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내 커플 / 3. 만남
“오빠?”
“쉿! 이리 와 봐!”
< 회사 옥상 >
“사무실에서 오빠라고 부르지 말랬잖아! 누가 들으면 어떻게?”
“다 외근 나가고 없으니까 그런 거지! 뭘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 많이 깨졌구나?”
“야! 말도 마라. 별거 아닌 거 같은데 왜 그렇게까지 그러시는지 모르겠어.”
“중요 거래처라서 그런 거 아니야? 암튼 미안해. 내가 한 번 더 봤어야 하는데. 난 디자이너한테 얘기했으니 알아서 했겠다 싶었지.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래! 그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니라서 그렇게 깨진 거야! 확인하지 않았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게 혼난 명분이라고.”
“역시, 부장님답다.”
“그건 그렇고, 그 담당자도 자기 상사한테 엄청나게 깨지는 거 아냐? 부장님이 그렇게 얘기하던데. 그럴 거라고.”
“안 그래도 전화 왔었어. 미안하다고. 자기가 잘 말씀드렸는데, 우리 부장님한테 메일까지 보낼 줄을 몰랐다네.”
“그래서?”
“그래서는 뭘 그래서야. 아니라고, 내가 잘못했다고 다음에는 꼭 신경 잘 쓰겠다고 했지.”
“다음에 일 진행할 때는 나도 꼭 보여줘. 내가 직접 확인해야겠어.”
“뭐야. 나 못 믿겠다는 거야?”
“못 믿겠다는 게 아니라, 부장님이 꼭 확인하라고 하셔서. 나도 그게 맘이 편하고. 그런 거 아니니까 삐지지 마삼? 응?”
“하여튼, 참 잘 풀어져. 멘탈 갑입니다요.”
“내 생존 방법이지 뭐! 이렇게라도 안 하면 난 이미 미쳤거나, 회사를 때려치웠을 거야!”
“때려치우긴 왜 때려치워. 그래도 이만한 데가 없는데. 지금 시기에 어디 가면 이만한 대우도 못 받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잖아! 날 봐서라도 참고 열심히 일합시다. 김과장니임~”
기분이 자주 왔다 갔다 해서 헷갈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 맘을 잘 이해해주고 맞춰주는 건 이 사람밖에 없는 것 같다. 참 좋은 재주를 가진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런 성격이거나 이렇게 할 수 있다면, 문제가 생겨도 원만하게 해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이 친구가 맡은 프로젝트에서 문제가 생겨도 이렇게까지 난리가 난 적이 없었다. 그녀의 그런 재주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오늘 저녁은 뭐해?”
“뭐하긴 자기랑 놀아야지~ 오늘 영화 새로 개봉한다는데 그거 보러 가자! 보고 싶었던 영화야!”
“하하하! 알았어. 이제 내려가자. 혹시나 사람들 보면 오해할라!”
“오해가 아니라, 사실이지요~”
그녀는 뭐가 그리 좋은지 고개까지 젖히고 크게 웃으면서 먼저 내려갔다.
3. 만남
<다음 날, 아침>
‘빰빰빠라 빰빰빠라 빰빰빠라밤...’
“으~~~”
기상 알람이 울렸다. 아침을 상쾌하게 시작하기 위해, 기상 알람을 경쾌한 걸로 바꿨다. 얼마 전,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음악인데, 듣는 순간,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캐리비안의 해적 OST ‘He’s Pirate’이다. 따뜻한 이불의 껍데기에서 기어 나와, 물을 한잔 마시고 화장실로 향했다. 항상 아침에 마주하는 거울 속에 내 모습은 달라 보인다. 기분 탓이겠지? 샤워를 마치고 옷을 하나둘 걸치면서, 오늘 날씨를 본다. 오전에는 좀 쌀쌀하지만, 오후에는 풀릴 것 같다. 그래서 와이셔츠에 경량 조끼를 걸치고 집을 나섰다.
공동현관문이 열리자, 찬 공기가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 좋다!”
아침에 일어나는 건 싫어도, 밖에서 맞는 찬 공기는 참 기분을 좋게 만든다. 지하철역에 들어서자 많은 사람이 분주하게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출근 시간에 여유가 있었지만,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혼자 여유 있는 것이 이방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빠르게 그들과 걸음의 속도를 맞추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나오긴 했지만, 지하철 안은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였다. 앉아서 출퇴근한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사람들은 점점 더 부지런해지는 것 같다. 여유 있게 서서 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며,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지하철은 막히지 않아서 시간 예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어두운 창밖을 지켜봐야 하는 것 때문에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지하철 안에서 휴대전화를 뚫어지게 쳐다보거나 눈을 감고 가는 이유가, 어두운 창밖을 보기 싫어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출근 코스는 다행히도, 지상으로 올라와서 달리는 구간이 있다. 지상으로 올라와 강과 하늘을 보면, 마치 지하에 갇혀 있다 탈출한 느낌마저 든다. 때마침 떠오르는 강렬한 태양을 본다거나, 구름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그림을 보게 되면 선물을 받은 느낌이 든다. 짧지만 이 시간만큼은 꼭 창밖을 바라본다. 잠깐의 힐링 타임이랄까?
“이번 정거장은 충무로 충무로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지하철이 멈추고 문이 열렸다. 사람들은, 출발선에서 총성을 듣고 뛰어나가는 마라토너처럼, 자신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향해 분주하게 움직였고, 타려는 사람들은 그 틈에서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요즘은 따로 운동할 시간이 없어서,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이동한다. 계단은 많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을 투자해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