할 때는 표정이 밝고 눈이 빛난다. 지금 처한 상황이 어둡더라도, 희망을 말하면서 마음은 이미 빛으로 나아가고 있다. 터널 끝에 보이는 빛을 보며 터벅터벅 걸어가는 모습처럼 말이다.


희망은 빛으로 나아가는 마음이다.

어두움에 갇혀있을 때, 움츠리고 있거나 가만히 있다고 빛으로 나아갈 수 없다. 자리에서 일어나 빛이 비치는 곳으로 방향을 틀고,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터널을 통과하는 것도 그렇지 않은가? 가만히 있으면 터널에 그대로 있게 된다. 터널을 빠져나오려면,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초반에는 빛이 보이지 않지만, 계속 걸어가면 희미한 불빛이 보이고, 더 나아가면 입구에서 빛이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희망으로 만나는 빛이다.


희망은 어둠을 이겨내는 힘이다.

삶에 어둠이 드리워질 때, 그 어둠을 뚫고 일어서는 힘은 희망에서 온다. 삶에 드리워진 어둠이 무엇인가? 현재 겪는 힘듦과 어려움 그리고 고통이다. 항상 밝은 날만 있으면 좋겠지만, 인생이 어디 그런가? 날씨도 그렇지 않은가? 매일 맑은 날만 있다고 좋지 않다. 겪어보지 않아도 예상할 수 있다. 최근 며칠 비가 오기 전에는, 한동안 햇볕이 쨍쨍한 날이 계속됐었다. 어땠을까? 덥고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비가 한 번 왔으면 하고 바랐다. 며칠 비가 계속 오니 어땠을까? 이제 좀 그쳤으면 하고 바랐다. 사람 마음이 이렇다. 현재 날씨 상태에 따라 어둠과 빛으로 갈리는 게 아니다. 마음의 방향이 빛과 어둠을 가른다. 비가 와도 마음은 빛일 수 있고, 맑은 날이어도 마음은 어둠일 수 있다.


임용고시를 준비할 때가 떠오른다.

노량진역에서 내려 학원으로 향하는 길에는, 또래로 보이는 많은 사람이 함께 이동했다. 커다란 강의장에서는, 움직일 틈도 없이 빽빽하게 앉아서 수업을 들었다. 수업이 끝나면 식당에서 밥을 먹는 사람도 있지만, 도시락을 싸 오는 사람도 있었다. 나도 그랬다. 도시락을 들고 휴게소에 들어가 책을 보면서 밥을 먹었다. 빈 강의실은 매우 고요하다. 공부하는 사람과 지쳐서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는 사람이 군데군데 앉아 있다. 시간이 지나 하늘이 어둠으로 깔리면, 뒷모습만 봐도 지쳐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둘 지하철역으로 이동했다. 하루를 마감하고 또 다른 하루를 준비하기 위해 귀가하는 거다. 어둠 같은 시간이다.


기간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목표한 시험에 통과할 때까지, 그렇게 하는 거다. 짧게는 1년 길게는 몇 년을 이렇게 매일 생활한다. 나는 8개월 정도 열심히 준비했는데, 떨어졌다. 사정상 더는 준비하지 못하고 포기했다. 사법시험만큼은 아니겠지만, 임용고시도 고시라고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몇 년을 그렇게 고생하는 사람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절로 올라온다. 어둠 속에서 헤매는 느낌 때문이다. 이들이 몇 년을 계속 이렇게 생활하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가? 조금만 더 열심히 그리고 잘하면, 원하는 시험에 합격해서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희망은 이렇게, 어둠을 이겨내는 힘을 준다. 이들은, 어둠 안에 있더라도, 마음은 빛으로 향하고 있는 거다.


희망이 있다면 어둠이 부끄럽지 않다.

어둠이 절망적이지 않고, 어둠 안에 있는 것이 부끄럽지 않다. 어둠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빛으로 나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빛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아는 이들은 그렇다. 남들이 하니까 그냥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 부끄러워한다. 지금 자기 상황을 부끄러워한다. 마음에 희망을 품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다. 희망을 품은 사람은 어디서도 밝음을 잃지 않는다. 마음에서부터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기운이 그렇다. 현재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어디로 향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나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희망인가? 절망인가? 빛인가? 어둠인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