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한 대로 따라 하면 되지만, 막상 하려면 잘 안되는 무엇』
중학생 때, 공부를 잘하고 싶었다.
아주 열심히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한다고 하는데 평균 70점대를 맞았다. 좀 더 노력해도 그 점수였다. 80점대까지 올리고 싶었다. 반에서 1~2등 하는 친구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야! 80점대는 놀면서 해도 그냥 나오는 점수잖아!”라는 말을 들었다. 주먹을 꽉 쥐었다가 힘을 풀었다. 하긴, 1~2문제만 틀려도 머리를 쥐어뜯는 친구한테, 80점대는 점수도 아니었겠지. 그래서 내 목표인 80점대 친구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너무 과하게 공부하지 않으면서 80점대를 맞는 친구.
같이 축구를 하면서 놀던 친구가 있었다.
피부색이 나보다 더 짙었던 친구였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친구는 학교 끝나고 매일 운동장에서 축구를 할 때, 같이 했던 친구였다. 틈나는 대로 공부하는 게 아니라, 같이 노는 친구. 학교에서 봤을 때는 나와 별다르지 않은 친구였다. 나는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이 잘 나오는 친구보다, 같이 노는데 성적이 잘 나오는 친구가 더 대단해 보였다.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봤을 때, 80점대는 점수도 아니었겠지만 나는 달랐다.
시험 기간에 그 친구 집으로 갔다.
같이 공부하면서 어떻게 공부하는지도 보고, 방법도 물어볼 겸 해서. 그다지 집중해서 공부하는 편은 아니었다. 어두워졌을 때 출출하기도 했고, 바람도 쐴 겸 근처 편의점을 갔다. 무엇을 먹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기억난다.
“넌 공부를 별로 하지 않는 것 같은데 어떻게 점수가 잘 나오는 거야?”
“잘 나오긴 뭐가 잘 나오냐? 80점대 밖에 안 나오는데.”
이 친구는 1~2등 하는 친구와는 달리, 주먹이 쥐어지진 않았다.
그렇게 밉게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친구는 자기가 맘먹고 달려들면 90점 대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근데 그러고 싶지 않다고 했다. 좋아하는 축구도 하고 친구들하고 놀면서 그렇게 지내고 싶다고 했었다. 부러웠다. 성적을 조절할 수 있다니. 그 친구의 말이 전부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방법을 아는 친구라 생각됐다.
“어떻게 하면 80점대를 받을 수 있냐?”
급한 마음에 바로 물어봤다. 생각보다 시시한 답변에 김이 새긴 했지만.
수업 시간에 집중할 것.
이 친구가 가장 강조했던 부분이었다. 자신은 평소에 따로 공부를 많이 하지는 않지만, 수업 시간만큼은 초집중한다고 했다. 선생님이 여러 번 강조한 내용이나 시험에 나온다고 힌트를 준 부분은, 잘 표시해두고 꼭 기억한다고 했다. 그리고 바로 복습. 학교 마치고 돌아오면, 잠깐이지만 그날 배웠던 부분을 잠시 훑어본다고 했다. 단기기억에선 잊히기 전에 장기기억으로 넘기는 습관이랄까? 기억이론에 대해 그때부터 알고 있던 친구라 생각된다. 그리고 암기 과목은 시험 범위를, 5번만 읽으라고 했다.
수업 시간에 집중과 바로 복습은 이해가 됐다.
하지만 암기 과목은 5번만 읽으라는 말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암기 과목은 말 그대로 노트에 여러 번 쓰면서 외워야 하는 게 아닌가? 이유를 묻자, 더는 설명 없이 “그냥 5번만 읽어봐. 그럼 돼.”라는 답만 했다. 속는 셈 치고 그렇게 하기로 했다. 하지만 5번 읽는 게 그렇게 힘든 건 줄 몰랐다. 3번째 중간 정도 되니, 지겨웠다. 읽었던 내용을 다시 보자니 지겨웠다. 머릿속에는 이미 다 저장된 기분이었다. ‘그래, 다 기억나는데 굳이 5번까지 읽을 필요 없잖아?’ 그렇게 마음을 안정시키고 더는 읽지 않았다. 시험 결과, 전과 같았다.
친구한테 따지듯 물었다.
“야! 암기 과목, 읽어도 똑같던데?”
“너 5번 다 안 읽었지?”
“....”
사실 아직도 과학적인 근거는 찾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5번은 읽으면 시험 점수가 더 좋아질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친구의 질문에서 느껴졌다. 해본 사람은 아는데, 해보지 않은 사람은 꼼수를 부리다 실패하는 걸 자주 본 모양이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주위에 조언을 구한다.
요청을 받은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동원해서, 어떻게 하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그러면 조언을 구한 사람은 그냥 하면 된다. 그러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얻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레시피를 변경하면 원하는 맛이 나오지 않는다. 재료가 다 들어갔다고, 원하는 맛이 나는 건 아니다. 원하는 맛을 맛보고 싶다면, 알려준 레시피대로 해야 한다. 레시피대로 하진 않으면서 원하는 맛을 바라는 건, 욕심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자주 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