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 의지

by 청리성 김작가
『등은 가지고 있지만 기름은 가지고 있지 않은, 막연하게 기대는 상태』

‘사람인(人)’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던 시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인(人)’은 형성 문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기댄 모습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모양도 그렇고 의미도 그렇고, 공감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의미에 대한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서로 기대기만 하려고 하면, 언젠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까?’ 너무 피곤한 상태로 지하철을 탄 적이 있었다. 앉을 자리가 없어서 문 옆에 있는 기둥에 기대고 있다가 깜빡 졸았다. 기대고 있던 몸이 기둥에서 살짝 벗어난 순간, 체중을 싣고 있던 방향 그대로 몸이 쏠렸다. 간신히 정신을 차려 넘어지진 않았지만, 휘청거렸다. 그때의 민망함이란….


서로 기대던 둘이, 조금만 방향이 맞지 않아도 그렇다.

자신의 체중을 실었던 무게만큼 그 방향으로 휘청거리게 된다. 그리 많은 무게를 싣지 않았다면 휘청거리다 다시 서겠지만, 온몸을 맡긴 사람이라면 휘청거릴 사이도 없이 그대로 고꾸라질 수밖에 없다. 넘어진 책임을 상대에게 돌릴 수도 없다. 기대고 있던 사람은 자신이기 때문이다. 기대고 있는 순간은 편하지만, 기대고 있던 방향이 조금만 달라져도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그래서 ‘사람인(人)’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사람인(人)’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홀로 서는 힘이 있는 상태에서, 서로 기대는 모습이어야 한다. 기대는 이유는,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거나 쉼을 나누기 위함이다. 그렇게 기대야, 누구든 원할 때, 다시 홀로 서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다. 누가 먼저 가겠다고 해도, 누구 하나 넘어지지 않는다. 홀로 설 힘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때에 따라 누군가 더 많이 기댈 수 있다. 중요한 건, 각자의 자리에서, 바로 서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야 서로 부담을 주거나 느끼지 않고 관계도 오래 지속할 수 있다.


홀로 설 힘이라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 수 있다.

어쩌면 경제적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그 기반이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홀로서기는 마음의 중심이다. 마음의 중심이 제대로 잡혀있어야 홀로 설 힘이 생긴다. 타인의 말에 의견을 구하거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휩쓸리지 않는 중심 말이다. 왜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내가 선택하고 내가 책임진다.’ 어렵지만,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어진다.

좀 편안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그래야 할 것 같은 막연한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고,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다. 내 생각이 우선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생각이 우선되는 생각과 선택. 하지만 그 선택의 무게를 혼자 짊어져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누구도 내 인생을 책임져줄 수 없기 때문이다.

친구가 적이 될 수도 있고, 영원할 것 같은 상황이 사라질 수도 있다. 마냥 기대고 있다, ‘아차!’ 하는 순간 그대로 넘어질 수 있다. 어차피 넘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타인의 생각에 기댔다 넘어지기보다, 내 생각으로 넘어지는 게 낫지 않을까? 최소한 억울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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