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연대감

by 청리성 김작가

‘겉바속촉’

언제부턴지 모르지만, 음식을 먹을 때 하거나 듣는 말이다. 주로 튀김 종류의 음식 식감을 이야기할 때 사용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는 의미다. 보통은 일관성을 좋게 평가하지만, 음식에서는 아닌 듯하다. 속과 겉이 바삭하거나 겉과 속이 촉촉한 음식은, 식감이 그리 좋지 않다는 말이다. ‘겉바속촉’한 음식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정성이다. ‘겉버속촉’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번거로운 조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성 없이는 어렵다. 사람들은 맛도 맛이지만, 이런 정성에 더 마음을 두는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에도 이 단어가 사용되었다.

지인들과 식사 자리를 가졌는데, ‘겉바속촉’한 음식이 있었다. 고기만두다. 안은 육즙이 나올 정도로 촉촉했고, 겉은 매우 바삭했다. 지인의 단골 가게였는데, 이 지인이 올 때만 맛볼 수 있는 메뉴라고 했다. 지인이 매우 중요한 고객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서 주방장님께 물어봤다. 직접 만두를 빚어서 삶는다고 했다. 이후에 삶은 만두를 기름에 튀긴다고 했다. 만두 겉을 무언가로 입힌 듯 보였다. 시간도 걸리고 손도 많이 가는 듯 보였다. 자세한 내용까지 물어보진 않았지만, 공정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다른 고급스러운 음식보다, 만두로 젓가락을 더 가져갔다. 흔히 먹을 수 있는 만두가 아닌,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 됐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과 속이 모두 같으면 좋겠지만, 우리네 삶에서는, 겉과 속이 같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겉으로 웃고 있지만, 안에서는 불편함을 감춰야 하는 상황이 적지 않다. 속마음은 흐림 혹은 빗속을 걷고 있는데, 겉으로는 맑은 하늘을 드러내야 한다. 사회생활까지 갈 필요도 없다. 두세 사람 이상 모인 공동체에서는,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배려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눈치라는 이름으로,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취해야 할 때가 더러 있다. ‘겉웃속울’이라고 해야 하나?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우는 상황 말이다.


겉과 속이 다른, 또 다른 모습도 있다.

한 사람의 겉과 속이 다른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보는 모습과 내가 느끼는 모습이 다른 것을 말한다. 남들 눈에는 힘들어 보이고 안쓰럽게 보이지만, 당사자는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것이 그렇다. ‘저렇게 하는 게 가능한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쁨으로 가득한 모습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봉사다. 남들이 봤을 때는, 굳이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지극정성으로 한다. 힘겨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당사자는 좋은 마음으로 한다. 자기의 역량을 봉헌할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 기꺼이 맡아서 한다. 사회적으로나 경제 논리로 봤을 때 그리고 효율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대학원 원우회 임원진 모임도 그랬다.

기수 부회장을 맡게 되어서 임원진 모임에 참석했다. 수업을 마치고 저녁에 모였는데, 현재 재학 중인 기수 임원들이 다 모였다. 4학기로 운영되니, 4기수가 모였다. 임원은 회장, 부회장, 총무, 회계 이렇게 구성됐다. 식사하고 서로를 알 수 있는 프로그램을 했다. 이후 임원진이 무엇을 해야 할지에 관해 논의했다. 기수별로 흩어져서, 직책별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눴다. 대학원에 진학한 이유는 자기 공부를 위해서지만, 역할을 맡은 사람들은 각자의 역할도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장학금을 받는 것도 아니고 학점을 더 받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가 인정해 주고 더 좋은 몫을 챙겨 주는 것도 아니다. 그냥 하는 거다. 맡게 되었으니 그냥 하는 거다. 그냥 하는 것이니 어떻게 하든 누가 뭐라고 할 순 없다. 뭐라고 하면, “그럼 네가 하세요!”하고 물러나면 그만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열심히 한다.

서로에게 도움이 될만한 것이 무엇인지 아이디어를 내고, 그 아이디어에 기뻐한다. 아이디어 잘 냈다고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보상은커녕 할 일만 늘어난다. 할 일이 늘어나는 데도 좋다고, ‘하하 호호’한다. ‘이 사람들 뭐지?’ 싶었다. 입학한 지 한 달도 안 됐으니, 우리 기수가 할 건 별로 없었지만, 기존 기수는 해야 할 것이, 많아 보였다. 기꺼이 맡아서 잘 해보겠다고 하는 선배 기수를 보면서, 이 전공 사람들이 왜 그렇게 자부심을 품고 있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라면, 나도 내어놓을 수 있는 몫을 내어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범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선한 영향력이 무엇인지, 보고 느끼는 시간이었다. 남들 눈에는 한심하게 보이겠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힘이 되는 관계가 되고 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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