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표현하는 말이 있다.
‘지상 나그네’라는 표현은, 이 세상에 와서 나그네처럼 잠시 왔다가 돌아가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이리저리 다니다가 떠나는 삶을 말하기도 한다. 나그네는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는다. 많이 소유하면 나그네로 살기 어렵다. 소유하려고 하지 않는 나그네처럼, 그렇게 지상에 왔다가 돌아가는 것을 삶이라고 한다. 비슷한 표현으로 ‘소풍’이라는 말도 있다. 소풍처럼 재미있게 살다 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거다. 세상을 떠나는 날, 지나온 여정을 소풍이라고 느낀다면, 정말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소풍이라고 해서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을 말하는 건 아니다. 추억이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 많다는 거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 많다면, 그것이 바로 소풍이 아닐까?
세상에 파견되었다는 표현도 있다.
지상 나그네와 비슷한 듯하지만, 뭔가 비장함(?)이 묻어난다. ‘파견’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있다. 주로, 회사에서 사용하는 표현이다. 회사에서 다른 회사 혹은 다른 부서에 도움을 주기 위해 보내는 것을 말한다. 본인의 역할이기는 하지만, 본인의 의지보다 회사 혹은 부서의 상황에 따라, 부여받는 역할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하다. 파견은 대체로, 필요한 곳에서 요청해야 보내기 때문이다. 아무런 요청도 없는데 다른 회사나 부서에 간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이런 느낌이라면, 세상에 파견되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할까?
필요한 사람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요청에 따라 보내는 것이 파견이라면, 삶의 파견도 그렇지 않을까? 세상에 꼭 필요한 부분이 있으니, 태어난 것이라고 말이다. 그 역할이 무엇인지 바로 알아차리는 사람도 있고 한참을 헤매다 찾는 사람도 있다. 떠나는 날까지 찾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도 있다. 역할을 직업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더 포괄적으로 보는 게 맞는다. 역할의 의미는 넓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꿈을 물어보면, 직업으로 대답한다. 꿈은 직업 그 이상을 말하는데, 직업이 꿈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한정적으로 정의할 때, 벌어지는 오류다. 역할도 마찬가지다. 역할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역할의 의미는 무엇일까?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지만, 지금 말하는 삶으로 보면,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내가 하는 활동이, 세상에 어떤 필요를 채워주는가?’ 역할은, 직접적인 것도 있지만, 간접적인 것도 있다. 역할에 경중은 있지만, 필요 여부를 논하는 건 곤란하다. 공동체에서도 가끔 느끼지 않는가? ‘저 사람의 존재 이유는 뭘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없을 때 존재 이유를 느끼게 되는 사람. 공기와 물처럼 있을 때는 모르지만, 없으면 느끼게 되는 사람. 역할에 필요 여부를 논할 수 없는 이유다. 어쩌면 보이지 않게 역할을 하는 이런 사람들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나는 무엇으로 파견된 사람일까?
세상에 어떤 역할을 하기 위해 파견되었을까? 직업을 비롯한 활동하는 모든 것을 살펴보면, 알아차릴 수 있다. ‘나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여겨지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분명히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직간접적인 활동 모두가 다 역할이기 때문이다. 역할을 하고 있음을 느낄 때, 파견되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파견되었음을 알아차려야, 삶을 다시 바라볼 수 있다.
더 좋고 깊게 바라볼 수 있다. 커피나 차처럼 그 향을 음미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의미를 찾지 못했다면, 지금부터라도 살펴보면 어떨까? 세상에 그냥 온 사람은 없다. 다 파견되어 온 사람이다. 아직 그 이유를 찾지 못했다면, 그 이유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삶의 의미가 여기서 나오기 때문이다. 삶의 의미를 알아차리고 생활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의 질이 같을 수 있을까?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세상에 파견된 의미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