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니까...
‘응답하라 1988’에서 잊지 못할 장면이 있다.
언니와 남동생 사이에 끼인 둘째 ‘덕선’이, 참고 참았던 불만을 터트리면서 시작된 장면이다. 치킨을 먹을 때, 2개뿐인 다리를 배분하는 논리는 이랬다. 언니라서 다리 하나. 막내라서 다리 하나. 그렇게 중간에 끼인 ‘덕선’은 좋아하는 닭다리를 먹지 못했다. 언니와 태어난 날짜가 비슷해, 생일도, 항상 언니 생일에 맞춰 ‘덕선’은 덤으로 지냈다. 케이크에 초를 붙이고 언니를 축하해준 다음, 불을 다시 붙여, ‘덕선’을 축하해줬다. 이런 불만들이 쌓이고 쌓이던 중, ‘덕선’은 이번 생일만큼은, 따로 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하지만 강력한 요청에도, ‘덕선’의 부모는 건성으로 듣고 같은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에 ‘덕선’을 폭발했다. 그동안 부당하다고 느꼈던 불만들을, 울분을 토하면서 같이 토해냈다. ‘덕선’의 부모는,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그러면서 ‘덕선’의 아버지가 미안한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아빠 엄마가 미안하다. 잘 몰라서 그래. 첫째 딸은 어떻게 가르치고 둘째는 어떻게 키우고 막둥이는 어떻게 사람 만드는지 몰라서 이 아빠도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아니 자네.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었다. 그니깐 우리 딸이 조금 봐줘.”
이 장면을 보고 엄청나게 울었다.
필자 역시 딸 셋을 키우고 있었는데, 그 말에 너무 공감했다. 지금도 많이 부족하지만, 부족하다는 표현도 모자랄 정도로, 아무것도 몰랐던 아빠 시절이 떠올랐다. 갓난아이를 어떻게 안아야 할지도 몰랐고, 우는 아이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도 몰랐다. 왜 우는지조차 몰랐다. 첫째를 키우면서 부족했던 모습을 둘째를 키우면서 조금 보완하고, 셋째를 키우면서 조금 더 보완하면서 그렇게 저렇게 키우고 있다.
‘처음’이라는 시점은, 못하는 시점이 아니다.
해보지 않은 시점이다.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잘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배우면서 하나씩 해나가면 된다. 하지만 업무에 관련된 것은 그렇다고 해도, 그 외의 부분은 누군가 가르쳐주기 쉽지 않다. 멘토 제도가 있는 회사라면, 업무 외에, 사회생활에 필요한 것을 알려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일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에 따라 알려줄 수밖에 없다. 그나마 알려주면 다행이지만, 혼만 내고 알려주지 않을 때도 있다. 만약, 사회 초년생이나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직장인이, 실무 이외에, 사회생활에 필요한 사항을 배울 수 있다면 어떨까? 회사에 잘 적응하고 업무를 효율적으로 해나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업무에 쏟을 에너지를, 온전히 쓸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그 내용을 담을 좋은 그릇을, ‘야구’로 선택했다.
야구를 중계하는 캐스터나 해설자가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야구는 인생이다!”
야구 경기를 하는 모습에서 인생을 반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구를 단순히 즐기기 위한 게임으로만 본다면, 별소리 다 한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가만히 지켜보면, 사람 사는 세상이 그 안에 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인의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팀워크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로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자만하다가 패배하는 것도 볼 수 있다. 희로애락은 물론, 교훈으로 삼을 만한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야구에서 슬기로운 직장 생활을 배울 수 있다.
줄거리
이야기의 주인공은, 신입 사원 ‘김 야구(若具)’이다.
‘반야야’ 자에 ‘갖출 구’ 자로, 직역하면, 만물의 이치를 깨닫는 지혜를 갖춘다는 의미이다.
주인공에게, 통찰력을 갖춘 사람이 되라고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다.
주인공이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힘들어하게 된다.
노력한 것보다 결과가 잘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이 일하는 본부장이 우연히 이 모습을 보고, 야구장을 데리고 간다.
야구 경기의 상황을 바라보면서, 직장 생활에 대해 하나둘씩 조언을 해준다.
주인공은 본부장의 이야기를 통해, 엉켰던 궁금증을 조금씩 풀어가게 된다.
궁금증이 풀리면서 본인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 명확히 알고, 새롭게 다짐을 하게 된다.
이야기 전개는 야구의 진행방식대로, 1회 초부터 9회 말까지 이루어진다.
각 회에 상황이 벌어지고, 그 상황을 비유로 직장 생활에 관해 설명해주는 형식이다.
직장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통찰력이다.
야구를 통해 슬기롭게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