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우연한 만남

1. 오늘도.

by 청리성 김작가

“김 과장! 김 과장!”

‘아! 이런…. 또 무슨 일이지? 이번에는 문제 될 게 없는데….’

“네! 부장님! 곧 가겠습니다.”


<부장님 방>


“김 과장! 자네 지금 몇 년 차야?”

“네? 입사요? 아님 과장이요…?”

부장님의 벌건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나를 태워버리겠다는 의지로 가득 차 있었다. 눈동자를 위아래로 왔다 갔다 하시는 모습은, 마치 토치로 고기를 지지는 모습이었다.

“과장 2년 찹니다.”

“과장은 뭐라 했어?”

“네?

‘아, 그냥 얘기해주시지! 왜 계속 물으시는 거야?’

”내가 뭐라고 했어? "

“그게…. 과장은…. 과장인데…. 아! 관리자라고 하셨습니다!”


“관리자는 어때야 한다고 했어? 내가 몇 번을 강조했냐고!”

“네, 예측을 잘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쌓아놓은 데이터를 가동해서, 벌어질 수 있는 문제 상황을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건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 기억한다는 놈이 그 모양이야?”

“왜, 무슨 일 있나요?”

“무슨~ 이일? 와! 미치겠구먼. 아…? 제가 과장님께 보고를 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네요. 아이고 죄송합니다!”

“아니요, 부장님! 그런 게 아니라, 무슨 일인지 알아야 제가 설명해 드리든지 하죠! 이렇게 다짜고짜 역정을 내시니까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잖습니까….”

“아니, 아직 보고도 안 받은 거야?”


부장님은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하시더니, 수화기를 드셨다.

“어, 이 대리! 김 과장한테 아직 얘기 안 했어? 아니 그런 건 직속 상사한테 바로바로 보고를 했어야지! 아, 이 사람들 정말! 알았어!”

부장님은 수화기를 한 번에 내려놓지 못하고, 두세 번 시도 끝에 수화기를 제자리에 놓으셨다. 수화기의 자리를 찾으셨지만, 수화기에서 손을 떼지 못하시고 잠시 그렇게 정지 상태로 계셨다. 불안감이 극도로 차올랐다. 저 전화기를 나에게 던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후~ 일단 여기 앉아봐.”

부장님은 책상 옆자리에 있는 의자를 가리키시며, 마우스로 여기저기 클릭을 하기 시작하셨다.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으면서, 부장님의 모니터를 이리저리 살폈다. 무슨 일인지 먼저 알아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르겠다. 정말….

“자! 이거 읽어봐!”

부장님은 메일을 여시고 의자를 뒤로 젖히신 다음, 나에게 모니터를 가리키시며 말씀하셨다. 나는 남의 방을 몰래 훔쳐보듯, 조심스레 모니터에 고개를 가져갔다.



안녕하세요. 부장님.
어떻게 잘 지내시나요? 지난달에 점심 이후론 연락을 못 드렸네요. 죄송합니다.
요즘 이래저래 정신이 없었습니다. 제가 메일을 드린 이유는 다른 건 아니고요.
부장님도 아시다시피, 제가 웬만하면 일 문제로 연락 잘 안 드리는 거 아시죠?
알아서 잘해주시니까, 믿고 가는 거요. 근데, 이번에 별거는 아닌데, 실수가 좀 있었네요.
큰 거면 실수라 생각하고 넘어가겠는데, 너무 사소한 거라, 사실 부장님께 말씀드리기도 민망하네요. 하지만 저희 처지에서는 좀 서운한 마음이 들어서요.
이런 마음을 가지고 아무렇지 않게 부장님을 뵙는 건 아니다 싶어 이렇게 메일 드립니다.

얼마 전에, 인쇄한 제품 브로셔가 있는데, 최종 인쇄 들어가기 전에 로고를 수정했습니다.
하지만 수정전 로고로 인쇄가 나왔어요.
인쇄 전에 한 번만 확인했어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니까 좀 그랬습니다.
서운하게 생각하진 마시고, 직원들한테 확인 좀 잘할 수 있게 부탁드립니다.
일단 나온 거니까, 그냥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이거였구나! 담당자는 그냥 좋게 넘어갔는데?’

“정독하시나?”

“아! 아닙니다. 그 문제는 담당자하고 잘 얘기해서 넘어간 건이라 따로 말씀 안 드렸습니다.”

“이게 잘 넘어간 거야?”

“아니, 저희가 담당자랑 얘기할 때는 별로 그런 거 없었거든요. 얘기 다 끝내 놓고 이러는 건 좀….”

“아마 그 담당자도 엄청나게 깨지고 있을걸? 뭐가 문제인지 정말 모르겠어? 지금 인쇄 잘못 나왔다고 이러는 것 같아?”


“인쇄 말고 뭐가 있나요?”

“너 지금 나 미쳐 죽이려고 작정했지? 그치? 그래 그런 거 같아! 그렇지 않고 이럴 순 없지, 안 그래?”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닙니다. 진짜 이번만 알려주시면, 제가 잘 새겨듣고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한 번만 더 말씀해주십시오!”

“한 번만이 몇 번이니? 휴~ 그래! 이것도 다 내 업보니까. 잘 들어!”

“네! 명심해서 잘 듣겠습니다.”

“사람이 일하다 보면, 당연히 실수할 수는 있어. 내가 언제 실수한다고 뭐라 한 적 있나?”

‘지금 뭐라 하시면서….’


“중요한 건, 실수했냐 안 했냐가 아니라, 확인했느냐 안 했느냐야! 몰라서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주의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 그걸 얘기하는 거야! 알았어?”

“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앞으로 잘 확인하겠습니다.”

“중요한 거래처나 중요한 프로젝트는 밑에 직원들한테 맡겨만 놓지 말고, 직접 확인도 하고 좀 해! 알았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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