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 벽

by 청리성 김작가

『더는 갈 수 없는 막막함이 아닌, 새로운 길을 열 기회』

‘벽이 있어야 문을 만들 수 있다.’

어디선가 본 문구인데, 읽자마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일상에서 지나칠 수 있는 흔한 모습을 통찰하는 힘이, 묵직하게 밀려왔다. 막혀있는 곳을 이동할 수 있게 만든 통로인 문. 이 문은 아이러니하게도, 막혀있기 때문에 만들 수 있다. 막혀있지 않으면 문을 만들 필요도 없겠지만, 만들 수도 없다. 원래 막혀있던 커다란 벽이라면, 문을 만들어 이동하는 통로를 만들 수 있다. 새로운 길로 연결하는 시작을 열 수 있다.

문을 열어야 길이 연결된다.

지금 있는 곳과 가야 할 곳이 연결된다. 지금 있는 곳에서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닫혀있는 문을 열고 발을 내디뎌야 이동할 수 있다. 문은 내가 스스로 열 수도 있고 누군가의 도움으로 열릴 수도 있다. 문을 열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순간, 우리는 기대를 한다. 지금 딛고 있는 자리보다 더 나은 자리이길 바라는 기대를 하며 문을 연다. 하지만 모두 원하는 대로 되진 않는다. 때로는 문을 열었는데 낭떠러지가 바로 앞에 있기도 하다. 암담하지만 다음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통과해야 한다. 넘어가든 돌아가든 아니면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든.


인생은 문을 열고 이동하는 과정이다.

삶에서 몇 개의 문을 열고 이동해야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람에 따라 그리고 상황에 따라, 한곳에 오래 머무르기도 하고 빠르게 이동하기도 한다. 지금의 자리에 만족한다면 오래 머무르길 바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빠르게 이동하기를 바랄 것이다. 어느 정도는 내 의지대로 할 수 있겠지만, 온전히 의지대로 하긴 어렵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서 있는 곳이 막막하게 느껴지는가?

빠르게 문을 열고 다음 곳으로 이동하고 싶은가? 하지만 문이 보이지 않는가? 아니면 멀리 있어 한참은 있어야 닿을 것 같은가? 문은 있기나 한 건지 의심스러운가? 불안한가? 이런 마음이 드는 이유는, 문만 찾기 때문이다. 나도 그랬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은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해, 빠져나갈 문만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이제 알았다. 문만 찾았기 때문에 볼 수 없었다는 사실을. 왜 문이 있는지 잊고 있었다.


벽이 있어야 문을 만들 수 있다.

지금 서 있는 곳이 막막하게 느껴진다면, 문을 찾거나 만들려고 하기 전에, 벽을 먼저 바라봐야 한다. 어떤 벽인지 알아야 어디에 문이 있을지 짐작할 수 있다. 문이 없으면 어떤 문을 만들어야 할지 가늠할 수 있다. 답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문제를 잘 살펴보는 것이라 하지 않았나? 벽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잘 살펴봐야 할 대상이다. 겁먹지 말고 벽을 잘 살펴볼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청해야 한다. 그래야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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