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할 것은 취하고 감내할 것은 감내하면서 이겨내는 정신』
‘존버정신’
의미를 말 그대로 풀기는 좀 그러니(모르면 검색창에서 찾아보시길), 부드럽게 풀면, 최대한 열심히 버티겠다는 정신을 말한다. 이 말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몇 년 전에, 다양한 형태로 사람들의 눈과 귀에 스며들었다. 현실의 무게에 짓눌리고 있던 사람들이, 내려놓을까 고민하던 찰나, 마음을 고쳐먹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그랬다.
‘존버정신’이라는 표현이 있진 않았지만, 그렇게 살아냈다. 밥 먹을 시간 없이 일하기도 했고, 처리할 일의 무게에 주저앉고 싶은 적도 있었다. 쉴 팔자는 아니었는지, 지금도 그렇지만 전에 했던 일도 주말에 일이 많은 업종이었다. 지금 하는 일은 전공과 전혀 상관없이 우연히 하게 되었는데, 재미있게 시작했다. 새로운 분야의 비즈니스를 하게 되면서, 업무 강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가장 힘들었던 건, 배우거나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처음 하는 업무였는데 그 담당을 내가 맡아서 그랬다. 맨몸으로 부딪히면서 배우기 시작했다. 몰라서 했던 어처구니없는 말과 행동은 흑역사이기도 하지만, 후배들에게 당당하게 들려주는 무용담이 되기도 한다. 온몸으로 받아안으며 배우고 깨달아서인지, 물리적인 시간에 비해 더 많은 경험과 사람을 얻게 되었다. 일 때문에 그리고 사람 때문에 내려놓고 싶었지만, 하루하루 버티다 보니, 그 삶을 바탕으로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요즘 ‘존버정신’을 운운하면, 어떨까?
모두가 예상하는, 두 글자로 된 단어를 듣게 될 가능성이 크다. ‘꼰대’. 언제부턴가, 후배들에게 충고해 주는 사람은 모두 ‘꼰대’라 불리는 것 같아 아쉽다. 그러면 불난 집에 휘발유를 들고 들어가도 말해 줄 수가 없다. 고맙다는 말은 차치하더라도, 좋은 소리도 못 듣는데 굳이 해줄 필요를 못 느끼게 된다. ‘그래! 네 인생인데, 네가 알아서 해라!’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접게 된다. 그리니, 선배가 하는 말을 잔소리로만 듣지 말고, 한 번쯤은 깊이 생각해 봤으면 한다.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이지만, 어쨌든 본인만 손해라는 것만 명심했으면 한다.
퇴사를 결심한 후배를 볼 때, 안타까울 때가 있다.
자신의 꿈이나 다른 분야의 도전을 위해서, 아니면 쉼을 갖고 싶어서가 아니다. 뚜렷한 생각 없이 그냥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는 후배들이다. 생존 감각이 무뎌졌다고 표현해야 하나? 그냥 다니다 보니 다 그런 것 같고, 어디나 마찬가지인 것 같고, 언제든 본인이 원하면 다른 곳에 취업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말이다.
말도 안 되는 처우와 괴로움을 참고 견디라는 말이 아니다.
자신이 회사라는 지붕 밖으로 뛰쳐나가도, 혼자 잘 살아날 수 있는지 살펴보란 말을 하고 싶다. 조금이라도 나서면 위태한 사람이 너무 자신 있게 뛰쳐나가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 모든 것이 자신의 입맛에 맞춰질 수 없는데, 그걸 바라는 걸 보면 안타깝다. 나갈 때는 승자인 듯한 표정으로 나가지만, 회사에 있을 때보다 좋지 못한 모습으로 지낸다는 소식이 들리면 더 안타깝다.
취할 것은 취하고 감내해야 할 것은 감내해야 한다.
모두 만족스럽거나 입맛에 맞을 수 없다. 누구나 마찬가지다. 신입이나 경력자나 심지어 회사의 대표도 마찬가지다. 각자가 감내해야 할 몫이 있다. 그 몫을 받아안을 때, 좋은 몫도 받아안을 수 있다. 좋은 몫만 차지하려는 사람은, 자신의 자리에서 점점 뒤로 처질 수밖에 없다. 왜냐면,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줄어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