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 발원지

by 청리성 김작가
『내 말과 행동을 일으키는 시작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한 문장』


우리나라에서 가장 으뜸인 법은, 헌법이다.

헌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한강이 강원도 태백에 있는 검룡소에서 시작되는 것처럼, 모든 법의 시작은 헌법에서 뻗어 나오게 된다. 헌법과 뜻이 다른 법은 만들 수 없다. 뜻이 다른 법이 있다면, 헌법재판소에서 심사를 한다. 헌법을 위반했다는 판단이 서면, 그 법은 효력을 잃게 된다. 모든 법의 원칙이고 기준인 셈이다. 하지만 역사에서는 그렇지 않은 모습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1조 2항이다. 영화 <변호인>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다. 재판장에서 벌어지는 장면은 명장면 중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여러 번 봤지만, 볼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건 어쩔 수 없다. 가끔은 마음이 울컥할 때도 있다. 내가 만약 저 시대에 그리고 저 상황에 부딪혔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과 저렇게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분들이 계셨기에, 지금 내가 온전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그렇게 만든다.


헌법에 명시된 저 한 문장을 기억했다면 어땠을까?

무고한 많은 목숨이 허무하게 그리고 안타깝게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야망을 실현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사람의 목숨을 이용했다. 직접적으로 피해를 당한 사람은 당연히 피해자다. 그와 다른 모습의 피해자도 있다.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했다가, 자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깨달은 사람이다. 너무 안타까운 상황이다. 약자들이 직간접적으로 피해자가 되는 상황은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 마음을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 한창 이런 꿈을 꾼 적이 있다.

누군가가 나를 쫓아왔다. 잡히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나는 도망가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데,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간격은 점점 좁혀지는데, 나는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미친 듯이 달려도 그 자리에 있었다. 최후의 발악으로 나는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벌떡 일어났다. 꿈속에서 열심히 달렸다는 흔적은, 땀으로 젖어있던 머리와 얼굴로 알 수 있었다. 그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은 경험해본 사람은 안다.


마음에는 발원지가 있다.

모든 법의 발원지가 헌법이고 한강의 발원지가 검룡소이듯, 사람의 말과 행동을 일으키는, 마음에도 발원지가 있다. 보통은 한 문장으로 표현된다. 좌우명이 될 수도 있고, 마음에 와닿은 문장일 수도 있다.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지 분명 있다. 예전에 어떤 사람은 마음에 품고 사는 한 문장을 이렇게 표현했다. “까불지 말자!” 모두가 웃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매우 의미 있는 표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겸손하자는 의미와 자만하지 말자는 의미가 함축적으로 담긴, 임팩트 있는 한마디였다.


내 마음에도 발원지가 되는 문장이 있다.

“부당함에 침묵하지 않을 용기를 청하며, 악을 선으로 바꾸시는 기적을 믿습니다.”이다. 카톡 프로필에 적어놓은 문장이다. 부당함에 침묵하면, 그래도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도 되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그래도 되는 공동체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상대방이 악의로 그랬든 모르고 그랬든, 알려줘야 인지하고 조심하게 된다. 그 용기를 청한다.


악한 사람을 내가 바꿀 수 없으니, 그 악이 선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기도한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사람이 사람을 바꿀 수 없지, 스스로가 변화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의 수고는 무엇이란 말인가? 내가 할 수 없다고 안 되는 건 아니다. 내가 할 수 없는 건 내 영역이 아니니, 간절히 바라는 것이 최선이 될 수 있다. 간절한 마음이 하늘에 닿을 수 있기를 바라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91.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