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행동 그리고 다짐과 행동.
같아야 하지만, 벌어지게 되기 쉬운 관계다. 이 둘을 일치시키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닌데, 잘 안된다. 야심 차게 시도한 것들은 특히 그렇다. 말은 그럴듯하게 하지만, 행동은 따라가지 못한다. 하루가 지나면 더 따라가지 못한다. 기분에 취해서 한 말은 거의 따라가지 못한다. 마음을 다잡고 한 다짐은, ‘다음에’라는 수식어를 달고 행동이 따르지 못하는 이유를 정당화한다.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다이어트는 원래 내일부터야!” 내일이 되면 그날은 오늘이 되고, 또 다른 내일을 외친다. 내일은 돌아오지 않는다. 오늘만 있을 뿐이다.
우리 성당에서는 매 미사에 가정 축복을 해주신다.
미사 시간에 정해진 가족이 나와, 축복기도와 안수받는 시간을 갖는다. 시간이 잘 맞으면 미사 참례해서 축복받지만, 여의치 않을 때는 그냥 넘어가게 된다. 우리 가족한테는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아침 미사에 배정이 됐다. 나는 출근하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야 하니 참석이 어려웠다. 아내는 고민했다. 가정 축복이라 같이 가고 싶은데, 아무도 없으니 가기가 좀 뭣하다는 말이었다. 한참을 고민했다. 저녁에 미사와 성(聖)시간도 있으니, 저녁에 함께 가기로 하고, 가지 않았다. 저녁 미사에서 다른 가족이 축복기도와 안수받았다. 집에 가는데 아내가 아쉬웠다. “갈걸! 혼자라도 갈걸!” 월요일 일일 피정 때, 신부님께 들은 말씀을 언급했다. “갈까 말까 할 때는 가야 하고, 할까 말까 할 때는 해야 한다.” 가야 했고 해야 했다는 말이다. 신부님 말씀을 들었을 때는 이해가 됐고 다짐했는데, 며칠 사이 잊었던 거다. 행동하지 않은 다음에야, 깨닫고 아쉬워한다. 우리가 대체로 이렇게 산다.
악습도 그렇다.
나는 술을 많이 마시진 못하지만, 자주 마시는 습관이 있다. 반주라고 해야 하나? 저녁에 집에서 종종 마시는데, 연휴에는 특히 더 그렇다. 연휴 내내 마실 때도 있었다. 아내도 술을 좋아해서 둘이 장단이 잘 맞는다. 좋으면서 요 며칠 잦았다 싶으면, 자제하자고 서로 이야기한다. 그때뿐이다. 이유가 생긴다. 마시고 싶은 혹은 마셔야 할 것 같은 이유가 생긴다. 어제는 감기 몸살로 병원을 찾았다. 5일간 먹을 약을 처방받았는데, 금주도 함께 처방받았다. 연휴를 앞둔 시점에서 말이다. 아쉽지만 이걸 핑계로, 이번 연휴에는 좀 자제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매번 연휴 끝자락에 후회했던 기억이 다짐에 힘을 보탰다.
연휴가 시작되었다.
얼마 만에 얻는 긴 휴가인지 모르겠다. 일 년에 한 번 맞는 여름휴가도 주말 포함 최장 9일이었는데, 이번에는 10일이다. 연휴 시작에는 많은 계획과 다짐을 한다. 지금까지 밀어왔던, 시간을 집중해야 하는 계획과 정리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리스트를 적고 다짐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계획을 세울 때 절실히 느낀다. 적은 것만으로도 이미 절반은 해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착각하는 거다. 절반은 했으니 천천히 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연결된다. ‘그동안 무리했으니, 오늘은 좀 쉬고 내일부터!’가 시작되는 거다. 리스트에 줄을 다 긋지 못하고 마무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언급한 저녁 먹을 때 마시는 반주다. 저녁 이후 시간은 사라진 시간이 된다.
연휴 첫날 아침.
연휴가 끝나는 시점에 어떤 느낌으로 마무리할지 기대된다. 이번에는 느낌이 좀 다르다. 쉽게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은 아니다. 일단 5일 아니 최소 4일은 금주할 수 있을 듯하다. 금주하면 계획한 것들을 많이 해낼 수 있다. 처음에 좀 해놓으면, 이후에는 여유를 갖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무언가를 많이 하고 안 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계획한 것을 만족할 만큼 했느냐 안 했느냐가 중요하다. 꼭 해야 할 것만 여유 있게 계획을 세워, 연휴 끝자락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